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95일만에 떠난 이동관...다시 표류하는 방통위

이상인 위원장 직대 체제 전환...6기 방통위원 재구성 난항

방송/통신입력 :2023/12/01 16:25    수정: 2023/12/03 14:04

방송통신위원회가 취임 95일 째인 이동관 위원장의 사임으로 재차 표류하게 됐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처리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의 면직안 재가로 수개월의 직무정지 위기는 막았지만, 6기 상임위원 재구성의 난관이 예상되는 만큼 방통위의 정책 기능은 다시 멈추게 됐다.

방통위는 이동관 위원장의 사표 수리에 따라 이상인 부위원장의 위원장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한다. 앞서 한상혁 전 위원장의 해임 이후 김효재 전 위원이 위원장 직을 수행한 것에 이어 올해 들어 두 번째 직대 체제가 됐다.

그동안 방통위는 전 정권의 인사 논란으로 시작해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재승인 조작 의혹 등 지난해 10월부터 검찰의 수차례 압수수색과 감사원의 감사 등 어수선한 상황이 이어져 왔다. 또 국과장 인사의 구속과 한상현 전 위원장의 해임에 이르면서 한 차례 멈춰 섰던 방통위가 거듭 표류하게 됐다.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

김효재 전 위원의 직대 체제에서는 윤 대통령 추천 몫의 이상인 부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추천 몫의 김현 전 위원의 상임위원 3인 체제로 안건을 의결해왔다. 이후 이동관 위원장이 합류한 뒤에는 이상인 부위원장과 함께 윤 대통령 추천 위원 2인만으로 주요 정책을 결정했다.

이와 달리 이상인 위원장 직대 체제에서는 의결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즉, 행정 조직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정책 기능 수행만 가능케 된 셈이다. 예컨대 조직개편 이후 미뤄진 국장급 인사 정도가 가능할 전망이다.

반면, 연말 유효기간 만료를 앞둔 지상파방송사 재승인은 내년으로 미뤄야 할 판이다. 재승인 심사위원회를 미리 꾸려 사전 작업을 하더라도 새 위원장이 청문을 거쳐 취임해야 이전과 같은 최소 인원 의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새 방통위원장을 세우는 일도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탄핵소추안 발의와 국회 본회의 직전 대통령의 면직 재가로 여야의 감정은 더욱 골이 깊어졌다. 국회 인사청문 문턱을 고이 넘기 어렵다는 뜻이다. 대통령이 지명할 새로운 위원장 후보자의 면면에 따라 여야의 긴장은 더욱 팽팽해질 수 있다.

때마침 대규모 개각이 예정된 터라 새 방통위원장의 인사청문에 쏠리는 관심이 조금이나마 분산될 수도 있지만, 세달 만에 떠난 전 위원장의 잔여 임기를 위한 인사청문회가 단연 주목될 수밖에 없다.

전 위원장이 가짜뉴스 근절을 강하게 추진하면서 법리적인 논란을 빚었고 보도전문채널 방송사업자 최다액출자자 변경 과정에서 탄핵소추 빌미가 제공됐는데, 이를 수습해야 할 인물을 차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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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장 후보자 외에 여야 추천 몫의 방통위원 후보자 논의까지 거쳐야 방통위의 정책 제 기능이 복원될 수 있는데 현재로선 요원한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방송학계 한 교수는 “미디어를 두고 정권에 전권을 두지 않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협의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조직 설치 철학이 정치권의 논리에 매몰되면서 벌어진 상황”이라며 “정치적 인사가 아니라 전문성을 내세울 수 있는 인물로 방통위 기능을 되살려야 하는데 오히려 더 정치성만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