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롬프트 기반 3D 모션 생성 AI 세계 첫 상용화"

[이균성의 스타트업 스토리] (51) 네이션에이 유수연 대표

중기/스타트업입력 :2023/11/06 13:01    수정: 2023/11/06 13:03

꿈은 삶의 이정표이자 동력이다. 꿈은 곧 미래의 삶이다. 꿈은 그래서 소중하다. 꿈은 사람마다 다르고 다른 만큼 다채롭다. 스트업이 꾸는 꿈도 그럴 것이다. 소중하고 다채롭다. ‘이균성의 스타트업 스토리’는 누군가의 꿈 이야기다. 꿈꾸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른 꿈꾸는 사람을 소개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된다. [편집자주]


“프롬프트 기반 3D 모션 생성 AI 세계 첫 상용화”

유수연 네이션에이 대표는 이제 창업 2년차의 신출내기 CEO다. 그러나 사업을 풀어나가는 방식은 상당히 원숙해 보인다. 창업의 계기와 목적이 뚜렷하고 사전준비도 탄탄했던 듯하다. 스타트가 순조롭다. 기술의 대세에 순응하면서도 열풍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 만의 자리를 잘 골라 순풍에 돛을 단 모습이다.

AI 스타트업 가운데 오래전부터 준비한 팀도 적지 않다고 할 수 있지만 챗GPT 열풍에 얼떨결에 편승한 팀도 없다고 할 수 없다. 이 둘을 가르는 것은 결국 창업자가 어떤 문제를 어떻게 풀려고 했는지에 대한 질문의 차이일 터이다. 유 대표가 풀려는 문제는 중요하지만 그동안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이다.

3D 콘텐츠 생성 AI가 바로 그것이다.

“네이션에이처럼 프롬프트 기반으로 3D 모션을 생성해서 완결성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상용화 서비스를 출시한 팀은 아직 세계적으로도 없습니다. 관련 연구마저 매우 부족한 상태죠. 그야말로 미개척 분야입니다. 네이션에이가 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선점 깃발을 꽂은 셈이라 할 수 있죠.”

유수연 네이션에이 대표

■3D 콘텐츠에 왜 생성 AI가 필요해졌나

세계 디지털 콘텐츠 시장은 약 560조원이다. 연평균 성장률도 28%다. 시장이 크면서도 성장 속도가 빠르다. 특히 2030년이면 이 시장의 50%가 3D 콘텐츠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문제는 생산성이 낮다는 점.

“메타버스가 한때 크게 주목받았지만 지금은 관심이 줄었지요. 서비스 품질이 대중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거고, 이는 3D 콘텐츠 제작에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이죠. 비용이 많이 드는 까닭은 오래 훈련 받은 숙련된 전문가가 노동집약적으로 작업을 해야 되기 때문이죠. 결국 비용의 벽을 아직 넘지 못한 거죠.”

이 문제는 메타버스 뿐만이 아니다.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등 콘텐츠 산업 대부분이 마찬가지다. 디지털 콘텐츠, 그 중에서도 움직임이 있는 3D 콘텐츠 비즈니스에서는 생산성을 높이는 게 최대 관건이라 할 수가 있다.

“메타버스란 용어는 잠시 시들하지만 그 추세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죠. 요즘은 애플을 비롯한 빅테크가 ‘공간 컴퓨팅(Spatial Computing)’이란 이름으로 엄청난 투자를 진행 중이죠. 애플의 ‘비전 프로’나 메타의 ‘퀘스트’가 공간 컴퓨팅을 대표하는 단말이죠. 중요한 사실은 공간 컴퓨팅의 기본이 되는 데이터가 3D 데이터라는 거예요. 3D 데이터를 누가 더 빠르고 쉽게 생성하느냐의 싸움이 되는 것이죠.”

3D 데이터의 용도는 이보다 훨씬 넓다. 건축, 제조, 헬스케어, 의료, 교육, 로봇, AR/VR 등이 모두 3D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

■“비용은 100분의 1 시간은 1000분의 1로”

3D 콘텐츠는 만들기가 어렵고 제작시간도 오래 걸린다. 3D 모션 데이터 생성이 전문가의 노동집약적 작업인데다 모션 캡쳐 등에 고가의 장비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전문가가 SW 기반 코딩 수작업을 할 경우 10초의 동작을 제어하는데 10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3D 영화 아바타2 제작비가 무려 2~3조원에 달하고, 3D 게임 언차티드4 제작비가 1400억여 원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겠다.

“네이션에이가 SaaS 방식으로 내놓은 3D 데이터 생성 AI인 '뉴로이드(Neuroid)'는 3D 모션 데이터 생성 과정에서 비용과 시간을 드라마틱하게 줄여줘요. 시간은 1000분의 1로 비용은 100분의 1로 절감할 수 있죠. 무엇보다 프롬프트를 통해 텍스트나 음성으로 3D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죠.”

네이션에이 임직원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프롬프트 입력창에 ‘소녀가 걷는다(A girl walks)’거나 ‘10명이 달린다’ 또는 ‘10만명이 전쟁을 펼친다’ 따위의 텍스트를 입력하면 관련된 3D 콘텐츠를 순식간에 생성해주는 식이다. 3D 콘텐츠 제작의 문턱을 확 낮추어준 거다.

