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공동 연구진이 약물의 생체이용률을 획기적으로 높여 보다 다양한 신약 후보 물질을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원장 양성광)은 단백질, 펩타이드, 저분자 등 모든 종류의 약물에 대해 생체이용률을 높여 경구 복용을 통해서도 치료 효능을 높일 수 있는 약물 전달 기술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연구는 KBSI 광주센터 정혜종 박사 연구팀과 전북대 의과대학 홍성출 교수, 미국 SNJ파마슈티컬 김현진 박사 연구팀의 산학연 국제 공동연구로 진행됐다.
약물이 체내로 흡수되는 효율을 생체이용률이라 한다. 소수성 물질은 친수성인 소화액에 녹지 않아 소화관을 통해 인체로 흡수되는 효율이 낮기 떄문에 먹는 약으로 개발될 수 없다. 신약 후보물질 중 70% 정도가 약효가 뛰어남에도 불구, 생체이용률이 15% 미만이라 신약으로 개발되지 못하고 버려지고 있다. 주사제 용액 역시 일반적으로 친수성이기 때문에 소수성의 약물 후보물질은 주사제로도 사용할 수 없다.
이러한 생체이용률 저조 문제를 극복하고자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니클로사마이드이다. 니클로사마이드는 코로나19 등 다양한 바이러스 감염병 치료에 효능이 탁월한 약물 후보물질이지만, 소수성이라 생체이용률이 저조해 항바이러스제로 개발되지 못하고 있었다.
최근 지질체를 활용해 약물을 봉입해 세포 내 표적에 전달시키는 방법으로 니클로사마이드의 생체이용률을 높인 기술이 임상시험 중이다. 그러나 항바이러스에 요구되는 생체이용률 수준에는 아직 못 미치고 있다.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담즙산의 생성·순환 과정을 모사한 약물 전달 기술이다. 담즙산은 세제와 유사한 역할을 해서 소수성 물질을 나노 수준으로 녹게 한다. 장에 도달한 대부분의 담즙산은 장간순환에 의해 간으로 재흡수돼 혈류로 돌아 체내에 전달된다.
이러한 나노 전달체 기술을 적용한 니클로마사이드 약물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마우스에 경구 투여 후 혈액에 남아있는 약물 입자의 양을 관찰한 결과, 생체이용률이 38.3%로 나타났다. 이는 동일한 조건의 비교 실험을 통해 나타난 순수 니클로마사이드 약물의 생체이용률(4.8%) 보다 8배 높은 수치다.
또 약물 투여 후 7일 동안 나타난 햄스터의 체온 및 체중의 변화도 살펴봤다. 약물을 투여하지 않거나 순수 니클로마사이드 약물이 투여된 대조군의 햄스터는 4일 만에 모두 죽었다. 반면, 나노 전달체 기술이 적용된 니클로마사이드 약물 실험군의 햄스터는 정상 체온 및 체중을 유지하면서 건강하게 살아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기술은 소수성의 저분자 약물은 물론, 그 동안 불가능하다고 여겨 왔던 각종 단백질과 펩타이드 기반의 신약 후보물질도 고효율로 체내에 전달시킬 수 있어 차세대 신약 개발에 대한 응용성이 높은 원천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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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I 정혜종 박사는 "현재 항비만 펩타이드 또는 단백질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다국적 제약회사들로부터 관련 기술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라며 "조만간 니클로사마이드가 각종 바이러스는 물론,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 치료에 효과적인 항바이러스제로 개발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KBSI의 광주센터 운영, 생물재난분석기술개발, 단백질 응집유래 난치성 노화질병 극복을 위한 통합분석 시스템 구축과 보건복지부의 보건의료기술연구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학술지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안티마이크로바이얼 에이전트(International Journal of Antimicrobial Agents)에 실렸다. 논문 제목은 Oral delivery of a host-directed antiviral, niclosamide, as a cholate-coated nanoformulation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