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 회사는 100년을 이어온 성장 동력이 ‘혁신’으로 꼽으며, 이를 위한 인재양성 시스템을 공개해 눈길을 끈다.
글로벌 비만 시장에서 노보 노디스크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앞서 GLP-1 유사체로 개발한 블록버스터 비만 치료제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에 이어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도 허가한 바 있는 ‘위고비 프리필드펜(성분명 세마글루티드)’ 덕분이다.
특히 위고비의 경우, 일주일에 한 번만 투여하면 되고 더 강력한 치료효과 때문에 각국의 의료소비자들은 언제 해당 치료제가 시판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월 회사의 온라인 글로벌 비전 선포식에 참여한 각국 언론들은 자국에 위고비가 언제 풀릴지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물론 회사는 삭센다와 위고비만 제조하지는 않는다. 회사는 당뇨병·희귀 혈액 및 내분비 질환 관련 의약품도 전 세계 170여 개국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덴마크 코펜하겐에 뿌리를 둔 노보 노디스크가 올해로 100년을 맞으며 성장한 배경에는 바로 ‘사람’이 있다. 80개국 5만800여명의 직원들이야말로 노보 노디스크를 지탱하는 힘일 터. 때문에 회사는 이들의 혁신을 장려하는 여러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일 대하는 ‘눈’이 바뀌었다”
현대 사회에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회사는 단순히 생계유지를 위한 수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노동자가 회사를 선택하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회사와의 동반 성장 욕구가 충족되는지 여부도 중요하게 받아들여진다. 회사 차원에서는 이를 ‘인재양성’으로써 접근하게 된다.
노보 노디스크는 ‘단기 직무 순환 제도(Short Term Assignment, STA)’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하다. 회사 조직 유연성이 유지되는 것은 해당 시스템 덕분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이 프로그램을 통하면 노동자가 본인의 직무 영역을 넘어 타 부서에서 단기간 근무하며 경험과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기간은 최소 1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한국 법인인 노보 노디스크제약에서도 STA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STA에 참여하고 있는 직원의 수는 총 25명. 영업부서의 경우, 인사부 교육·의학부·마케팅 등 타 직무를 경험할 수 있다. 직원들은 일을 바라보는 눈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비만 치료제 영업부에 재직 중인 조지훈씨. 조씨는 STA에 참여해 지난 6월부터 반년 가량 비만 치료제 마케팅 부서의 일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STA는 업무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STA 프로그램에 참여해 의료진·환자·영업 담당자의 요구를 함께 고민하게 됐죠. 처음 STA 업무를 시작할 때에는 걱정도 됐지만 여러 시각에서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바라볼 수 있게 되어서 만족스러워요.
비만 치료제 영업부에서 마케팅 담당자로 STA를 경험한 박준영씨는 개인 역량 개발 기회를 장점으로 꼽았다.
내가 보완해야 할 부분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어요. 저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타 부서와의 협업을 통한 성과를 내었을 때 무척 뿌듯하더라고요. STA 참여하는 동안 잠재력을 발산하고 성장시킬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해외 법인으로 근무 국가를 변경하는 근무 방식도 운용되고 있다.
회사의 ‘IO(International Organization) Graduate 프로그램’이 그것인데, 앞선 STA와는 달리 IO 형태로 채용된 사람에 한해 약 2년 간 본사가 위치한 코펜하겐과 아시아 지역 1곳을 순환 근무가 가능하다. 장기적으로 글로벌에서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사샤 세미엔추크 노보 노디스크 사장은 “회사가 만성질환 분야에서 혁신을 거듭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전 세계 모든 직원들이 각자의 우수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유연한 조직 문화의 힘이 있었다”며 앞으로도 국내 임직원들의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