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첫 국정감사 데뷔가 파행으로 이어졌다.
이날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건강보험공단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정감사 자리. 강선우 더불어민주당은 건강보험연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뇌·뇌혈관 MRI 급여확대 효과 검토’를 인용하면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시행 이후 허혈성뇌졸중 조기 발견 비율이 17.2%에서 28.4%로 11.2% 증가했다고 밝혔다.
즉, 건보공단의 연구 결과를 통해 ‘문재인케어’의 효과성이 입증된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이후 정기석 이사장은 “자료가 나가고 나서 검토를 해보았는데 추가 연구 및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일시적 허혈상태가 조기발견과 임상적으로 다른데 연구원에 의사가 없다보니 개념을 잘못잡은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강 의원은 “개념을 잘못 적용한 자료를 바탕으로 국정감사 하라고 의원실에 제출한 것이냐”고 질타하자, 정 이사장은 “그날 자료를 급하게 요청해서 자료를 보완할 것을 지시했음에도 자료가 그 상태로 금요일 밤에 급하게 나갈 수 밖에 없었다”고 대답했다.
정리하면, 자료 보완 시간도 주지 않고 급하게 자료 요청을 한 의원실 때문으로 책임을 돌린 셈이다. 여기에 정 이사장은 상임위원의 질의에 웃음을 터뜨리며 대답했다.
강 의원은 “개념 잘못 적용된 자료를 제출해놓고 의원실이 급하게 제출하라고 해서 그렇게 됐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질타했다.
신동근 위원장이 오후까지 보완된 자료를 제출하라고 중재했지만, 정 이사장은 “짧은 시간 안에 분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한, 두 달로 끝나는 자료가 아니”라며 사실상 거부했다.
이번에는 신 위원장도 태도를 문제 삼았다. 신 위원장은 “제대로 된 자료도 제출하지 않으면서 웃고 넘어갈 일이냐”며 “해석에 문제가 있는 자료를 국정감사에 왜 제출하느냐”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자료 제출을 상당히 강요받았기 때문에 제출할 수 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강 의원은 “지금 강요했다고 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위원장도 “이런 식의 태도면 국감을 중지해야 한다”며 국감은 국회법에 따라 재판에 영향을 미치거나 국가기밀이 아니면 주게 되어 있는 것인데, 의원실에서 요청했다고 해서 강요라고 하는게 제대로 된 태도이고 정신이냐”고 강하게 질책했다.
그렇지만 국감은 여야 간 대결로 치달았다.
강기윤 국민의힘 간사는 “(정기석 이사장이) 자료를 잘못 제출한 것”이라며 “국감의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 이해를 바란다”며 야당의 양해를 요구했지만, 전혜숙 민주당 의원은 반박했다. 전 의원은 “급하게 자료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황당하다”며 “국민에 대한 사기행각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강선우 의원도 “자료 제출을 잘못한 게 아니라 거짓자료를 의도적으로 준 것이고, 의원실에서 빨리 달라고 강요해서라고 한 것”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고영인 민주당 간사도 “의원이 산하기관에게 자료를 요청하는 것은 정당하고 의무로 하는 것”이라며 “‘강요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발언으로써 사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국감이 파행으로 흐르자 신동근 위원장은 정회를 선포했다. 정회 이후 정 이사장은 사과하며 일단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