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차에 접어든 국정감사에서도 여전히 플랫폼 기업들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의원들은 ‘네카쿠배(네이버·카카오·쿠팡·배달의민족)’로 대표되는 플랫폼 기업들을 반복해서 외쳤다. 플랫폼 갑질과 입점업체 수수료 문제, 스타트업 기술 탈취 의혹 등이 화두였는데, 특히 쿠팡이 여러번 언급됐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날 공정거래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정무위 국감에서는 쿠팡의 열악한 근로자 업무 환경과 자사 상품 우대 논란, 중소상공인, 입점 업체와의 미흡한 상생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 같은 플랫폼 기업 때리기 국감은 다음 주 예정된 종합감사 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를 비롯해 홍은택 카카오 대표, 이국환 우아한형제들 대표 등이 증인 명단에 거론되고 있다.
“쿠팡 공화국 되는 건 시간문제”
먼저 쿠팡 택배 노동자 사망 사고가 문제로 제기됐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쿠팡에서 택배기사들의 과로사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택배 현장에는 이미 사회적 합의가 마련됐는데, 쿠팡은 여전히 택배사가 아니라며 여기에(사회적 합의) 들어올 필요가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강성희 의원은 “쿠팡은 택배사다. 다른 택배사들이 준용하는 사안들을 유독 쿠팡만 지키지 않는 건 잘못된 일”이라며 26일 공정위 종합 국감에 쿠팡 물류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씨엘에스) 대표 증인 출석을 요청했다. 현재 쿠팡CLS는 운영·경영지원·신사업 부문으로 나눠 순서대로 강현오·홍용준·이선승 3인 각자 대표 체제다.
쿠팡이 자사브랜드(PB)를 우대하고, 다른 플랫폼과 비교했을 때 정산 주기가 길다는 비판도 나왔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플랫폼 당사자가 PB로 직접 경쟁에 참여하면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쿠팡 공화국이 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꼬집었다. 쿠팡이 PB를 내세워 시장 경쟁에 나서면, 중소상공인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여타 플랫폼(평균 10일) 대비 쿠팡의 긴 정산 주기(60일)를 놓고,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금 지급 기간이 길게는 70일까지 걸린다”면서 “판매 대금이 너무 늦게 정산돼 결국 입점업체는 대출받아, 내지 않아도 될 비용까지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업자 김범석 쿠팡 의장의 동일인 지정 문제도 재차 거론됐다. 공정위는 재작년 쿠팡을 대기업집단으로 정하며 미국 국적의 김 의장이 아닌 쿠팡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쿠팡은 올 중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전환됐지만, 여전히 동일인은 쿠팡 법인으로 유지되고 있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년 대기업집단 지정 때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지” 묻자,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국제통상 규범과의 정합성 문제로 계속 논의하고 있다”며 “연말까지는 시행령을 개정하려 한다”고 답했다.
“네이버가 아이디어 탈취” VS “업계 통용되는 판매 방식”
쿠팡 외에 네이버를 겨냥한 질문공세도 반복됐다. 먼저 네이버는 스타트업 아이디어 도용 의혹으로 지적을 받았다. 이커머스 플랫폼 스타트업 ‘원플원’을 창업한 김려흔 뉴려 대표는 정무위 국감 참고인으로 출석해 “네이버가 아이디어를 탈취했다”며 피해를 주장했다.
김려흔 대표는 재작년 9월 내놓은 원플러스원(1+1) 할인 형태의 원플원 서비스를 출시했는데, 같은해 12월 네이버가 원쁠딜이라는 유사 서비스를 선보여 폐업 위기에 놓였다고 호소했다. 김 대표는 “두 서비스 10개 중 9개 이상이 유사한데도, 네이버는 본질적으로 다른 서비스라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 역시 “네이버 같은 대기업은 막강한 자금력이 있지만, 스타트업의 경우 시간을 끌수록 고사 직전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며 “고의성이 엿보여 가중처벌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에 네이버는 원플러스원 판매가 이커머스 업계 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판매 방식이라고 반박했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표장으로 특정인에게 독점권을 부여하기 부적합하다는 특허청 해석도 있다는 게 네이버 측 입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원쁠딜은 원플원 서비스 출시일자보다 앞서, 2021년 5월25일 상표권을 이미 등록했다”고 말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내 가맹점에 부과되는 높은 수수료 문제도 언급됐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거래되는 모바일 상품권 수수료가 (카드 수수료의) 10배 높은 곳도 있다”며 “가맹점주들은 구체적인 내용도 모르고, 항변할 수도 없다”고 했다.
“자율규제만으론 안 돼…플랫폼-입점업체 갑을관계 정리 못 할 것”
국회는 공정위 자율규제 방향에 대해서도 물음표를 던졌다. 현행 자율규제는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유명무실한 제재안이라는 지적이다.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월 배달 플랫폼 자율규제안이 발표되기까지, 절차에 큰 문제가 있다”며 “자율규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원칙인 대화와 타협이 실종됐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배달 플랫폼 자율규안의 경우, 수수료 문제가 빠진 부실한 방안으로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배제하고 업체들도 관련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면서 “자율규제로 플랫폼 시장 내 불공정거래행위를 멈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종민 의원 역시 “자율규제에만 모든 걸 맡기면, 플랫폼과 입점업체 갑을 관계 정리가 안 될 것”이라며 “단체협상 부분에서 제도적 틀이라도 만들어, 근본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아직 자율규제 초기 단계로, 과정을 지켜보고 법제화 부분를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
플랫폼 수장들, 주요 상임위 종합감사 증인 명단에
정무위에서는 문제시된 네이버 기술 탈취 의혹을 이달 말 예정한 종합감사까지 끌고 가겠다는 방향이다. 최승재 의원은 이날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정무위 종합감사 증인으로 신청했다. 여야 의원들은 전날 정무위 국감장에서 “네이버 경영진을 증언대에 세워야 한다”고 공통으로 입을 모았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포털 가짜뉴스를 문제 삼아 네이버, 카카오 관계자를 종합감사에 소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경우 27일 중소벤처기업부·특허청 종합감사 추가 증인으로 홍은택 카카오 대표를 채택했다. 홍 대표는 카카오VX 기술 침해 관련 질의에 답변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 이복현 "연내 보험금 신속 지급 가이드라인 마련"2023.10.17
- 플랫폼 자율규제 실효성 국감 도마위…"사실상 멈춰선 것"2023.10.16
- 뉴려 "네이버가 아이디어 탈취" vs 네이버 "본질적으로 달라"2023.10.16
- 한기정 위원장 "쿠팡 PB 우대 조사 중...정산 시기 단축은 자율 규제로"2023.10.16
환경노동위원회 종합감사 명단에는 이국환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이름을 올렸다. 이 대표는 배민 라이더들이 업무 수행 시 사용하는 앱 알고리즘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점 등을 두고 질의를 받을 예정이다. 환노위는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위원장도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보건복지위원회 역시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과 번개장터를 소환해, 의약품 중고거래에 대해 신문할 계획이다. 신지영 당근 서비스 대표와 최은경 번개장터 최고대외관계책임자가 참고인 출석을 예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