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저의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부당합병·회계부정' 1심 결심 공판 피고인 최후진술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속적으로 회사 이익 창출하고 미래 책임질 젊은 인재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 제공해야하는 기본 책무가 있다"며 "이병철 회장님이 창업하시고 이건희 회장님이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신 삼성을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시키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것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라성 같은 글로벌 초일류 기업과 경쟁·협업하면서 친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배구조를 더욱 선진화시키는 경영, 소액 주주분들에 대한 존중, 성숙한 노사관계를 정착시켜야 하는 새로운 사명도 주어졌다"며 "이러한 책무를 다하기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앞서 2020년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도 '승어부 선언'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그는 “제가 꿈꾸는 승어부는 ‘더 크고 강한 기업’을 넘어 국민이 ‘신뢰하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회사의 존속과 성장을 위한 흐름에서 추진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사업의 선택과 집중, 신사업·신기술 투자 M&A 통한 모자란 부분 보완, 지배구조 투명화 등 통해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에 선제적 대비가 필요하다 생각해 이를 통해 회사에 존속과 성장을 지켜내고 국민여러분 사랑받다는 것이 저의 목표였다"고 말했다.
이어 "두 회사의 합병도 그런 흐름 속에서 추진됐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차원에서 제가 외부 경영자, 주요 주주들 그리고 투자기관 관계자들과 나눈 대화내용이 재판과정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오해되는 것을 보며 너무 안타깝고 허무하기까지 했다"며 "이 합병과 관련해 개인 이익을 염두에 둔 적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제 지분 늘리기 위해 다른 주주분께 피해를 입힌다는 생각은 맹세코 상상도 한 적 없다"며 "저와 다른 피고인들은 이 합병이 두 회사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으며, 검사님들이 주장하는 다른 주주에게 피해 입힌다든가 속인다든가 그런 의도가 결단코 없었다는 것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공판만 106회…"檢, 공짜 경영권 승계 vs 변호인, 경영상 목적"
이 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의 자본시장법 위반, 이 과정에서 벌인 업무상 배임 혐의로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결심까지 3년 2개월이 걸렸으며 106회 공판이 열렸다.
검찰은 삼성이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의도적으로 삼성물산의 가치를 낮추고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렸다고 주장한다. 이 회장 등은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분식회계를 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삼성바이오가 2015년 합병 이후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자산을 과다 계상했다는 혐의다.
검찰은 이날 최종 의견에서 "그룹 총수 승계를 위해 자본시장의 근간을 훼손하고, 삼성은 이 과정에서 각종 위법 행위가 동원된 말 그대로 삼성식 반칙의 초 격차를 보여줬다"며 "총수의 사익을 위해 회사와 주주들로부터 부여받은 권한과 정보비대칭을 남용해 각종 제도적 장치를 무력화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날 이 회장에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이 회장이 범행을 부인하는 점, 의사 결정권자인 점, 실질적 이익이 귀속된 점을 고려해 이같이 구형했다고 밝혔다.
이재용 회장 측 변호인단은 검찰 측 기소 내용을 전면 반박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경영상 목적이었다는 주장이다.
변호인은 "당시 유가하락 실적악화 어닝쇼크 등 주가 하락추세였고 물산에선 침체된 상황에 극복 방편으로 모직과 합병추진할 동기가 있었다. 이 부분은 법원도 인정했으며, 합병 목적이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는 판결은 확정됐다"며 검찰이 주장하는 것처럼 합병 후 주주 손해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 최후 변론까지 끝났다…선고 공판에 쏠린 눈
이날 검찰 구형 후 이재용 회장과 삼성은 침묵을 지켰지만, 무거운 분위기를 감추지 못했다.
재판장에서 이재용 회장은 개정 전부터 들어와 목을 축이며 긴장하는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함께 출석한 피고인들의 표정 역시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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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재용 회장과 피고인들은 최후 진술을 하며 목이 잠겨 잠시 말을 멈추고 감정을 추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재판부의 1심 선고에 따라 삼성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사법 리스크로 인해 이 회장의 경영 활동에 제약이 뒤따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선고는 내년 1월 26일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