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삶의 이정표이자 동력이다. 꿈은 곧 미래의 삶이다. 꿈은 그래서 소중하다. 꿈은 사람마다 다르고 다른 만큼 다채롭다. 스트업이 꾸는 꿈도 그럴 것이다. 소중하고 다채롭다. ‘이균성의 스타트업 스토리’는 누군가의 꿈 이야기다. 꿈꾸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른 꿈꾸는 사람을 소개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된다. [편집자주]
“스타트업 CEO를 확 바꿔드리고 싶어요”
정다연 누틸드 대표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가 보기에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한 부류는 자신의 장점을 어필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장점과 연관된 익숙한 일을 좋아한다. 보통의 사람들이 그렇다. 이와 달리 자신의 약점이나 자신이 모르던 것을 파고들 때 더 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한계가 어디인지를 알 때까지 도전하는 사람들이다.
정 대표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주로 후자에 속한다고 본다.
“창업자는 타고나는 거 같아요. 문제를 자신이 직접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죠. 대학 다닐 때부터 스타트업 창업자를 많이 봐왔는데 저는 그런 점이 좋더라구요. 남편도 다섯 번이나 창업을 한 사람이죠. 저 스스로 창업할 용기는 없었지만 대학 때부터 늘 창업자 곁에서 뭔가를 하고 싶었어요.”
■“창업자 곁에 있다 보니 빈 구석이 보이더군요”
테크 기반의 스타트업은 기술을 이용해 사회 문제를 기업의 방식으로 풀고자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자원이 세 가지다. 기술과 자금 그리고 사람. 창업자들은 대개 기술을 보유한 사람이거나 기술을 가진 사람을 잘 아는 사람이다. 기술을 이용해 문제를 풀고자하기 때문에 기술이야말로 창업의 원천이다.
기술에 기반한 아이템과 창업 멤버가 확보되면 사업이 시작된다.
아이템과 자금 문제는 정 대표 관심사가 아니다. 그 두 가지야말로 사업의 본류이지만 이 못지않게 창업자들을 괴롭히는 문제가 있다. 사업이 확장되려면 자금과 사람이 더 필요한데 사람이 늘어나며 생기는 문제가 그것.
“창업이 활성화하면서 아이템과 자금 문제는 어느 정도 공식이 있어요. 창업자가 늘 고민하고 잘 아는 영역이기도 하고요. 조언해주는 기관도 많죠. 사람 문제는 달라요. 여긴 감성의 영역이고 창업자에겐 미지의 공간이죠. 대표가 아이템과 자금에 집중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조직 갈등에 묶여 할 일을 못하는 경우도 많지요. 사람 문제가 가장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창업자가 적지 않아요.”
정 대표가 스타트업 창업자 곁에 있기 위해 찾은 공간이 그것이다. 강한 팀이 되기 위한 조직문화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의 문제다.
■공유되고 공감되는 기준이 있는가
스타트업은 초기에 아이템과 자금에 집중하다보니 조직문화를 만들기 쉽지 않다. 하지만 탄탄한 조직문화 없이 강한 팀이 될 수 없다는 게 정 대표의 생각이다. 사업을 하다보면 부침이 있게 마련인데 강한 팀과 약한 팀의 차이가 조직문화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정 대표는 그런 사례를 수도 없이 목격했다.
누틸드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컨설팅, 코칭, 강의 등 세 가지 솔루션을 제공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조직의 기준을 만드는 거죠. 우리는 그것을 ‘조직문화 파운데이션 빌딩’이라 말하죠. 회사의 ‘비전’을 구체화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가치’와 조직 및 개인의 ‘미션’을 도출하는 게 핵심입니다. 창업자들은 이를 머릿속에 어렴풋이 담고 있지만 직원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소통이 안 되는 거죠. 우리는 이를 13주 컨설팅 과정을 통해 정립해드리려 하고 있어요. 조직원 누구나 공유하고 공감하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만드는 거죠.”
■실천되지 않은 기준은 의미가 없다
기준이 있다 해서 그것이 곧바로 문화가 되지는 않는다. 기준은 실천을 통해 시스템으로 발전해야 한다. 그것이 2단계이다.
“우리는 2단계를 ‘CEO 조직 매니지먼트 코칭’이라 부르죠. 강의와 그룹 코칭으로 진행되죠. 성장 단계별로 CEO의 역할과 책임(R&R)을 규정하고, 비전에 따른 조직별 목표를 설정하고, 퍼포먼스를 관리하고, 그룹별 피드백을 받는 것으로 구성되죠. 미션과 핵심가치가 잘 실천되도록 시스템을 갖춰가는 거죠.”
