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의대 정원 관련 발언에 대한 건보공단의 대응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 18일 정 이사장은 국정감사에서 의대 정원이 확대되면 필수의료 전문의가 늘어나리란 이른바 ‘낙수효과’에 대해 “미미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고, 이와 상충되는 성형외과 및 피부과 의사가 증가하리란 전망에 대해 “그것은 너무 당연하다”고 밝혔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필수의료를 담당할 의사 수 부족을 해결코자 의대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걸고 있다. 정 이사장의 발언 자체는 논리적 모순이 발견되지 않지만, 해석에 따라 복지부의 논리를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건보공단이 즉각 보도설명자료를 배포하고 진화에 나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공단은 이사장의 발언 취지가 “필수의료분야의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원적으로는 20년 가까이 동결되어 있는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대신 해명했다.
또한 정 이사장은 과거 미국의 사례를 들어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은 확실하다”며 의사 수가 늘어나면 의료비가 증가하는 것을 기정사실로 봤다. 관련 발언은 다음과 같다.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은 확실하다. 예전에 미국에서 의사가 모자라서 수입을 했을 때, 의사가 부족하니 불필요한 검사가 늘어났다. 그래서 (의사를) 수입했는데 (의사) 숫자가 많아지니 또 각자 벌어먹기 위해서 그만큼 수익을 창출했다. 전체적으로 나아가야 할 건보공단의 주머니는 그 보다 훨씬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이러한 정 이사장의 발언은 의사 수 증가로 인해 건강보험 지출도 늘어날 것이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OECD 평균과 비교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의 의사 수. 이를 해결할 방법은 일견 의대정원 증원임은 사실과 부합해 보인다. 그간 의사단체의 반발로 논의가 중단됐던 것을 현재의 복지부는 역대 정부가 하지 못한 것을 해내겠다며 팔을 걷어붙이는 모양새다.
그런데 의료체계 정비 없이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은 자칫 역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음을 ‘본의 아니게’ 정 이사장이 연타로 꼬집은 셈이 됐다. 정 이사장이 사견을 전제로 발언한 것임에도 건보공단이 뒷수습을 하는 모습은 그리 자연스럽지 않다.
정 이사장은 보건의료 전문가로 건보공단 이사장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때문에 이사장의 발언을 기관이 다시 설명하는 것은 눈치 보기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