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이 단체 헌혈 과정에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된 군 병사가 있다는 사실을 신고받고도 3년이 넘도록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로, HIV 감염 군인은 군병원 입원 후 전역 조치되어야 한다.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병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4월23일 대한적십자사는 단체 헌혈 과정에서 군 병사 A씨가 HIV에 감염된 사실을 파악하고 질병청에 신고했다.
하지만 질병청은 감염 신고를 접수하고도 누락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의원실이 자료를 요청한 이후 지난 8월 24일에서야 주소지 보건소에 통보했다.
에이즈예방법 등 따라 현혈자 중 HIV 감염 사실이 확인되면 적십자사는 감염자에게 직접 양성 사실을 통보하지 않고 24시간 내에 질병청에 감염 사실을 신고하고, 질병청은 확인된 인적사항을 주소지 관할 보건소에 통보해 역학조사를 실시하게 해야 한다. 또 군 당국에도 통보해 HIV 감염 군인은 군병원 입원 후 전역조치돼야 한다.
하지만 질병청이 1218일이 지나도록 보건소와 군 당국에 통보하지 않아 해당 병사는 HIV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전역 때까지 군복무를 계속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질병청 관계자는 "HIV 감염은 인권 문제로 다른 감염병처럼 (여러 통로를 통해) 쉽게 연락을 하지 못하고 꼭 본인에게 문자나 전화로 확인하고 있는데 아마 그 과정에서 누락이 있지 않았나 싶다"며 "당시에도 군부대에는 바로 통보를 했지만 인적사항은 밝히지 않고 '헌혈을 한 장병 중 어떤 검사 번호에 해당하는 장병이 감염됐다' 정도로 감염 사실을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해당 감염자 정보를 파악할 길이 없고 이에 따라 전역조치 여부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최악의 경우 다른 장병에게 HIV가 전파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질병청 담당자의 착오 및 실수로 지자체 보건소에 양성자 정보 통보가 지연 혹은 누락된 사실은 이뿐만이 아니다.
김영주 의원이 질병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질병청이 적십자사로부터 감염인 발견 신고를 접수한 후, 24시간 초과해 지자체 보건소에 연락한 사례는 모두 53건으로 밝혀졌다.
△1일 초과~1주 미만은 32건 △1주 이상~2주 미만은 7건 △2주 이상~3주 미만은 3건 △3주 이상~1개월 미만은 2건 △1개월 이상~6개월 미만은 5건 △6개월 이상~1년 미만은 2건 △1년 이상은 총 2건으로 각각 434일, 1218일 지체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적십자사가 질병청에 신고하는 방식에서도 문제를 찾을 수 있다.
적십자사가 HIV 감염인을 발견하고 신고할 때 감염인의 성명, 주소, 생년월일, 연락처와 같은 인적사항은 신고 항목에서 배제되어 있어 질병청은 적십자사에 직접 인적사항을 파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파악한 정보를 다시 지자체 보건소로 보내 감염자에게 양성 사실을 통보하고 역학조사를 하도록 주문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상당하다.
질병청 관계자는 "다시는 이런 사례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절차나 시스템 등을 보완을 했고, 제도적으로도 바꿀 수 있는 것들을 찾아 적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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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의원은 "현행 체계는 인적사항 파악에 따른 시간이 소요되고, 담당자의 단순 실수로 인한 누락도 발생하고 있는 만큼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HIV 감염자의 경우 에이즈로 발병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신속한 통보를 통해 적절한 치료를 적시에 받을 수 있도록 권고하고, 감염사실 미인지로 인한 타인 전파도 조기에 막아야한다"고 지적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