실천은 기준을 만들기보다 훨씬 어렵다. 작심삼일인 경우가 많지 않은가. 기껏 도출한 기준이 그저 문장일 뿐인 경우도 많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가장 신경 쓰는 게 ‘CEO 1대1 코칭’이에요. 사실 CEO도 사람이잖아요. 관성대로 행동할 가능성이 많죠. 기준은 그저 기준일 뿐이고 해오던 대로 하는 거예요. 자신은 기준을 안 지키면서 직원들만 기준을 안 지킨다고 생각하는 거죠. 거기서부터 갈등이 생겨요. 그러면서 본인은 그것을 모를 때가 많아요. 옆에서 보면 다 알죠. CEO부터 바뀌어야 해요. 강한 팀은 CEO가 기준을 가장 잘 실천할 때 만들어져요. 기준을 잘 지키는 CEO를 직원들은 좋아하죠. 직원들이 CEO를 좋아하지 않는 한 회사를 사랑할 수 없고 그런 곳에서 퍼포먼스가 나올 수는 없다고 봐야죠. 잘 나갈 땐 모르지만 위기 땐 금방 드러나요. 모두 떠날 생각을 하게 되지요.”
조직문화는 결국 창업자 그 자체일 수도 있는 것이다. 실천하는 강한 팀이 되기 위해서는 창업자가 바뀌어야 한다는 말과 같다.
■기준은 강고하면서도 유연해야 한다
기준을 만들고 그것을 시스템화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기업도 생물 같은 것이다. 끊임없이 변하고 신속히 대응해야만 한다.
“초기 아이템이 꼭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어느 정도 성공했더라도 그것만 가지고 영원히 계속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구조조정을 해야 할 수도 있고, 피봇(사업방향 전환)을 해야 할 경우도 생기고, 인수합병(M&A)을 할 때도 있구요. 그럴 때마다 비전과 미션이 바뀔 수 있고 핵심가치도 조정돼야 할 필요가 있어요. 무엇보다 사람이 뒤섞이게 될 때 조직문화를 유지 강화해야 할 필요가 생기지요.”
누틸드가 조직문화와 함께 채용 컨설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스타트업은 인재 뽑기가 기본적으로 어렵잖아요.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한 채용 관련 모든 과정도 컨설팅을 하고 있죠. 정확하게는 효율적인 인력의 순환(In & Out)이야말로 조직문화를 강화하는 핵심이죠. 조직의 비전과 미션 그리고 핵심가치에 동의하는 사람이 자꾸 늘어나고 이에 반하는 사람은 적어지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의 문제지요. 특히 사업 내용이 크게 변할 때 이는 더 중요하지요.”
■프리랜서처럼 하던 일이 사업이 되다
누틸드로부터 컨설팅을 받는 기업은 현재 22개다. 정 대표는 그러나 원래 창업을 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저 창업자와 함께 조직을 설계하는 일이 즐거웠다. 대학 때부터 창업자들과 많이 만나왔고 직장도 주로 스타트업에 다녔다. 마지막 직장인 웨딩북에서는 본격적으로 조직문화팀에서 일하며 즐거움이 컸다.
건강 문제로 회사를 그만둔 뒤에도 그 일이 계속하고 싶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창업자를 만나면 언제든 다시 그 일을 하고 싶었다. 문제는 자리가 있더라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기 어려울 것 같았다. 결혼하기 전에 연애를 하듯 바깥에서 같이 일을 먼저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러던 중 마침 프리랜서로 프로젝트가 들어왔다. 그 일을 알아주는 이가 있었고 프리하게 원하는 일을 하게 됐다.
프리랜서를 계속하기보다 팀을 꾸리기로 한 건 나름 체계화한 조직문화와 CEO의 역할에 대한 기본 원리를 본인한테 먼저 적용해보고 싶어서였다. 되는 지 안 되는 지 몸소 확인해보자는 취지다. 또 같이 일하는 동료라는 존재가 그리웠다. 신뢰하는 동료와 같이 성공 경험을 쌓아가는 짜릿함을 느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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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는 가야 할 길을 스스로 만들어낸 케이스다. 여느 컨설턴트나 코치와 다르다. 기법을 배워 가르치거나 먼저 한 경험을 전수하는 게 아니다. 창업가를 사랑하다보니 저절로 빈 구석이 보이고 그걸 채울 방법을 고민하게 된 것이다. 많은 창업가가 그렇듯 정 대표는 자신의 한계를 볼 때까지 달리고 싶어 한다.
덧붙이는 말씀: 정다연 누틸드 대표가 다음 인터뷰 대상으로 추천한 사람은 패션 리커머스 서비스 ‘차란’을 운영하는 마인이스의 김혜성 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