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바이두, 美 규제 강화에 엔비디아 대신 화웨이서 AI칩 주문

로이터통신 "이미 상당량 납품…美 규제 돌파 방안 보여줘"

중국 주요 IT기업 바이두가 화웨이로부터 AI(인공지능) 반도체를 주문했다고 로이터통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존 주요 거래선인 엔비디아를 대체하기 위한 전략으로, 중국이 자체 공급망 강화로 미국의 규제를 돌파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두는 미국이 지난 10월 중국에 대한 AI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하기도 전인 8월, 화웨이에 칩을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바이두)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해 9월 엔비디아 최신형 AI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금지한 바 있다. 이에 엔비디아는 칩 성능을 낮춘 제품 공급으로 규제를 일부 회피해왔으나, 올해 10월 미국은 이마저도 금지하는 추가 규제안을 발표했다.

이에 바이두는 미국의 규제보다 한 발 앞서 엔비디아의 대체 공급망으로 화웨이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 바이두는 자사의 대형언어모델(LLM) '어니'의 데이터 학습을 대부분 엔비디아 AI칩에 의존해 왔다.

보도에 따르면 바이두는 200대의 서버를 가동하기 위해 화웨이의 '910B Ascend' 칩 1천600개를 주문했다. 해당 칩은 10월까지 60% 이상 납품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그간 엔비디아가 중국에 공급한 칩보다는 성능 및 공급 규모가 뒤떨어지지만, 이번 바이두와 화웨이간 거래는 중국 기업이 미국의 수출 규제를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평했다.

한편 중국 기업이 공급망 자립화를 통해 미국의 규제를 극복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화웨이가 지난 9월 출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 모델에는 7나노미터(nm) 기반의 모바일 AP '기린 9000(Kirin 9000s)'가 탑재됐다. 기린 9000은 화웨이의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설계를, 중국 주요 파운드리인 SMIC가 제조를 맡았다.

다만 중국은 미국의 규제로 7nm 공정 양산을 위한 최첨단 장비 반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SMIC가 구형 장비로 칩 회로를 여러 번 찍어내는 방식(멀티 패터닝)을 통해 미국의 규제를 돌파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