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삶의 이정표이자 동력이다. 꿈은 곧 미래의 삶이다. 꿈은 그래서 소중하다. 꿈은 사람마다 다르고 다른 만큼 다채롭다. 스트업이 꾸는 꿈도 그럴 것이다. 소중하고 다채롭다. ‘이균성의 스타트업 스토리’는 누군가의 꿈 이야기다. 꿈꾸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른 꿈꾸는 사람을 소개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된다. [편집자주]
“요리 시뮬레이션 게임 세계 1위 꿈꿔요”
김지인 그램퍼스 대표는 20년 경력의 게임 전문가다. 10년은 넥슨과 엔씨소프트에서 일했고, 10년은 창업자로서 그램퍼스를 이끌고 있다. 창업 동기는 “10년간 게임 ‘파는 일’을 해봤으니 이제 ‘낳는 일’을 해보고 싶어서”였다. 게임 속의 세계를 직접 건설하는 일이야말로 ‘게임의 꽃’이라고 생각한 거다.
게임을 만들되 잘 할 수 있는 곳에서 한 우물을 파고 싶었다. 인기 있는 장르보다는 수요가 꾸준하지만 경쟁은 덜한 곳. 그래서 찾은 곳이 요리 시뮬이이션 장르다. 키워드는 3개다. 주요 타깃은 ‘여성’이고 시장은 ‘글로벌’이며 분야는 ‘캐주얼’이다. 이 분야에서 세계 1위가 되는 것이 김 대표의 소망이다.
■“해외 시장부터 진출했지요”
그램퍼스의 요리 시뮬레이션 게임은 해외 버전과 국내 버전 두 가지가 있다. 먼저 만든 건 ‘쿠킹 어드벤처(Cooking Adventure)’라는 타이틀의 해외 버전. 2015년 출시했다. 첫 출발은 페이스북 기반이었고 출시국은 동남아 9개국이다. PC와 모바일에서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처음엔 페이스북 기반이었지만 지금은 구글과 애플의 앱 마켓플레이스에서도 다운받을 수 있다. 1년 뒤에는 ‘마이 리틀 셰프’라는 타이틀로 국내 버전도 내놓았다. 두 게임은 약 7년간 3300만 번 다운로드 됐다.
“7~8년 동안 게임이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 꽤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쿠킹 어드벤처’를 처음 내놓을 때 이용자가 게임 내에서 요리를 할 수 있는 공간인 식당이 4개에 불과했어요. 지금은 60여개로 늘어났죠. 요리 개수도 식당마다 약 40여개여서 전체적으로 볼 때 2500여개의 요리가 있어요. 지난 7~8년 동안 게임 내 스토리가 풍부해졌고 그래서 많은 이용자가 떠나지 않고 남아계시는 거죠.”
두 게임의 현재 하루 활성사용자는 약 15만 명이다.
■“‘BTS 쿠킹온’에 기대가 커요”
요리 시뮬레이션 장르에서 ‘쿠킹 어드벤처’를 통해 지난 7-8년간 기반을 찬찬히 다져왔다면 내년부터는 ‘도약의 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이브와 협력해 만든 ‘BTS쿠킹온’이 내년 1분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BTS쿠킹온’은 ‘쿠킹 어드벤처’의 8년 노하우에 방탄소년단(BTS)의 글로벌 팬심이 결합된 야심작이다. ‘BTS쿠킹온’에는 BTS의 캐릭터인 7명의 ‘타이니탄’이 등장한다. 타이니탄은 게임 속에서 요정 역할을 맡는다.
“‘BTS쿠킹온’의 세계관은 힘들고 어려운 삶을 요리를 통해 행복하게 만들어보자는 거예요. 게임 내에도 풀어야 할 문제가 있고 난관도 나타나죠. 요리를 하고 각기 다른 성향의 손님 구미를 제대로 잘 맞춰주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런 난관에 부닥쳤을 때 요정인 ‘타이니탄’이 불시에 나타나지요. BTS쿠킹온은 기존 요리 시뮬레이션 재미에다 타이니탄 포토카드를 모으는 수집 재미도 덧붙였죠.”
