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차가 잘 팔린다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공식이 전기차 시대에 들어서는 달라지고 있다. 경제성을 중시하는 전기차 구매 수요 특성상 커다란 크기는 오히려 구매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전기차 판매를 늘리려는 완성차 업체들이 합리적인 가격대를 갖춘 소형 전기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완성차 업체들 사이에서 소형 전기차 바람이 불고 있다. 전기차를 구매하는 젊은 고객층이 합리적인 경제성을 가장 우선시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전기차 판매량이 주춤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달 전기차 판매량은 1만4천183대로 전년 대비 29.2% (2만38대) 줄어들었다. 전기차 인프라 미비와 불신, 높은 가격대, 비좁은 주차공간 등이 주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기아가 야심차게 내놓은 대형 순수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9의 경우 보조금 받아도 8천만원대인 높은 가격으로 인해 출시 이후 판매량이 평균 1천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전기차 세계에서는 클수록 잘 팔리는 내연기관차의 ‘큰차공식’이 통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크고 비싼차가 팔리지 않게 되자 완성차 업체들은 소형 전기차에 눈을 돌리고 있다. 기아가 내놓은 레이의 전기차 모델 ‘더 기아 레이 EV’가 사전 예약 한달만에 6천대이상 판매되면서 목표 판매량을 훨씬 웃도는 성과를 냈다. 지난달 21일 출시 이후 약 5영업일만에 55대가 인도됐다.
레이 EV의 성공은 전기차 구매 심리가 작으면서 싸고 효율성이 높아야 한다는 것을 입증하기도 한다. 완성차 업체의 소형 전기차 선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에 현대자동차는 소형 SUV 캐스퍼를 전기차로 출시할 준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볼보자동차코리아도 다음달 말 순수 프리미엄 소형 전기 SUV ‘EX30’을 국내 공개하고 사전 예약을 받을 예정이다. 이들 차종 모두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예측된다.
레이 EV에 장착된 배터리는 35.2kWh LFP 배터리로 1회 충전 시 최대 205㎞를 갈 수 있다. 또 150kWh급 급속 충전 시 40분만에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레이 EV가 서울 도심내 주행용이면서 안전과 공간, 가격경쟁력까지 모두 갖췄다는 평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소형 전기차 판매에 힘을 주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은 1만7천유로(2천800만원) 가격대의 소형 전기차 ID.1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 쉐보레는 지난 4월 단종하겠다고 밝힌 볼트 EV를 유지하겠다고 결정을 번복했다. GM은 올 상반기 북미에서 5만대 전기차를 생산했는데, 이 중 약 80%가 볼트 EV와 볼트 EUV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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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는 “GM은 볼트 EV 구매자의 약 70%가 새로운 구매자로 보고 있다”며 “볼트 EV가 기존 GM 고객이 아닌 새로운 구매자를 불러오는 모델로 보고 단종을 지연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형 전기 SUV 수요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며 “완성차 업체들이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