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화이자 백신 사기’ 촉발 차순도 원장, 사과 대신 오해였다?

"세간 억측 오해" 해명 논란…김원이 의원 "국민건강과 직결된 사기의혹 명명백백 밝혀야"

헬스케어입력 :2023/10/10 15:52    수정: 2023/10/10 16:02

지난 2021년 발생한 이른바 ‘대구 화이자 백신 사기 의혹’을 촉발시킨 당사자로 지목되는 차순도 전 메드시티대구협의회장(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이 “(당시) 세간의 억측은 오해였다”는 해명을 내놓았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차순도 원장은 2015년~2021년 메드시티대구협의회장을 역임했고, 당시 대구시에 백신구매를 최초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차 원장의 당시 행적은 이렇다.

2021년 4월 28일 대구시의사회는 보건복지부 백신도입지원팀장에게 연락해 독일 바이오앤테크가 보유 중인 화이자 백신 공급 중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튿날인 4월 29일 메디시티대구협의회 등은 사전약속 없이 복지부 백신도입사무국을 방문했다.

차순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

이들은 외국 중개업체를 통해 바이오엔테크가 보유한 화이자 백신 확보가 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복지부는 제시한 자료로는 검증이 어렵고 구입할 의사가 없음을 수차례 표명했다. 화이자도 복지부에 바이오엔텍이나 타 제3업체나 중개상은 한국에서 코로나19 백신 판매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메드시티대구협의회는 한 달 후인 5월 30일에도 최초 복지부에 제시했던 제안조건을 변경해 복지부에 재차 백신구매 제안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화이자는 복지부에 대구시에 연락한 무역업체가 공식적인 유통경로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진위 여부에 대해 확인이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일련의 과정이 일명 ‘가짜 백신 사기사건’으로 외신에서도 다뤄지는 등 사회적 논란이 커지자 권영진 전 대구시장은 대국민 사과를 하기에 이른다.

권 전 시장은 “메디시티대구협의회에서 백신도입 가능성을 처음 언급했을 때 한번 알아봐달라고 하였고 지난 4월 28일 메디시티대구협의회에서 독일에서 백신을 도입할 수 있으니 대구시 차원에서 구매의향서를 보내자고 제안했을 때 좀 더 세심하게 살펴보지 않고 보건복지부와 협의하도록 했다”며 “보건복지부와 협의 이후 구매의향서를 보내는 것까지는 대구시가 하도록 협의하였다는 메디시티대구협의회의 전언을 듣고 사실관계 확인이나 추가 협의도 없이 대구시장인 제 명의의 구매의향서를 보내주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어 “(2021년) 6월 3일 보건복지부는 대구시와 메디시티대구협의회가 제안한 백신 구매건은 공식 유통경로가 아니며 진위가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백신도입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며 “ 이 일은 여기서 끝났어야 할 단순한 백신도입 실패사례 중 하나”라고 사과했다. 

이후 메디시티대구협의회 임원으로 등재됐던 대구시 경제부시장과 혁신성장실장은 사퇴했다. 이를 두고 지역에서는 문책성 경질이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차순도 당시 메드시티대구협의회장은 추진 경위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는 게 김원이 의원실의 설명이다. 

실제로 차 원장은 당시 지역 언론에 “추진한 백신 수입 과정이 신뢰할 만한 경로였고, 우리 측이 정부에 전달한 정보가 추후 국내 화이자 백신 물량 확보로 이어졌던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협의회가 만든 화이자 본사와의 연줄을 정부가 그대로 이용해 스스로 백신을 확보한 것처럼 홍보했다는 강한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원이 의원은 “차 원장은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당사자임에도 여전히 비상식적인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국민건강과 직결된 사기의혹에 대해 지금이라도 국민께 명확하게 밝히는 동시에 보건산업진흥원장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