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국내 다른 배터리 기업 수장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확장 추세이던 배터리 산업이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새로운 전략으로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2일 권영수 부회장의 후임 최고경영자(CEO) 인사로 김동명 사장을 선임했다. 김 사장은 지난 1998년 배터리연구센터로 입사해 LG그룹의 배터리 전략을 진두지휘 했다. 45년간 LG그룹에 몸담은 권 부회장은 내년 3월 임기를 끝으로 회사를 떠난다.
LG에너지솔루션이 전격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하면서 SK온과 삼성SDI의 사장단 인사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우선 단연 관심이 쏟아지는 건 지동섭 SK온 사장의 거취 여부다. 지 사장은 지난 2019년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대표를 맡아오다 2021년 SK온이 분사하면서 초대 사장을 맡았다.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약 4년간 SK의 배터리 전략을 지휘했음에도 업계에서는 우선 유임쪽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지 사장은 정제된 인력과 사업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SK온의 확장 전략을 성공시켰고 그 과정에서 현대자동차, 포드 등 거대 완성차 기업과 협력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SK온의 발목을 잡던 수율 문제 역시 최근 안정화 단계에 돌입했다는 점도 고무적 성과다. 특히 영업손실을 대폭 줄여 오는 4분기로 흑자전환을 당겨잡은 것도 지 사장의 장기적 경영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지난 2021년 12월 신규 사장에 선임돼 현재까지 삼성SDI를 이끌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복심으로 불리기도 하는 최 사장은 그룹 내에서 신임이 두텁다는 평가다. 사내 이사 임기는 2025년 3월까지고 대표이사 임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최 사장 역시 유임을 예상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 사장은 이 회장에게 2주일에 한 번 꼴로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 전략을 직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삼성SDI의 기술력과 미래전략에 대해 연속성을 가지고 가야하는 상황이다. 또 27일 전영현 삼성SDI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이동한 것을 감안하면 삼성 SDI의 수장급 이동은 소폭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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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전기차 산업이 수요 둔화에 들어가면서 새로운 배터리 전략을 짤 수 있는 인물을 등용시켜야 한다는 관측도 있다. 최근 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 판매율 저조 여파로 투자와 판매 목표에 속도조절에 들어간 상태이고 국내 배터리 기업의 미주 공장 인력도 감원에 들어갔다.
현재까지는 급속한 확장 전략을 취해왔다면 향후엔 과거와는 결이 다른 내실과 기술 개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열린 CEO세미나에서 "빠르게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고 언급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