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 기업이라면 한번쯤은 “현재 회사의 개발 절차나 방법이 외부에서 적절하다고 인정할만한 수준인가”라는 질문을 할 겁니다. SP(소프트웨어 프로세스)인증은 회사의 제품 개발과 프로젝트 수행에 대한 전반적인 체계를 점검하는데 중요할 역할을 합니다."
올 7월 SP인증 2등급을 받은 모비젠(대표 김태수)은 SP인증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이어 "단순히 인증을 위한 프로세스 적용이 아닌 소프트웨어 신뢰성과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절차와 방법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보완함으로써 잘 만들어진 높은 품질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면서 "SP인증을 통해 체계화한 프로세스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면 생산성 향상에 따른 비용 절감은 물론 제품 품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모비젠은 데이터 기반의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하는 빅데이터 전문기업이다. 닷컴 열풍이 한창이던 2000년 3월 설립됐다. 김태수 창업자 겸 대표는 회사 설립 배경에 대해 "당시 017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던 신세기통신에 재직중이었는데, 신세기통신이 매각되면서 사내에 뜻을 같이 한 선후배들과 ‘모바일로 일을 내겠다’는 각오로 공동 창업했다"면서 "회사 설립 직후 카드 없이 휴대폰 번호만으로 결제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일명 ‘크레디폰 서비스’를 출시했는데 시장이 반응하지 않았다. 5~6년 후에 비슷한 서비스가 많이 나왔다. 우리가 서비스를 출시할 당시만 해도 모바일 금융에 대한 제재가 많았고 이런 사업을 하기에는 시장 환경이 성숙되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이에 모비젠은 사업 방향을 이동통신으로 전환했는데 당시 휴대폰 이용자가 급증하던 시기로 이동통신회사간 통화품질 경쟁이 치열했고, 품질 개선을 위해 휴대폰 사용자의 로그 분석이 필수 요소였다. 당시만 해도 하루 발생하는 로그 정보가 2~3억 건에 불과했는데,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적은 데이터를 해결할 방법이 당시 별로 없었다. 이에 모비젠은 분산처리, 메모리 기반 데이터베이스 등 현재 빅데이터의 근간이 되는 기술을 선도적으로 제안해 수주했고, 성공적인 사업 수행으로 국내 빅데이터 1세대 기업으로 회사의 기반을 다졌다.
한동안 이동통신 관련 사업에 집중하며 안정 궤도에 접어든 모비젠은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했고 그래서 택한 것이 빅데이터 사업이었다. 빅데이터 사업을 기반으로 한 '2기 모비젠'을 발진한 것으로, 2008년에는 국내 최초로 하루 10억 건 이상 빅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아이리스 DB’라는 대용량 데이터베이스를 자체 개발했다. 이후 데이터 처리와 저장, 분석, 시각화, 공유까지 이어지는 빅데이터 파이프라인을 모두 지원하기 위해 4개 솔루션으로 구성한 ‘아이리스 VDAP’까지 개발하는 등 매년 매출의 15%를 제품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임직원 80% 이상이 연구개발 인력으로 구성된 모비젠은 현재 220여 명의 직원이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작년에 33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SP인증을 받은 동기에 대해 김태수 대표는 "계기는 단순했다. 모비젠은 공공 분야 매출이 약 50% 수준을 점유하고 있다. 공공 사업에 참여할 때 가점을 받을 수도 있고 불필요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SP 인증을 검토했다. 하지만 SP인증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형식적인 SP인증 취득이 아니라 SP인증 취득을 통해 우리 회사 연구개발(R&D) 체계를 더욱 견고히 하고 품질을 확보하는 계기를 만드는 것을 더 큰 목표로 정했다"면서 "이런 목표에 따라 프로젝트 관리 및 협업툴인 '지라(Jira)'를 도입해 개발 프로세스를 표준화함으로써 제품의 버그 발생 빈도가 줄어들고 품질 개선과 비용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또 대규모 문서관리 도구인 컨플루언스(Confluence)를 통해 개발자간에 쉽고 빨리 문서를 공유하고 협업해 업무 생산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짚었다.
