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으로 세계 커피 원두 시장 도전합니다"

[이균성의 스타트업 스토리](52)씨투씨플랫폼 서명석 대표

중기/스타트업입력 :2023/11/16 11:20    수정: 2023/11/18 22:12

꿈은 삶의 이정표이자 동력이다. 꿈은 곧 미래의 삶이다. 꿈은 그래서 소중하다. 꿈은 사람마다 다르고 다른 만큼 다채롭다. 스트업이 꾸는 꿈도 그럴 것이다. 소중하고 다채롭다. ‘이균성의 스타트업 스토리’는 누군가의 꿈 이야기다. 꿈꾸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른 꿈꾸는 사람을 소개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된다. [편집자주]

“오픈마켓으로 세계 커피 원두 시장 도전합니다”

커피와 원유는 두 가지 점에서 비슷하다. 생산지역은 극히 제한돼 있고 활용지역은 세계 전역이라는 점이 그렇다. 생산지역과 활용지역이 다른 만큼 글로벌 물동량이 클 수밖에 없다. 모든 품목 가운데 원유의 물동량이 가장 크고 그 다음이 커피다. 현재 세계적으로 거래되는 커피는 연간 약 750만 톤이다.

생산지역과 활용지역이 다르다는 점, 그 때문에 물동량이 크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커피와 원유는 크게 다른 점도 있다. 원유의 경우 산지별 품질이 매년 거의 비슷한 반면 커피의 경우 해마다 품질이 다르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 사실은 커피 생두 유통 시장을 경직시켰다. 커피 원두 유통업체는 많지만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를 허락하지 않았다. 원두를 감별하고 품질을 보증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서명석 씨투시플랫폼 대표는 오히려 이를 기회로 여겼다. 커피 생두 분야에서는 드물게 온라인 오픈마켓을 선보인 것이다.

서명석 씨투씨플랫폼 대표

■“커피 농장주와 구매자를 직접 연결”

‘C2C플랫폼’은 커피 농장주인 판매자와 생두를 사려는 구매자를 온라인으로 연결해주는 시스템이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글로벌 마켓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에는 해외지사도 설치해놓고 있다.

“커피는 농장의 기후 변화와 성장 환경에 따라 품질이 매년 달라져요. 이 때문에 커피 생두 구매자는 직접 농장을 찾아 검수하고 계약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지요. 구매 결정에 비용이 많이 든다는 뜻이죠. 커피 농장주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예요. 수확 시기에 맞춰 판매처를 직접 찾아 나서야 하고 자칫 판매시기를 놓치면 제값을 받지 못하고 수출업자에게 저가로 넘겨야 하는 실정이죠.”

C2C플랫폼은 양측의 이런 불편함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안됐다.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간편한 회원가입을 통해 직거래 할 수 있어요. 거래에 필요한 품질검사와 커뮤니케이션도 지원하죠. 품질검사는 공인된 커피품질평가사(Q-Graders)가 국제 기준에 맞춰 평가 점수(cupping score)를 제공하는 방식이죠. 안전을 위해 L/C 결제 거래 방식을 적용해요. C2C플랫폼이 결제 대금을 잡고 구매자가 생두 인수를 승인해야 판매자에게 돈을 송금하는 거래 방식이지요.”

서 대표에 따르면 커피 원두는 54가지 향(香)과 9가지 맛(신맛, 단만, 짠맛을 각각 상중하 세 개로 나눔)으로 나뉜다. 게다가 원산지도 표기해야 한다. 커피 원두 온라인 거래가 쉽지 않았던 까닭은 이를 구별하고 보증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글로벌 유통에 따른 복잡한 수출입 업무까지 결합돼야 한다. “C2C플랫폼은 이와 관련된 비즈니스 모델 특허를 획득했다”는 것이 서 대표의 설명이다.

서명석 씨투씨플랫폼 대표가 커피 원두를 검수하는 장면

■“중학교 때부터 사업을 시작한 셈이죠”

서 대표는 대학교 1학년 때인 스무살 이후 커피만 생각하고 커피 사업만 해온 사람이다.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학교 앞에 던킨도너츠 가게를 열었다. 이때 도너츠보다 커피를 주력으로 했다. 문득 창업자금이 궁금했다.

