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연금술사(Alchemist)가 아니라 AI화학자(AI-chemist)의 시대가 오는 것일까?
인간이 언젠가 화성에 진출해 기지를 개척하려면 현지에서 산소와 물 같이 생존에 꼭 필요한 물질을 자체 생산해야 한다. 이같은 자원을 지구에서 실어나르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특히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할뿐 아니라 로켓 추진제로도 쓰이는 산소를 현지에서 원활하게 생산할 수 있다면 우주 개척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화성에 있는 광물들 중 무엇을 어떻게 조합해야 효과적으로 산소를 만들 수 있을지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인공지능(AI)이 이 일을 맡으면 어떨까?
AI가 화성에 있는 물질을 기반으로 산소 생산을 위한 촉매 제조에 필요한 성분 조합을 찾아내고, 로봇이 이를 자동으로 합성하고 테스트하는 시스템을 중국 과학자들이 시범적으로 구현했다.
이 연구는 14일(현지시간) 학술지 '네이처 신세시스(Nature Synthesis)'에 실렸다. 향후 화성 유인 임무에 활용될 수 있으리란 기대다.
중국 허페이대학 연구진이 개발한 AI 로봇 시스템은 화성에서 유래한 것으로 확인된 운석들의 성분을 분류하고 이를 바탕으로 화학 성분을 추출해 촉매를 만들었다. 화성 물질에 대한 데이터와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기계학습을 거친 AI가 적절한 조성비를 찾았고, 소재를 처리하고 촉매를 만들어 테스트하는 과정은 모두 로봇이 처리했다. 이 과정에 사람은 개입하지 않았다.
이 'AI 로봇 화학자'는 이같은 과정을 반복해 최적의 촉매를 찾아냈다. 이는 사람 연구자라면 2천년 동안 작업해야 할 분량에 해당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이렇게 만들어진 촉매가 모의 화성 환경에서 제대로 작동함도 보였다.
연구진은 "이 연구는 AI와 로봇을 결합, 화성 운석에서 촉매를 자동 생산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라며 "향후 인류가 화성에서 산소를 생산할 길을 열어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도 화성에서 산소를 만드는 실험을 최근 실시했다. 화성 탐사선 퍼서비어런스에 MIT와 공동개발한 산소생성장치 '목시(MOXIE)'를 싣고 산소 생성이 가능한지 테스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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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시는 화성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가열, 일산화탄소와 산소로 분리하는 토스트기 크기의 장비다. 2021년부터 16차례 실험을 진행해 총 122g의 산소를 만들었다. 시간당 6g 정도의 산소를 만들 수 있고, 최적 조건에선 12g까지 생산량을 늘일 수 있다. 이는 우주인 한명이 10분 동안 활동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번 연구는 화학 분야 AI 활용의 가능성을 확대한 것이기도 하다. AI, 나아가 양자 컴퓨터가 신소재나 신약 후보 물질 합성 및 발굴의 효율성을 크게 높여줄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소재와 조성비를 찾는 것에서 실제 처리와 합성, 테스트까지 AI와 로봇 시스템으로 자동화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