홍콩 ELS 사태 일파만파, 핵심은 '설명의무·적합성 원칙'

법조계·금소연 "투자성 상품 설명 충실도 쟁점"…금감원 "판매 대상 적절했는지 조사"

금융입력 :2023/12/04 12:55    수정: 2023/12/04 14:51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을 가입한 소비자의 대규모 손실 이슈가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법률전문가와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이번 사태의 핵심에 대해 해당 상품 판매자가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상 의무사항을 잘 지켰는지 확인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일부 금융사가 홍콩 ELS 상품 불완전판매 논란과 관련해 검사를 진행하며 분쟁조정안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홍콩H지수 2년만에 절반 ’, 홍콩 ELS 상품 대규모 적자 불가피 

홍콩 ELS란 포트폴리오 상 홍콩H지수를 연계한 상품을 말한다. 홍콩H지수는 2021년 상반기 1만2천 선을 넘었지만, 꾸준히 하락세를 기록했다. 금요일이였던 지난 1일에는 전 거래일 보다 1.64% 낮은 5천761.73에 마감했다. 2021년 상반기와 비교해 절반 넘게 줄어든 수준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에만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ELS 상품은 약 2조2천억원 규모로 발행됐다.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홍콩 ELS 상품는 8조4천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만약 내년 1~2월까지 홍콩 H지수가 8천 선을 도달하지 못하면 대부분 원금은 손실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일부 은행 창구에서 해당 상품에 대한 이해가 떨어진 상태에서 다수의 고령자 소비자에게 판매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이 상품을 판매한 금융사가 불완전판매를 했는지를 두고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법조계 “판매자 설명의무 이행했다면 법적 책임 따지기 어려워”

법조계에선 심증만으로 불완전판매 여부를 단정짓는 건 어려울 수 있다는 목소리가 있다.

율촌 정세진 변호사는 “홍콩 ELS 상품 판매 담당자의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심증이 있어도, 금소법 제19조에 명시된 설명의무 사항을 이행했다면, 법률상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소법 제 19조를 보면, 투자성 상품 판매자는 ▲상품의 내용 ▲투자에 따른 리스크 ▲금융상품직접판매업자가 정하는 위험등급 등에 대해 소비자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

정세진 변호사는 “결국 상품 판매 담당자가 설명의무를 얼마나 충실히 이행했는지가 이번 이슈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사진=픽사베이)

금소연 “불완전판매 인정받아도 100% 보상 힘들 것”

소비자 단체에서도 상품 판매자가 리스크 구조를 얼마나 충실하게 설명했는지가 관건이라는 입장이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국장은 “ELS는 만기가 정해져있다”며 “상품 구조 상 만기 때 홍콩H지수가 낮을 경우 수익 안전구간을 벗어나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방식인데 은행 창구에서 이런 리스크를 설명하지 않았다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형구 국장은 “다만 아무리 불완전판매 이슈가 뚜렷해도 소비자가 손실금을 100% 보장받긴 어려워 보인다”고 “계약서 상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직접 상품을 이해했다고 서명한 것이기 때문에 책임을 완전히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강 국장은 “처음 ELS 상품을 가입한 소비자는 불완전판매에 따른 상품 가입을 인정받고 보상을 받을 여지가 있겠지만, 이보다 앞서 다른 ELS 상품을 가입한 소비자의 경우 적용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 “리스크 높은 상품 권유 자체가 부적합”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29일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 후 “고위험·고난도 상품이 은행창구에서 고령자들에게 특정 시기에 몰려서 판매됐다는 것만으로 적합성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구심을 품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적합성 원칙이란 일반 금융소비자가 특정 금융상품 가입시 재산상황과 금융상품 취득 및 처분 경험 등을 다양하게 종합해 권유를 금지하는 것을 말한다.

이복현 원장은 “설명 여부를 떠나서 권유 자체가 적정했는지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은행사가 무지성으로 ‘소비자 피해 예방 조치가 마련됐다’고 운운하는 것은 솔직히 소비자 피해 예방 조치를 했다고 들리기보다는 면피 조치를 했다는 식으로 들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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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마도 은행은 고객들의 자필이나 녹취를 확보해서 불완전판매 요소가 없다는 식인 것 같다”며 “하지만 적합성의 원칙이나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상품 판매 절차 규제와 관련된 본질적인 취지를 생각해보면 그렇게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감원은 2021년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사들에게 투자자들에게 주요 사항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원금 100%를 돌려주라는 분쟁 조정안을 내놓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