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두 개체의 배아와 줄기세포가 섞인 '키메라' 원숭이가 탄생했다. 그간 키메라 쥐에 대한 연구 성과는 많았으나, 영장류 등 다른 종의 동물에서 양측의 세포가 고루 섞인 개체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만능줄기세포의 역할에 대한 이해를 높여 유전질환의 발병 및 치료, 인체 이식을 위한 장기 생산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중국 과학원 연구진은 원숭이 배아에 다른 원숭이의 배아줄기세포를 주입한 후 대리모에 이식해 원숭이를 태어나게 하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태어난 원숭이 주요 장기를 분석한 결과, 평균 67%가 기증자 원숭이에서 유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러 배아 중 한 마리만 제대로 성장해 태어나는 등 아직 성공률은 낮다.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셀'에 9일(현지시간) 실렸다.
연구진은 게잡이원숭이의 1주일 된 배아에서 만능줄기세포를 채취하고 녹색 형광빛을 띄도록 유전자를 편집했다. 나중에 원숭이 장기 중 이 줄기세포에서 유래한 부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줄기세포에 분화능을 높이는 처리를 해 실험실에서 키운 후, 미리 확보한 게잡이원숭이의 4-5일 된 배아들에 각각 최대 20개씩 주입했다. 이렇게 해서 74개의 키메라 배아를 만들었다.
이들 키메라 배아를 40마리의 대리모 원숭이에 이식해 이중 12마리가 임신했고, 최종적으로 수컷 1마리만 태어났다. 연구진은 이 한 마리와 태아 하나가 실질적으로 양측이 고루 섞인 개체였다고 밝혔다.
태어난 원숭이의 뇌와 폐, 심장, 간 등 26개 주요 장기 조직을 검사한 결과, 조직에 따라 21-92% 정도가 기증자에서 유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은 67%였다. 고환과 정자로 자라날 세포에서도 줄기세포에서 유래한 세포들의 존재가 확인됐다. 기존 키메라 원숭이 연구에서는 4.5% 미만의 세포만 줄기세포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태어난 원숭이는 저체온증과 호흡 곤란으로 생후 10일 만에 안락사했다. 임신 성공률이 낮고, 태어난 한 마리도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보아 기증자 원숭이의 줄기세포가 본래 배아의 발달을 따라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향후 키메라 배아의 생장 조건을 최적화하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연구가 인간 발달 과정을 더 잘 이해하고 유전병 치료법 개빌 등에도 활용 가능할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특정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가진 줄기세포를 정상 배아에 넣어 결과를 살피는 등의 연구가 가능하다.
관련 지식과 기술이 더 쌓이면 인간 장기로 자랄 줄기세포를 돼지나 영장류 배아에 주입해 키운 후 인간에 이식하게 될 수도 있다. 이식을 위한 장기를 키우는 플랫폼 기술이 될 잠재력을 가졌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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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뇌나 신경계로 분화할 줄기세포를 동물 배아에 이식하는 경우와 같은 윤리적 문제도 향후 제기될 수 있다.
젠 리우 중국과학원 교수는 “이 연구는 인간 만능줄기세포에 대한 이해를 도울뿐 아니라, 유전자 공학이나 종 보존, 질병 연구를 비롯한 바이오의학 분야에 많은 활용이 기대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