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수장 인사가 마무리된 가운데 내년 전환기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두 회사가 어떤 전략을 펼칠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
LG에너지솔루션은 '44년 LG맨' 권영수 부회장의 용퇴로 세대교체를 통한 강한 혁신을 예고했다. 삼성SDI는 기존 최윤호 사장 체제를 유지하면서 기존 고부가가치 프리미엄 배터리와 연구개발 강화를 통한 초격차 기술 전략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신임 최고경영자 사장(CEO)은 1969년생으로 회사 설립부터 이끌던 권 부회장과는 12년 이상 나이 차이가 날 정도로 젊은피로 꼽힌다.
세대교체 만큼이나 김동명호는 권영수호와는 결이 다른 전략을 펼칠 것으로 점쳐진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과거 급속한 확장 정책으로 미주에서 외연확대에 힘 써왔다. 제너럴모터스(GM)과의 합작법인(JV)를 비롯해 혼다, 스텔란티스, 현대자동차에 이르기까지 회사의 단독 공장까지 합하면 미주에서만 10여 곳이 넘는 공장을 운영하게 된다.
하지만 세계적인 전기차 수요 및 전환 둔화 현상이 발생하고 전방산업이 부진하자 배터리 업계도 이른바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권영수호가 커지는 수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확장 정책을 취했다면 김동명호는 내실 다지기에 집중할 전망이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 고전압 미드니켈을 비롯해 신규 원통형 라인과 중저가 제품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공언한 상태다. 미주에서 내년부터 본격 양산을 시작하는 공장들의 수율 향상을 비롯해 공정 등 과거와는 판이하게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사장 역시 1일 취임사를 통해 "엄청난 양적 성장의 과정에서 수 많은 시행착오도 겪었다"면서 "나름의 값진 경험을 축적했지만, 깊이 있는 몰입과 성취를 이루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즉 급속한 팽창정책을 취했지만 내실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있었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 사장이 "지난 3년이 양적 성장과 사업 기반을 다진 엔솔 1.0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강한 실행력을 바탕으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압도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해 진정한 질적 성장을 이루는 엔솔 2.0의 시대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언급한 것을 볼 때 LG에너지솔루션의 '2.0'은 기술개발과 내실 다지기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SDI는 최윤호 사장 체제를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최 사장은 지난 2021년 삼성SDI 사장으로 부임해 약 2년간 회사를 지휘해왔다. 합작법인 설립 붐이 일었던 지난해, 삼성SDI는 특유의 정중동 행보를 보이며 업계의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곧 스텔란티스와 협력을 이끌어내며 최 사장은 세간의 우려가 기우임을 입증해냈다.
삼성SDI는 중대형전지와 고부가가치 배터리 등 프리미엄 배터리 전략을 지속적으로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현대차를 비롯해 주요 고객사에도 하이니켈 등 고가형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회사 역시 수익성 위주의 질적 성장을 공언한 만큼 저가형 시장보다는 고가형 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울 공산이 크다. 삼성 특유의 프리미엄 전략으로 시장 지배력을 높여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고부가 P5 배터리(최성능 전기차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 판매는 확대추세다. 삼성SDI의 올해 3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중대형 전지 내 자동차 전지에서 P5 매출이 확대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 회사의 차세대 배터리인 P6역시 내년 양산을 앞두고 있다. 현대자동차에 7년간 P6를 공급하기로 한 만큼 기존 전략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저가형 배터리 시장 역시 동시 공략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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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R&D)도 놓칠 수 없는 분야다. 삼성SDI는 이번 임원인사에서 중대형전지 담당 김재경·오정원 상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김 상무와 오 상무는 삼성SDI의 중대형 전지와 고부가가치 배터리 개발을 이끌어온 적임자다. 특히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를 2027년 양산하기로 한 만큼 기술개발은 더욱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이를 견줘보면 삼성SDI 역시 내실 다지기라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