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에서 기존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실리콘 포토닉스'가 주목받고 있다. 현재 TSMC, 인텔 등 주요 기업들이 관련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와 협력에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역시 실리콘 포토닉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는 있으나, 두 기업에 비해서는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게 업계의 주된 평가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차세대 반도체 공정 기술인 실리콘 포토닉스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실리콘 포토닉스는 기본 반도체 신호 전달 방식을 전기에서 전자·빛으로 구현한 광자(Photon)로 바꾼 기술이다. 광자를 활용하면 이론상 데이터 전송 속도를 기존 대비 수십 배 이상 빠르게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데이터 최대 전송 거리, 전력 효율성 등도 향상시킬 수 있다.
이 같은 장점 덕분에 실리콘 포토닉스는 AI(인공지능), HPC(고성능컴퓨팅) 등 고용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센터 산업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SEMI(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 실리콘 포토닉스 시장은 2022년 12억6천만 달러에서 2030년 78억6천만 달러로 연평균 25.7% 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TSMC, 인텔 등 주요 파운드리 기업들은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달 대만 연합보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TSMC는 주요 팹리스인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과 협력해 실리콘 포토닉스 및 패키징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관련 기술 개발을 위해 200명 이상의 직원으로 구성된 R&D 팀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보는 "TSMC가 주요 협력사들과 45나노미터(nm)에서 7나노급의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이르면 2024~2025년 양산 단계에 진입해 TSMC에 새로운 사업 기회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인텔은 TSMC보다 한 발 앞서 실리콘 포토닉스 기반의 제품들을 지속 개발해 온 기업이다. 특히 데이터센터 시장의 핵심 요소인 광트랜시버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데이터센터 내 수 많은 서버는 광섬유를 통해 전기 신호와 빛 신호를 상호 변환하며 데이터를 주고 받는다. 이 때 전기·빛 신호를 변환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소자가 광트랜시버다. 실리콘 포토닉스는 단일 칩에서 전기·빛 신호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어 광트랜시버 적용에 적합하다.
이스라엘 반도체 기업인 타워세미컨덕터와의 협업도 눈여겨볼 만하다. 앞서 인텔은 지난해 2월 타워의 인수를 추진했으나, 중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지 못했다. 이후 인텔은 지난달 타워와 파운드리 부문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타워는 CMOS 센서, PMIC(전력관리반도체) 등 아날로그 반도체를 전문으로 개발해 온 파운드리로 익히 알려져 있으나, 자체 실리콘 포토닉스 개발 플랫폼 또한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시장 진입을 위한 추진력은 아직 미미하다는 게 업계의 주된 평가다.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을 개발하는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우 약 4년 전 실리콘 포토닉스 상용화를 추진했으나, 핵심 인력의 사업부 이동 등으로 계획이 틀어진 바 있다"며 "현재는 종합기술원을 중심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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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관계자는 "실리콘 포토닉스가 데이터센터, AI 등과 연관성이 깊어 삼성전자도 관심이 없을 수는 없다"며 "다만 실리콘 포토닉스의 기술적 난이도가 매우 높은 만큼, 중장기적 관점에서 개발을 지속할 수 있는 여건이 먼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