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전산망, 벌써 3번째 스톱…"공공SW사업 한계 때문"

"불공정 관행 답습-업무구조 비체계적"…발주 때부터 SW전문가 참여해야

컴퓨팅입력 :2023/11/20 13:31    수정: 2023/11/20 14:47

법원 전산망과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나이스)에 이어 온라인 민원 서비스와 공무원 행정시스템까지 올해만 3번에 걸쳐 국가기관 전산망 장애가 발생하면서 공공 소프트웨어(SW)의 구조적 한계를 혁신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20일 IT서비스사업협회 등 관련 업계에서는 지난 주말 발생한 국가 전산망 장애를 방지하기 위해선 공공SW 사업 구조를 혁신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공무원 행정전산망과 온라인 민원 서비스 '정부24'에 처음 장애가 발생한 것은 지난 17일 오전이었다. 이번 사고로 부동산 거래를 위한 인감증명서 발급을 비롯해 대출, 전입신고를 위한 인증 작업, 세금 납부 등이 모두 마비됐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번 사고는 금요일 오전에 발생해 월요일 오전에 마무리됐다. 주초 평일 아침에 같은 일이 발생했다면 걷잡을 수 없는 피해를 입었을 수도 있다. 

특히 그 동안 문제가 됐던 다른 공공 시스템까지 영향을 미칠 경우엔 상당수 정부 업무가 마비됐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지방행정전산서비스장애 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사진=뉴시스)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는 이번 사고가 관련 네트워크 장비 오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IT서비스 업계에서는 국가기관 전산망을 구축한 대규모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의 구조적인 문제와 관련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 동안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은 불공정 관행이 관습화 되고, 업무 구조가 체계화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런 상황에선 차세대 공공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업구조가 변경되지 않는다면 현재 가동되고 있는 차세대 서비스를 비롯해 앞으로 구축 예정인 공공 서비스 역시 비슷한 사고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 반복되는 먹통 사고, 다음엔 모든 시스템 마비 우려

이번 행정망 마비는 네트워크(NW) 스위칭 장비 이상 때문에 발생했다. 스위칭 장비 이상 후 트래픽이 몰리면서 사고 대비를 위해 마련해뒀던 이중화 장비까지 장애를 일으킨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선 행정시스템의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체 시스템을 실시간으로 한 번에 볼 수 없는 모니터링 시스템이 없었던 게 문제라는 것. 이 시스템이 있었다면 미리 장비 이상을 파악해 문제가 커지기 전에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공SW 사업을 발주하는 과정에서 SW전문가들이 거의 참여하지 않아 시스템의 전체적인 완성도가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전환(DX)이 본격화되며 다양한 민원 지원 프로그램이 공공시스템으로 통합되고 있다. 그만큼 공공시스템의 구조가 크고 복잡해지고 있는 추세다. 이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국민들의 불편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공공 시스템이 연달아 무너져 내리는 도미노 현상으로 인해 정부 자체가 마비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 전문성과 시스템 못갖춘 사업 구조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 시스템이 연달아 오류를 내고 있지만 개선 여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 사업 전반에 걸쳐 전문성과 시스템 부재가 원인이라는 것이 관련 업계의 지적이다.

SW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해 사업을 발주하는 과정에서 요건을 정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관리하는 체계가 없어 무조건 많은 기능을 추가하는데 급급해 실제 필요한 기능이나 시스템 전체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기업에겐 엄격하고 정부부처엔 그렇지 못한 정부의 태도와 근본적인 해결이 아닌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폭탄 돌리기 식의 책임 추궁도 문제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이번 사고 역시 운영 조직보다 시스템을 구축 및 운영에 관여한 기업들이 주목받았다.

행정시스템 마비로 국민이 큰 불편을 겪는 동안 주무부처는 정부24의 공지사항으로만 해당 내용을 알렸다. 오류의 원인이나 복구 일정은 포함되지 않았다.

카카오톡 서비스 중단 당시 전쟁 같은 비상상황을 언급하며 즉각적인 서비스 복구와 재발 방치책을 요구한 지난해와 대응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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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서비스 기업들은 공공SW 사업에 대한 정부부처의 인식과 사업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현재 서비스 중인 차세대 서비스를 비롯해 앞으로 구축 예정인 공공 서비스 역시 이런 사고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IT서비스산업협회 채효근 부회장은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위해 시스템을 최신화 한다고 하지만 모든 시스템을 통합 관리하기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도 제대로 구축되지 못한 것이 현 실정”이라며 “이미 연달아 발생한 사고로 인해 이번 시스템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상당부분에 문제가 있는 것이 예상되는 만큼 전수조사와 함께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