SP인증 과정을 통해 회사가 품질 프로세스에 맞춰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계기가 됐다는 김 대표는 "회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업무 방식이 문제가 없다는 점을 공인받았다는 점과 우리가 옳았다는 자신감이 생겨 업무 진행에 동기부여가 됐다"면서 "사내 개발 프로세스 점검이 필요한 많은 기업이 SP인증 제도를 적극 활용하면 좋겠다"고 권했다.
인증을 취득한지 몇 개월밖에 안됐지만 여러 면에서 조금씩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면서 "여러 부서들이 사내외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수행하고 있는데, 전사차원에서 각 사업부서에 표준 프로세스가 정착되고 있다"면서 "아직은 일부 어려운 점이 있지만 특정 부서에서는 일정 및 프로젝트 전반의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문제점을 사전에 점검할 수 있는 계기가 됐고 비용 절감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며 반색했다.
특히 연구소의 경우 애자일 기반 데브옵스(DevOps) 개발 방법론을 적용하면서 백로그와 이슈 등 개발 단위를 짧은 주기로 설정하고 최소한의 산출물로만 개발 업무를 수행했는데 소프트웨어 품질에 반드시 필요한 산출물과 절차, 그리고 품질을 향상하기 위한 필수 프로세스를 보완, 보다 내실 있는 R&D 프로세스를 확립했다고 들려줬다. 김 대표는 영업 측면에서도 변화가 있다고 말했다. SP인증을 취득함으로써 기술력이 있어도 참여할 수 없었던 사업을 수주하거나 가산점을 얻어 사업 수주율을 높였다는 것이다.
인증을 받을때 어려웠던 점과 교훈도 소개했다. "SP인증 준비 초기에는 사내에 관련 업무 담당자의 갑작스러운 공백 등으로 SP인증 전반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상황이었는데,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서 진행하는 SP인증 사전지원서비스를 통해 SP인증에 대한 전반적인 컨설팅을 받았고, 이로 인해 좀 더 수월하고 빨리 인증을 취득할 수 있었다"면서 "그동안 개별 프로젝트 수행에 급급해 문서화하지 않고 임기응변으로 대응했던 업무들이 적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사 차원의 표준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세스를 내재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면 개발중인 소프트웨어는 물론 프로젝트 품질도 높여 경쟁력을 확보하고 비용 절감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SP인증은 인증을 받은 후 관리도 중요하다. 김 대표는 "초기에는 연구소와 일부 사업부서에서 표준 프로세스를 사용했지만 몇 개월이 지난 지금은 개발 프로세스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부서에서도 도입해 사용하는 등 전사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면서 "특히, 이번 SP인증 심사 과정에서 애자일 방법론을 통한 개발과 문서화가 잘 돼 있다는 심사위원 평가를 들었는데, 품질 프로세스에 애자일 방법론을 적용해 신속한 개발과 안정적인 품질 균형을 맞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발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모비젠은 빅데이터 관련 여러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2008년 첫 출시 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는 ‘아이리스 DB’가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저가의 리눅스 서버에 분산 시스템 기술을 적용해 저비용으로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해 저장하는 빅데이터 DB 시스템이다. 초기에는 리눅스 서버 10대를 하나로 묶어 하루에 약 10억 건의 데이터를 처리해 저장할 수 있었는데, 수 차례 업그레이드를 통해 고가의 외산 솔루션에 비해 비용은 절반 수준으로 낮추고 동등한 성능을 보장하는 수준까지 개선했다. 현재 국내 여러 기업과 기관에 공급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한 고객사는 ‘아이리스 DB’를 통해 하루에 1천억 건, 한 분기에 약 10조 건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있는데 이는 단일 프로젝트로는 국내 최대 규모라고 모비젠은 강조했다.
