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팹리스 中보다 뒤쳐져..."SW·설계 실무인재 키워야"

[이슈진단+] 한국 팹리스 생태계 육성하자(상)...글로벌 점유율 고작 1%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3/11/28 14:39    수정: 2023/11/29 09:00

한국은 세계 메모리 시장에서 70% 점유율(D램 70%, 낸드 50%)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는 3%, 팹리스에는 1% 비중으로 미비합니다. 대만(21%), 중국(9%) 보다도 낮은 수준입니다. 글로벌 상위 10개 팹리스 순위에서는 미국이 6개, 대만이 4개지만, 한국은 전무합니다. 시스템반도체는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70%를 차지하는 중요한 시장입니다. 세계 반도체 패권경쟁에서 우뚝 서려면 한국 팹리스를 반드시 키워야 합니다. 지디넷코리아가 2회에 걸쳐 국내 팹리스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ETRI 내 반도체 팹 (사진=ETRI)

"그동안 반도체 설계 기술에서 우리의 경쟁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중국이 양과 질에서 성장이 매섭습니다. 중국의 팹리스 기업 수는 2021년 4천587개에 달하지만 한국의 팹리스 기업 수는 2009년 200여개사를 정점으로 줄곧 내리막을 걸어오면서 100개 초반으로 줄었습니다."

김용석 반도체공학회 부회장 겸 성균관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이같이 말하며 한국 팹리스 현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김용석 부회장은 지난 23일 성남시가 주최한 'K-반도체 생태계 활성화와 기업 성장 방안' 컨퍼런스에서 '대한민국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기회와 지자체의 지원전략' 주제로 발표에 나서 한국 팹리스 산업이 위기의식을 갖고 정부와 전 생태계가 나서서 적극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삼성전자에서 31년간 시스템반도체, 이동통신 소프트웨어 개발, 갤럭시 제품 개발에 참여한 반도체 전문가다. 삼성전자 재직 시 대통령상, 국무총리상, 삼성기술상을 받았고, 삼성전자 엔지니어 최고의 영예인 사내 명예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올해부터는 한국팹리스산업협회에서 고문을 겸임한다. 

그래프=지디넷코리아

세트에 특화된 팹리스 기업 육성…SW 토탈 솔루션 구축 필요

한국 팹리스 시장이 성장하려면 세트 분야별로 특화된 팹리스 기업을 키우고, 수요자 위주 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 부회장은 "범용으로 사용되는 메모리와 달리 시스템반도체는 맞춤복에 해당하므로 고객사(세트 기업)의 니즈를 반영해야 한다"라며 "팹리스가 칩을 만들어서 사업화까지 가려면 통상적으로 1~2년 정도 소요되므로 시장을 예측할 줄 알아야 된다"고 조언했다.

즉, 공급자가 아니라 수요자 위주로 생각하고, '고객사가 어떻게 하면 더 쉽고 편하게 제품을 개발할 수 있을까'를 우선하는 서비스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팹리스 기업 스스로 노력해서 전문 영역을 구축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 팹리스 기업은 칩셋 뿐 아니라 레퍼런스 보드와 소프트웨어 패키지까지 제공하는 '토털 솔루션' 부분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김 부회장은 "칩을 개발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칩을 만드는 것은 전체 중에 50~60%만 차지할 뿐, 칩을 개발한 후 검증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기술도 필요하다. 팹리스가 칩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세트 업체 입장에서 3~4%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상용화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세트와 관련된 여러가지 소프트웨어 지원 사항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토털 솔루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팹리스가 개발한 칩이 상용화되려면 파운드리와 연결해 주는 디자인하우스(DSP) 업체가 뒷받침해 줘야 한다. 팹리스-IP(설계자산)-파운드리 업체 간 파트너십을 맺고 하나로 뭉쳐서 서로 도우며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표=지디넷코리아 박은주

실습 기반 실무 인재 양성…'시스템 아키텍트' 키워야 한다

국내 팹리스 시장을 키우려면 인력을 공급해주는 대학에서 실무 인재 양성도 시급하다. 대학에서는 ▲실습 기반 교육을 강화하고 ▲산업체 우수인력을 교육전담교수(전임)로 채용하고 ▲석박사 전문인력을 육성해야 한다.

김 부회장은 "아직도 대학은 이론 중심으로 교육하고 있어서 아쉽다"라며 "백엔드와 시스템설계에서 필요한 실무 인력을 키우기 위해 커리큘럼이 바뀌어야 하고, 산업체에 경험이 많은 분들을 전임교수로 채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시스템반도체 핵심 인력인 시스템 아키텍트(아키텍처를 만드는 사람)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스템 아키텍트는 육성은 대학이 혼자서 할 수 없고, 팹리스 기업 재직자 전문가 과정 개설이 필요한 부분이다. 시스템반도체 설계에서 진짜 필요한 인력은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시스템 인력이다.

최재혁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도 석박사급 설계 인력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세계 3대 반도체 학회인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에서 아시아 지역 부의장을 겸임 중이다.

관련기사

최 교수는 지난 23일 'ISSCC 2024' 간담회에서 기자를 만나 "반도체는 생산라인, 장비 유지보수, 칩 설계 등 각 분야마다 필요한 인력 수준이 다르다. 그 중에서 반도체 설계는 졸업 후 기업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석박사급 인력이 필요하다"며 "현재로서는 전국에서 석박사 인력이 1년에 100명도 배출되지 않고 있다. 대학과 정부에서는 반도체를 세분화해서 어떤 인력이 필요한지 정확하게 파악한 후에 거기에 맞는 전략을 세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그는 "최근 우리나라는 학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이 문제되고 있는데, 학생들에게 애국심만 강조할 수는 없다. 정말 똑똑한 학생들이 이공계에 입학해 설계에서 혁신을 이끌 수 있도록 좋은 대접을 해줘서 공대 입학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