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간 파킨슨병을 앓아 보행이 어려운 환자가 척수에 전극을 심어 전기 자극을 가하는 시술을 받은 후 걷는 능력을 회복했다.
사람의 움직임에 장애를 일으키는 퇴행성 뇌질환인 파킨스병으로 인해 거동이 불편해지고 삶의 질이 급격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되리란 기대다. 다만 환자 한 사람의 사례라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스위스 로잔공대(EPFL) 연구진의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6일(현지시간) 실렸다.
파킨슨병이 진행되면 환자의 90%는 보행을 제대로 못 하거나 몸의 균형을 잃고, 걷는 중 다리가 굳어 움직이지 않는 등 움직임에 장애를 겪는다. 이는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환자가 일상에서 위험에 처할 가능성을 높이지만 뚜렷한 치료법이 없었다.
연구진은 파킨슨병 환자의 척수 경막 바깥 부분에 전기 자극을 가해 다리 신경을 활성화하는 신경보정 장치를 개발했다.
영장류 동물에 대한 실험을 거쳐, 이 장치를 30년 간 파킨슨병을 앓은 62세의 프랑스 남자 마르크 고티에르에게 이식했다. 건축가로 일하던 그는 병에 걸린 후 하루에 5-6번씩 넘어지고, 걸을 때 다리가 굳으며 동네 가게도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다. 그는 뇌심부자극(DBS) 등 각종 치료를 받았으나 큰 효과는 보지 못 했다.
연구진은 고티에르의 척수 중 자극을 가할 부분에 대한 개인 맞춤형 지도를 만들어 신경보정 장치를 정밀하게 삽입했다. 또 그의 다리와 발에 센서를 달아 보행 장애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걸음을 개선할 수 있도록 적절한 보정 신호를 다리에 전달하게 했다.
그 결과, 고티에르는 현재 더 이상 넘어지지 않고 걸으며 경직도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개선됐다. 전반적인 삶의 질도 함께 나아졌다. 척수 손상 환자에 대해 이같은 치료를 할 경우 효과가 단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고티에르는 2년째 효과가 지속되고 있다. 그는 2년 동안 하루 8시간씩 장치를 사용해 왔다. 또 DBS 치료를 병행할 때 더 효과가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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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리 쿠틴 EPFL 교수는 "그간 연구해 온 척수 자극을 통한 다리 움직임 조절을 척수 손상 환자를 넘어 파킨슨씨병 환자에도 적용한 연구"라고 말했다. 말기 파킨슨병 환자의 보행 장애를 개선한 연구는 처음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다만 이는 환자 한 사람만을 대상으로 새로운 치료법 개념을 검증해 본 정도의 연구이기 떄문에 다른 환자들에 일반화해 적용하기는 어렵다. 연구진은 내년 6명의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이 치료법에 대한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