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오는 30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통화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가운데 기준금리 동결이 예상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개선되고 있지만 국내에선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는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이달 17일부터 22일까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11월 금통위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 96명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행 수준인 3.50%로 동결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 밖에 3명은 0.0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하를, 1명은 0.25%포인트 인하를 전망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로 통화정책 기조 전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하지만 한국과 미국의 물가상승률 역전과 국내 가계부채 급등 영향으로 기준금리 동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2월 기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022년 동월 대비 6.0% 급등했다. 이후 ▲5월 4.0% ▲6월 3.0%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8월과 9월에는 각각 3.7%를 기록했으나 10월들어 다시 3.2%를 기록하며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반면 한국에선 부동산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6월까지 주택담보대출 순증액 규모는 10조4천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지난 7월 순증액 규모는 전월 대비 5조9천억원 증가했다. 이어 ▲8월 7조원 ▲9월 6조1천억원 ▲10월 5조8천억원 증가하는 등 매월 급격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다른 국내시장 전문가 역시 11월 금통위에서 가계부채 상황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3.50%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이투자증권 김명실 연구원은 “경기 부진이 완화되고 있으나 본격적인 회복 국면으로 보기 어렵다”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취약부문의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계부채는 증가 추세에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연말까지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며 “오는 2024년 상반기 중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결정 내용에 따라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허문종 실장은 “물가가 한국은행의 목표수준인 2%대로 안정되는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며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 불균형 확대를 우려해 오는 30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 안재균 연구원은 “가계부채 규모가 6개월 연속으로 월평균 5조7천억원 늘어나고 있다”며 “섣부른 통화완화 전환 언급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 10월 생산자물가지수 전월比 0.1%↓2023.11.21
- 안갯속 韓 경기, 2024년 반등 가능할까2023.11.13
- 한은·금감원, 신협·농협·수협 등 정보 공유2023.10.31
- 한국은행, 내년 첫 기준금리 1월 11일 결정한다2023.10.26
안 연구원은 “최근 국제유가 하락과 소비 둔화 등의 신호가 나타나고 있지만, 한국은행의 고강도 통화정책 기조를 약화시킬 명분으로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잡히지 않는다면, 기준금리 인상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