모비젠은 '아이리스 브이뎁(IRIS VDAP-IRIS Visual Data Analysis Platform)'도 출시했다. 이 제품은 ▲개발부서 지원 없이도 다양한 저장소에 저장된 데이터를 직접 연결하고 ▲원클릭으로 분석에 필요한 데이터를 검색하고 필터링해 사용자 PC로 전달할 수 있으며 ▲직관적인 GUI로 통계 및 차트 형태로 데이터의 전반적인 특징을 이해하고 ▲자신에게 익숙한 분석 도구를 별도로 설치하지 않고도 가상 환경에서 제공하는 분석 도구를 이용해 분석 업무를 진행하며 ▲노코드/로우코드(No-code/Low-code) 방식의 드래그앤드롭(drag&drop)으로 웹기반의 데이터 분석 보고서 및 대시보드를 제작해 다른 사용자와 공유할 수 있다.
모비젠 고객사에 대해 김 대표는 "불과 5~6년전만해도 매출의 80%를 통신 산업 분야의 특정 대기업에 의존했다. 하지만 '아이리스'를 기반으로 한 사업 다각화 노력으로 공공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고객사를 다변화할 수 있었고 매출도 증가했다"면서 "현대차그룹을 포함해 한국전력, LH, 국토안전관리원, 수원시청, 인천시청, 서초구청 등 30 여 고객사에서 빅데이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강조했다.
모비젠은 올해부터 기존 수익 사업을 인공지능(AI)을 결합한 '빅데이터 사업'과 '네트워크 사업' '클라우드 사업' 등 3개 핵심 사업분야로 나누고 각 사업분야별로 세부 사업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예컨대, 빅데이터 사업의 경우 각 지자체에서 데이터기반의 공공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지자체용 빅데이터 플랫폼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민간 빅데이터 분야는 현재 제조 중심에서 타 사업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네트워크 사업 분야는 올해부터 공공 주도로 시작한 SDN(Software Defined Network) 사업에 본격 진출해 지자체, 한전, 국방 등에서 진행하는 SDN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또 아직 초기 단계지만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베스핀글로벌, 메가존 등 클라우드 분야 국내 대표 기업과 제휴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지속 발전을 위한 미래 사업에도 꾸준히 투자, 아이리스 VDAP을 통해 데이터 분석가 뿐 아니라 일반 사용자도 데이터를 다루고 시각화하는 등 데이터기반 서비스 대중화를 위해 클라우드 기반의 SaaS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외에 IoT와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팜 센서를 개발하고 공급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센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고부가 분석 서비스 개발에도 투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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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젠의 비전은 '전세계 사람들이 모비젠의 소프트웨어를 스마트하게 사용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회사 중장기 비전에 "조금은 막연히 보일수 있지만 100년 가는 모비젠을 만들기 위해 계획된 사업들을 차근차근 진행해 나간다면 5년 후에는 상당히 구체화된 모비젠의 미래 비전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국내 SW산업 발전을 위한 제안도 잊지 않았다. "어느 분야 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반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소프트웨어의 기반기술은 프로그램 개발, 즉 코딩이다. 이론을 갖춘 유능한 인재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직접 코딩 업무 수행을 통해 살아있는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 이러한 코딩 업무는 연구소, 대기업, IT부서에서 수행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스타트업, 벤처, 중소 개발 전문기업 등 개발 중심의 회사에서 수행하고 있다"면서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 시기에는 소프트웨어 인재들이 개발 중심의 회사를 선호했으나 지금은 코딩 업무의 기초 실무부터 다양한 경험을 축적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대기업으로 쏠리고 있다. 실질적인 프로그램을 주업으로 하는 중소기업에서 인재 구하기가 어려운 현재의 상황이 우리나라가 소프트웨어 강국으로 가는 길을 저해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이어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 업체가 대기업과 동등한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와 체계를 만드는데 더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