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편집으로 거부 반응을 낮춘 돼지 신장을 이식받은 원숭이가 최장 2년까지 살아 남았다. 다른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 옮기는 종 간 장기 이식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미국 바이오 기업 e제네시스와 하버드의대 등 공동 연구팀의 이 연구 결과는 11일(현지시간) 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논문 교신저자인 웨닝 친 e제네시스 부사장은 "이 연구는 우리의 유전적으로 조작된 장기가 안전하고 생명을 구할 수 있음을 영장류에서 기본적으로 검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만 10만 명의 사람이 장기 이식을 기다리고 있으며, 이중 17명이 매일 세상을 떠나는 것으로 추산된다. 사람과 장기 크기가 비슷한 돼지의 장기를 사람에 이식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으나, 이식 후 환자의 면역 체계가 거부 반응을 일으키거나 돼지 고유의 바이러스가 인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있다.
연구진은 CRISPR-Cas9 유전자가위를 활용, 인체에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돼지 신장 내 유전자를 조작해 부작용을 최소화했다. 이들은 관련 연구 중 가장 많은 69개의 유전자를 편집했다. 3개는 인체가 거부 반응을 일으키게 하는 글리칸 항원 유전자이고, 59개는 돼지 유전체에 오랫 동안 잠들어 있는 레트로바이러스 관련 유전자였다. 또 불필요한 혈액 응고를 막는 유전자 등 이식된 장기의 상태 유지에 도움이 되는 인간 유전자 7개를 추가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돼지 신장을 20여 마리의 게잡이원숭이에 이식한 결과, 글리칸 항원 유전자를 없애고 인간 유전자를 발현한 돼지 신장을 받은 원숭이의 생존 기간 중간값은 176일이었다. 이는 항원 유전자만 제거한 신장을 받은 원숭이의 생존 기간보다 7배 이상 길었다.
인간 유전자가 발현되지 않은 신장을 받은 원숭이는 한 마리도 50일 이상 살지 못 했으나, 인간 유전자가 발현된 신장을 이식한 경우 15마리 중 9마리가 50일 이상 생존했다. 5마리는 1년 이상 살았으며, 2년이 넘는 758일 간 생존한 원숭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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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연구진은 작게 개량된 돼지의 신장을 사용해 이식된 신장이 환자 몸 안에서 지나치게 크게 자라는 문제를 해결했다. 기존엔 신장 성장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억제하는 방법을 썼으나, 이는 환자에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구를 통해 돼지 장기를 활용한 이종 이식의 가능성이 확인되고, 실제 사람에 대한 적용에 한걸음 더 다가설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지난달 미국 메릴랜드 의대 연구팀이 말기 심장병을 앓는 50대 남성에게 돼지 심장을 이식한 바 있다. 돼지 심장의 사람 이식은 지난해 처음 시도됐으나, 돼지가 가진 바이러스가 문제를 일으켜 2달 만에 사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