그램퍼스는 현재 시뮬레이션 게임 장르에서 세계 탑10 지위에 있다고 한다. “‘BTS쿠킹온’을 통해 이 분야 세계 탑3에 진입해보고 싶습니다. 물론 요리 시뮬레이션 분야에서는 가장 잘해보고 싶구요.” 김 대표에 따르면, 현재 요리 시뮬레이션 분야에서 가장 잘나가는 게임은 리투아니아 회사가 만든 ‘쿠킹 피버(Cooking Fever)’다. 일간 활성사용자만 1천만명대다. 이 게임을 넘어서는 게 그의 꿈이다.
■“10년 내내 힘들었어요”
‘게임의 꽃’으로 살아보기 위해 창업했지만 길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9년간 요리 시뮬레이션 분야에 집중하고 있지만 사실 첫 게임은 다른 분야였다. 소셜 캐주얼 카지노 게임이다. 클래식 카지노 게임 대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소셜 캐주얼 카지노 게임에 주력을 했지만 처음부터 쓴 맛을 봐야만 했었다.
“미국 등 외국인을 상대로 만든 게임인데 방향이 잘못됐던 것 같아요. 그들은 클래식을 좋아하는데 우리는 캐주얼로 간 거죠.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1년을 완전히 허비한 뒤 요리 시뮬레이션을 찾아내게 된 것이죠.”
아직까지 시원하게 돈을 벌어본 적은 없다.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매출 100억 원을 돌파했어요. 약 104억 원이었죠. 일시적으로 분기 흑자전환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램퍼스는 아직 적자 법인이에요. 지금까지 약 100억 원을 투자받았는데 그 돈과 매출에서 나온 돈을 게임 준비와 연구개발에 집어넣고 있어요. BTS쿠킹온을 글로벌로 론칭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더 필요하다고 보고 현재 투자를 더 유치 중인데 연말까지는 마무리를 지으려 하죠.”
■“메타버스 사업도 한 축이지요”
그램퍼스 임직원은 현재 약 100여명이다. 이중 70여명이 게임디비전 소속이고 나머지 30여명은 메타디비전에 소속돼 있다.
“게임회사들이 잘하는 것은 게임적인 재미 요소를 만들어내고 이를 운영하면서 쌓인 데이터를 관리할 줄 아는 일이지요. 이런 요소를 일반 서비스에 적용해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수도 있습니다. 메타디비전이 하는 일이 그것이죠. 현재 편의점인 이마트24의 애플리케이션에 이를 적용하고 있어요. 게임 요소를 통해 이마트24 앱을 더 재밌게 함으로써 사용자를 확대하고 체류시간을 늘림으로써 이마트24 앱 활용도를 높이는 거죠. 당연히 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결이 중요한 거구요.”
게임 요소만 가미한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 엔진을 개발해 사용자에 맞는 상품 큐레이션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고, NFT 기술을 활용해 이마트24 로열티 멤버쉽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마트24 앱 성능 향상이 알려지면서 아직 이름을 밝힐 수 없는 다른 두 곳과도 비슷한 사업을 추진하기로 협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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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을 극장에서만 20번 봤다고 한다. 하나의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려면 그런 집요함과 끈질김이 필요한가보다. 그런데 하나의 세계를 건설하는 일은 얼마나 더 깊고 지난한 일이겠는가. 그러기에 세계를 건설하는 일이 그렇게 매혹적인 작업일 수 있겠다. 김 대표가 ‘게임의 꽃’이라 말할 때 그 꽃은 집요함과 끈질김으로 견뎌야 하는 ‘매혹의 작업’일지도 모르겠다.
덧붙이는 말씀: 김지인 그램퍼스 대표가 다음 인터뷰 대상으로 추천할 사람은 XR 콘텐츠 기업 뉴메틱의 오성 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