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美 대선 향방에 촉각...트럼프 'IRA 폐지' 공약 예의주시

공약 현실화되면 中 기업에 경쟁력 저하 우려...실현 불가 의견도

디지털경제입력 :2023/11/10 09:24    수정: 2023/11/10 12:27

북미를 거점으로 외연 확장을 노리는 국내 배터리 생태계가 내년 11월 치뤄지는 미국 대선 정국에 요동치고 있다. 정권 재탈환을 노리고 있는 공화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 등 전향적인 정책을 예고하고 있다는 이유다. 특히 IRA가 무력화 될 시 저가 위주의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도 뒷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IRA 폐지는 내년 대권을 노리고 있는 도날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입에서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9월 27일(현지시간)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 집회에서 “백악관 탈환에 성공하면 취임 첫날 IRA부터 폐지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IRA 폐지를 대선 승부수를 내세웠다. 공화당 역시 IRA는 공산주의와 같은 법이라며 연일 정치 공세에 불을 지피는 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씨넷)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42%로 지지율 동률을 기록하고 있어 이를 허무맹랑한 무명 후보의 말장난 정도로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미주를 거점으로 글로벌 시장 외연 확대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3사는 미주에서만 총 16곳의 배터리 생산 공장을 가동하거나 건립을 앞두고 있다.

만에 하나 트럼프의 이같은 공약이 현실화 할 경우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국내 배터리 기업에 타격은 치명적이다. 실제 역대 최다 영업익을 경신한 LG에너지솔루션의 3분기 AMPC는 2천155억원으로 영업이익의 30%에 달한다. 또 SK온은 올 3분기 역대 최소 규모의 영업손익 861억원을 기록했는데 여기서 AMPC 수혜분 2천99억원을 제외하면 적자폭은 3천억원 수준으로 확대된다. 

SK온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중인 배터리 공장 (사진=SK온)

특히 IRA라는 장막에 가로막혀 미주 활로를 뚫지 못하는 중국 기업들의 공세도 막강해진다. 전기차 업황이 둔화된 상태에서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국의 배터리가 미주 시장을 잠식할 경우 국내 배터리 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미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은 비중국 시장에서조차 국내 배터리 기업을 위협하는 존재로 부상했다. 9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비중국 시장 기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판매된 업체별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중국 CATL은 전년동기 대비 104.9%(64.0GWh)의 세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며 LG에너지솔루션을 바짝 추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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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이 실현 불가하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당선이 되더라도 법안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하원과 상원의 과반수 통과가 필요하다.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을 통과하더라도 상원의 문턱까지 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 IRA가 보호무역주의를 기치로 내세운 만큼 폐지는 보수를 표방한 공화당의 이념과 배치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허윤 서강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만일 재집권한다면 기후변화 혹은 환경 관련 정책, IRA 등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이 취해왔던 조치들에 대해서 굉장한 변화는 예상된다"면서도 "대선 향방이 가려지지 않은 지금 단계에서 구체적인 형태를 전망하는 건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