“중고등학교 때 번 돈이죠. 중학교 때부터 사업을 했어요. 준비물을 가져오지 않아 혼나는 학생들이 안타까워 사물함에 준비물을 마련해놓고 팔았죠. 나중엔 사물함 10개를 썼어요. 친구들의 사물함을 임대했던 거죠.”

이런 일이 학교에서 가능했던 걸까.

“걸렸어요. 부모님을 모셔오라 하더군요. 그런데 어머님이 그러시더군요.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니라면 관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구요.(웃음) 용기를 갖게 해준 말씀이죠. 그 뒤로도 조용조용히 계속 사업을 했죠.”

고등학교 때도 사업본능은 계속됐다.

“아버지 건물 1층에 휴대폰 대리점이 있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외국인 노동자들이 새 폰 개통을 주저하는 걸 알게 됐죠. 학생들이 폰을 바꾸면서 남게 된 중고폰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1년에 800대를 팔 수 있었지요.”

서 대표의 이런 사업본능 초등학교 때 개발됐다.

“과학발명반에 들었는데 그 때 발명은 ‘더하기 혹은 빼기’라는 사실을 알게 됐죠. 이미 있는 것에 무엇을 더하거나 뺌으로써 새로운 사용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점요. 결국 중요한 것은 그 물건이 필요가 있는가 없는가라는 사실이라는 점도요. 불편을 없애주려는 생각에서 사업이 출발한다는 점도 그때 알게 됐죠.”

선적 과정에 있는 커피 원두

■커피 사업을 위한 세 가지의 길

던킨도너츠 가게는 10개월 만에 접었다. 노력대비 보상이 적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대신 ‘마사커피’라는 브랜드를 직접 만들었다. 프랜차이즈에 나섰다. 2년만에 대구경북지역에서 매장이 60개까지 늘어나게 되었다.

“2011년이었어요. 사업은 확장일로였지만 군대에 가야될 형편이었고 마사커피는 매각했죠. 군대에 갔다 와서는 커피를 더 잘 알기 위해 미국에 갔습니다. 커피 감별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죠. 그동안 해왔던 카페 사업은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봤죠. 카페가 너무 많아지고 있었고 경쟁력 유지가 쉽지 않다고 봤어요. 건물주와 인테리어 가게만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는 생두 유통을 택했죠.”

2014년에 설립한 대왕커피가 그것이다.

“대왕커피를 하면서 생두 유통 시장의 문제점을 파악한 거죠. 동서식품 같은 경우 수입량이 엄청나기 때문에 산지에 인력을 파견해 품질을 평가한 뒤 콘테이너 규모로 물량을 들여오죠. 다른 곳은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죠. 그래서 새로 설립한 게 C2C플랫폼이죠. 산지와 커피 사업자를 온라인으로 중개하려고요.”

카페 '구테로이테'의 풍경

■새로 시작한 카페 사업 ‘구테로이테’

카페 비즈니스는 서 대표에게 향수(鄕愁) 같은 것일까.

“2021년이었어요.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며 빈 상가가 늘어날 때였죠. 평소 저 자리에 카페를 하면 좋겠구나 하고 생각했던 곳이 빈 거예요. 권리금도 없었죠. 카페 사업은 그만하려 했는데 덜컥 계약을 하고 말았어요.”

서울 강남 그 자리에 오픈한 게 ‘구테로이테’다. 독일 말로 ‘좋은 사람들’이란 뜻이라고 한다. 지금은 서울에서만 매장이 7개로 늘어났다. 무리하게 확장하기보다는 좋은 자리가 날 때에만 매장을 연 것이 그렇게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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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스무 살의 나이로 대구 계명대학교 앞에서 던킨도너츠 가게를 하며 커피와 인연을 맺은 지 벌써 햇수로 14년. 카페와 생두 유통과 온라인 오픈마켓 플랫폼까지 커피로 할 수 있는 사업을 종횡무진하고 있는 것이다.

덧붙이는 말씀: 서명석 씨투씨플랫폼 대표가 다음 인터뷰 대상으로 추천한 사람은 재테크 교육 플랫폼인 이지캠프의 김창수 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