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건희 회장 3주기, 'KH 유산' 재조명...이재용 새벽 귀국

미술품 2만3천점 기증…'소아암·희귀질환 사업단' 발족

디지털경제입력 :2023/10/25 11:20    수정: 2023/10/25 13:14

25일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별세한지 3주기가 됐다. 재계에 따르면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3주기 추도식이 이날 오전 경기도 수원시 소재 가족 선영에서 가족과 일부 경영진만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됐다.

추도식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김재열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 등 유족들과 삼성 임원진 등 6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동행했던 이재용 회장은 선친의 추도식에 맞춰 이날 새벽에 귀국했다.

고인이 남긴 'KH(이건희) 유산'은 의료계와 미술계 등에서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고 이건희 회장 유족들은 천문학적 규모의 사회환원을 통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고 평가받는다.

유족들은 ▲한국 미술계 발전을 위해 故 이 회장이 평생 모은 문화재·미술품 2만 3천여점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하고 ▲감염병 극복 지원 ▲소아암 희귀질환 지원 등 의료공헌에도 1조원 이상을을 기부하는 3대 기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상속 재산의 상당 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유족들은 유산의 약 60%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사회환원을 실천한 것이다.

이들이 부담해야 할 12조원 이상의 상속세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역대 최고 수준이나, 유족들은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혀 주목받았다.

10월 18일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 로비에 전시된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모습(사진=지디넷코리아)

■ 이건희 컬렉션 '문화·예술품' 2만3천점 기증

유족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을 강조했던 고 이건희 회장의 철학에 따라 국립기관 등에 미술품 2만3천여점을 2021년 4월 국가기관 등에 기증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2021년 7월에 진행된 특별전은 지금까지 매회 매진을 기록하며 "이건희 컬렉션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다. 최근까지 200만명에 달하는 관람객이 전국의 미술관과 박물관을 찾아 유족이 기증한 국보급 문화재와 세계적 미술작품을 감상했다.

홍라희 전 리움 관장은 당시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을 관람하면서 "소중한 문화유산을 국민들에게 돌려드려야 한다는 고인의 뜻이 실현돼 기쁘다"며 "많은 국민들이 작품들을 보시면서 코로나로 힘들고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힌 바 있다.

미술계에서는 가치를 환산할 수 없는 방대한 작품들을 국가에 기증한 유족들의 결정이 '국민 문화 향유권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은 당시 "이건희 컬렉션 기증으로 '미술'이란 단어가 전국화, 보편화됐다는 점에서, 미술계에선 기증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을 만큼 파급효과가 컸다"며 "지금 한국 문화는 단군 이래 '최절정기'에 있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전시 모습.(사진=국립현대미술관)

지방 미술관의 이건희 회장 컬렉션도 대중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대구미술관 ▲박수근미술관 ▲이중섭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등에도 이건희 회장 컬렉션을 감상하려는 관람객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 2∼5월 울산에서 열린 특별전시에는 약 16만명의 관람객이 몰리며 지역 활성화에도 도움을 줬다.

삼성은 최근 한국 미술을 전 세계에 더욱 잘 알릴 수 있도록 세계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한국실 전담 큐레이터 운영을 위해 200만 달러를 후원하기로 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한국실은 이 선대회장의 후원을 받아 지난 1998년 만들어졌으며, 올해 한국실 오픈 25주년을 맞아 삼성이 추가 지원했다.

'이건희 컬렉션'은 2026년에는 미국 시카고미술관과 영국 런던의 영국박물관에서도 차례로 전시될 예정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 8월에는 광화문 월대 복원을 위해 용인 호암미술관에 소장돼 있던 서수상(瑞獸像)을 정부에 기증했다. 문화재청은 지난 15일 월대 복원 기념행사를 열고 서수상을 포함한 광화문 월대를 공개했다.

■ '소아암·희귀질환 사업단' 발족…본격적인 사업 개시

서울대병원은 2021년 8월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사업단'을 발족했다. 사업단은 공모를 통해 소아암, 희귀질환, 공통연구 등 총 73개의 연구과제가 수행 중에 있다. 이는 전국의 환아들이 골고루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공모 방식으로 사업과제를 발굴해 전국 어린이병원의 참여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이를 통해 서울대병원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사업단은 2021년 9월부터 전국 9개 주요 병원과 함께 급성림프모구백혈병을 앓고 있는 전국의 소아 환자들을 위해 검사비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건희 회장 유족들이 서울대학교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사업단'에 2021년 4월 기부했다. (사진=서울대학병원)

과제 책임자인 홍경택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의미 있는 기부금으로 전국 소아청소년 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아들에게 중요한 검사를 무상으로 지원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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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이건희 회장은 과학, 복지, 체육, 상찬 등 방대한 분야에서 사회에 공헌을 펼쳤다. 저소득 계층의 빈곤 탈출을 돕고 동시에 국내 탁아사업의 획기적인 질적 향상을 이끈 '삼성어린이집 사업', 최상의 의료서비스 문화를 정착시킨 의료원 사업, 올해 30년을 맞는 시각장애인 안내견 무상 지원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한편, 고 이건희 회장은 2020년 10월 25일 7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이 회장은 1987년 삼성그룹 2대 회장에 올라 26년 넘게 그룹을 이끌며 삼성을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