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확산으로 우리는 현재 문명사적 대전환을 겪고 있다. 세계적으로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 기술은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자 국가 안보를 지키는 핵심 자산이 돼가고 있다. 최근 러-우 전쟁을 통해 확인되고 있는 바와 같이 인공지능, 네트워크, 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인 디지털 기술이 수평으로 연결되어 전쟁에 활용하는 시대가 본격 도래했다. 앞으로의 미래 전장은 유·무인 복합전투와 초연결 기반의 지능형 전쟁으로 전환될 것이며 그 중심에 디지털 기술이 있다.
■국방 디지털 혁신 필요성
디지털 시대의 우리 군은 어느 때보다 여러 도전과 위험에 직면해 있다. 국방 환경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복잡하고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 과거와 같이 특정 국가가 국방력 우위를 지속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또한 출산율 하락에 따른 병역자원 감소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인력 중심 국방 운영의 한계를 뛰어넘으면서도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추고 미래 전장에서 승리를 이끄는 국방 디지털 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도입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우리 군이 국방혁신 4.0 추진을 통해 스마트 강군으로 도약을 시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래 국방환경의 기회요인과 도전요인
세계경제포럼(WEF)의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의장은 4차산업혁명을 단순히 디지털 기술만의 발전만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기술과 과학이 상호 융합되면서 가져오는 파급효과와 혁신에 주목했다. 슈밥(Schwab)의 견해에 기반해보면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의 디지털 기술과 탱크, 미사일 등과 같은 군사기술의 상호작용으로 발생하는 혁신은 새로운 기회인 동시에 전례 없던 새로운 도전과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미-중 중심의 기술 패권 경쟁 심화, 그리고 이로 인한 탈세계화의 움직임이 나타나는 현실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를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21세기 국가 안보의 핵심과제 중 하나이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원천은 디지털 기술에 있다.
■국방 디지털 핵심기술 개발
미래 안보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첨단 디지털 기술과 국방 과학기술의 증폭적 융합을 통한 군사력 증강이 필수다. 앞으로 전쟁은 탱크, 전투기, 전함 등 단위 무기체계 중심이 아니라 네트워크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등을 통한 정보통제 역량과 사이버보안 등의 디지털 첨단기술 중심으로 승패가 전개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러·우 전쟁에서 무기와 전장(육해공, 사이버, 우주)을 실시간 연결하는 디지털 기반 통합관리(전장 네트워크화) 기술의 중요성을 직접 확인했다. 전 세계 국방 분야에서 초미의 관심을 보이는 AI 기술은 더 정확하게 먼저 보고(정찰·감시), 먼저 이해(지휘통제)하며, 먼저 행동(공격)하게 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저가의 대량생산 가능한 무기에 AI를 탑재해 전력 운용 효과를 높일 수 있게 하고, 전력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게 한다. 따라서 디지털 첨단기술과 국방 과학기술의 증폭적 융합은 과거의 전쟁 특성과는 완전히 다른 전쟁 진행방식이나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우리 군은 인공지능, 5G·6G, 사이버보안 등 디지털 혁신 기술을 경계감시, 전장상황 인식, 지휘통제 등에 접목하는 등 국방에 최적화된 첨단기술 확보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이와함께 디지털 첨단 기술이 국방 분야와 융합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기술의 이중성, 즉 윤리 문제에 대한 준비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디지털 기술이 이끄는 교육·훈련체계 혁신
디지털 기술은 시·공간 제약 없이 전천후 활용이 가능한 디지털 첨단기술 기반 과학화 훈련플랫폼 구축을 가능하게 한다. 무기체계 사용, 정비나 의료 등 숙련도가 필요한 분야에 적용해 시·공간 제약 없이 장병 교육 및 훈련을 할 수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주목받는 메타버스·디지털트윈은 현실과 가상의 상호 작용으로 새로운 차원의 실감 현실을 생성 및 확대하게 해준다. 이에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물적 손실 예방, 잠재적인 문제 해결,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구현된 가상·실감 환경의 반복적 교육과 훈련은 장병의 임무수행 능력을 끌어올리는 등 미래전장에 대비하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또 다양한 실감형 하드웨어 장비 사용으로 전투 시뮬레이션을 체험할 수 있고, 상호소통으로 훈련의 몰입감을 극대화 할 수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면 교육·훈련에 변화를 주어 장병 숙련도와 경험을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다.
실기동, 가상, 모의전략, 워게임이 상호 연동되면서 첨단 무기체계 적응 숙련 정도가 미흡한 장병일지라도 위급한 상황에서 당면한 문제를 신속히 조치하거나 대처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병력 특성, 능력, 성향의 정밀한 분석이 가능해 최적의 전투배치나 특수 임무 할당 등을 결정할 수 있다. 결국 디지털 기술은 전장에서 병력의 전투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는 디지털 정예 장병 육성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돼 스마트 국방을 도모할 수 있고, 전역 후에는 산업역군으로 환원돼 국가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중심 국방혁신, 선택이 아닌 필수
국방의 장기 목표는 불확실하고 도전적인 미래 안보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군사 역량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18세기 대표적인 군사 전략가였던 프러시아 프리드리히 2세의 ‘군사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외교는 악기 없는 음악과 같다’라는 격언과 같이 군사적 힘 없이는 국가의 외교적 입장이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디지털 기술력은 세계적으로 앞서 있다고 평가 받고 있다. 통신, 반도체, 스마트 디바이스 등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고 인공지능과 사이버보안, 블록체인, 양자 등도 연구 및 투자가 활발하다. 불확실성이 높은 다양한 전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국방 디지털 기술 융합 전략은 4차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민간 디지털 신기술을 국방에 신속하게 융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 첨단 전력화 기간을 단축할 뿐 아니라 연구개발을 통해 타당성이 검증된 결과물은 국방에 조기 확산하게 할 것이다. 안보 불확실성, 기술패권 경쟁, 병역자원 감소라는 도전 요인을 우리의 강점인 디지털 기술로 슬기롭게 극복하기를 기대해 본다.
[IITP 기술산책]은 과기정통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ICT 연구개발(R&D)을 총괄하고 있는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연구원들이 부정기적으로 쓰는 컬럼난입니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