■글로벌로 상용화해 돈 버는 국내 첫 생성 AI

유 대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상용화한 프롬프트 기반 3D 모션 생성 AI는 '뉴로이드' 외에는 찾을 수 없다. 아직까지는 세계 유일의 서비스인 것이다. 당연히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생성 AI를 내놓은 곳은 아직 없다.

뉴로이드에 특히 눈길이 가는 까닭은 글로벌 론칭한 뒤 급성장하며 매출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국내 생성 AI가 해외 일반인을 상대로 한 B2C 서비스를 상용화하고 매출을 발생시킨 사례는 찾기가 힘들다.

“10월10일 글로벌로 론칭하기 전에 네이버나 SK텔레콤 그리고 게임 업체를 비롯해 30여개 기업과 협력하며 기술 검증을 마치고 20여개 회사로부터 구매의사를 확인했어요. 아마 이들 사업도 차근차근 진행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목표는 처음부터 이 분야 글로벌 1위에요. 우리가 처음 개척하는 시장이니까요. 그래도 초기 타깃 목표가 중요했어요. 3D 모션 데이터를 다루는 분들이 결국 우리의 고객인데, 초기에는 너무 무겁지 않은 3D 모션 데이터를 취급하는 분들을 찾는 게 중요했었죠.”

그 타깃이 로블록스 내 3D 콘텐츠 크리에이터다. 로블록스는 누구나 가볍게 게임을 만들고, 또 다른 이가 만든 게임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이다. 사용자 계정이 약 10억 개고 액티브 유저만 1천만 명에 달한다.

“예상이 적중했어요. 론칭 하루 만에 가입자가 3만 명을 돌파하고 7일만에 50만명을 넘었죠. 1개월도 안 돼 100만명에 육박하고 있는데, 이는 인스타그램(2.5개월), 페이스북(10개월), 트위터(2년) 등에 비하면 경이로울 정도이죠. 세계적으로 3D SW 사용자 계정 수는 30억이고 유료 사용자만 3천만 명 이상이죠. 처음에는 로블록스 크리에이터를 타깃으로 하지만 점차 3D SW 사용자 전체로 늘려가야죠.”

초기엔 B2C로 시작하지만 데이터가 더 쌓이고 시스템이 더 고도화하면 게임 등 콘텐츠 업계와 협력하는 B2B도 늘려갈 계획이다.

매출 계획도 웅장하다. “사업 첫해인 작년엔 2억 원의 매출을 일으켰지만 올해에는 20억원, 내년에는 258억원, 2025년에는 2천90억원, 2026년에는 7천100억원 등 초기에는 매년 전년대비 10배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어요.”

꿈도 웅장하다. “시작은 3D 콘텐츠 제작을 돕는 생산성 도구지만 궁극적으로 3D 데이터 및 기술 관련 세계 1위가 되는 것입니다.” 그 길에 우여곡절이 많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 스타트는 경쾌하면서도 탄탄한 듯 보인다.

유수연 네이션에이 대표가 '도전 K 스타트업' 왕중왕을 수상하고 있다.

■세계 첫 상용화와 세계 1위를 꿈꾸는 저력

유 대표는 삼성SDS 출신이다. 물리학을 전공했지만 IT 개발자로 시작했다. 그런데 IT 개발보다는 사업 개발에 더 관심이 컸다. 비즈니스를 통해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고 싶은 욕구가 컸기 때문이다. 첫 직장인 삼성SDS에서 10년을 다니는 동안 마지막 3년을 사내벤처의 리더로 활동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사내벤처를 하게 되면서 창업은 피할 수 없는 길이 되었다. 모두 AI를 데이터 분석 기술로 여길 때 그는 다음 파도는 생성 AI일 것으로 직감했다. 그게 2019년이었으니 챗GPT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기 2년 전이었다. 그중에서도 3D 데이터를 염두에 뒀다. 이유는 간단했다. 너무도 큰 시장인데 아무도 안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창업을 하게 된다면 해야 할 일이 이미 분명하게 제시돼 있었던 것이다.

주변에서도 창업 권유가 많았다. 주로 알고 지내던 투자회사 관계자들과 스타트업 창업자들이었다. 모든 게 너무 분명해보였다. 기회였다. 2018년부터 전문엔젤투자자로 활동한 경험도 사업에 뛰어들 적기라고 속삭여줬다.

상용화를 조기에 시킬 수 있었던 데는 사업의 순서가 주효했다. 먼저 구현하고자 하는 서비스를 분명히 한 뒤 이에 맞춰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자체 개발하고 또 모델에 맞춰 데이터 셋을 만든 것이다. 재료와 기술에 앞서 문제를 먼저 파악한 뒤 문제를 풀 기술과 재료를 효율적으로 조달했다고 볼 수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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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대표가 구상하는 네이션에이 미래를 잘 설명해주는 한 장의 도표가 있다. 그 도표는 4개의 질문과 답으로 돼 있다. 생성 AI의 언어 모델은? 챗GPT!, 이미지 모델은? 달리(DALL-E) 등등!, 비디오 모델은? 신디시아(Synthesia) 등!, 그리고 마지막 질문은 3D는?이다. 그 답이 바로 네이션A!라고 유 대표는 말한다.

덧붙이는 말씀: 유수연 네이션A 대표가 다음 인터뷰 대상으로 추천한 사람은 스타트업을 위한 팀 빌딩 솔루션 업체 누틸드의 정다연 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