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家 상속 소송 시작…"구광모 회장 승계는 선대회장 유지"

하범종 LG 사장 유언장 존재 부인 "메모만 있어"…세모녀 측 "메모 본 적 없어" 추가 반대신문 요청

디지털경제입력 :2023/10/05 21:09    수정: 2023/10/06 17:24

구광모 LG그룹 회장에게 경영 재산을 전부 물려주라는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유지가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5일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선대회장 부인인 김영식 여사와 두 딸(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가 제기한 상송회복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법정에는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 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하 사장은 구자경 명예회장 시절부터 LG그룹 일가의 재산을 관리해 오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선대회장은 뇌종양 수술을 받기 직전에 개인적으로 하 사장을 따로 부를 정도로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사진=지디넷코리아)

이날 재판에서는 선대회장의 유지가 담긴 '메모'를 둘러싸고 양측이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하 사장은 선대회장이 유언장을 남기진 않았지만 수술에 들어가기 직전 '광모에게 경영재산을 다 넘겨주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그 내용을 A4용지 한 장에 문서화해 선대회장의 서명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는 원고(세 모녀) 측에서 제기한 구광모 회장이 아닌 구본준 회장의 승계를 염두에 두고 있었을 수 있다는 의혹에 반박하는 증언이기도 하다.

그는 세 모녀가 주장하는 '유언장'의 존재를 부정하기도 했다. 하 사장은 "LG그룹 장자승계 원칙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기 때문에 별도의 유언장 없이 경영재산은 합의 하에 분할해 왔다"며 "이번에도 유언장은 없었으며, 구본무 선대회장의 뜻이 담긴 메모만 있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원고 대리인은 원고들이 메모를 보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하 사장은 세 모녀 측에 보여줬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해당 메모는 상속 절차가 마무리된 이후 재무관리팀에서 모두 폐기해 진위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다. 

증인으로 출석한 하범종 LG경영지원부문 사장 (사진=지디넷코리아)

피고 대리인 측은 상속 협의 과정에서 세 모녀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이에 동의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구 회장에 주식을 다 상속하라는 유언장이 있었던 것으로 기망당해 합의서를 작성했다는 세 모녀의 주장에 구광모 회장 측이 반박에 나선 것이다. 김영식 여사가 한남동 가족 대표로 구광모 회장이 선대회장 경영권 관련 재산을 상속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서명한 동의서 등 여러 서류를 증거로 제출하기도 했다. 

구광모 회장 대리인은 "1차 합의안은 구광모 회장에게 경영재산 전부를 승계하는 내용이었기에 김영식 여사 의견을 반영해 두 딸에게 지분 2.52%를 포함한 5천억원 규모의 재산을 물려받는 내용을 2차 합의안에 담았으며 이에 원고 측도 동의했다"며 "이후에 기부처를 늘려달라는 추가 의견도 반영해 3차 합의안에는 세 모녀와 연관있는 공익재단으로 기부처를 늘려주는 등 세 모녀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합의를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 대리인은 김영식 여사가 두 딸의 투자 등 자산 문제를 LG 재무관리팀과 상담한 문자와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증거로 제출하며 "원고 측이 하 사장에게 기망당해 신뢰가 깨졌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최근까지도 이렇게 LG그룹 재무관리팀 관계자에 자산 관련 상담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원고 대리인은 피고 측이 제출한 방대한 증거자료에 대한 추가 반대신문을 요청했고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였다. 

이날 구광모 회장 측은 ▲구자경 명예회장 경영 재산인 LG 주식을 모두 피고인 구광모에게 배분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원고측 3명(김영식, 구연경, 구연수)의 서명이 담긴 동의서 ▲서울클럽 회원권 소유자를 김영식 여사로 변경하는 요청서 ▲구연경과 구연수에게 주기로 한 2.52%의 배분에 대한 비율 합의서 ▲선대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미술품을 누구에게 나눠줄 것인지 김영식 여사 자필로 적은 미술품감정평가서 ▲구연수씨 소유 뉴욕 아파트 매매 보고서 등 김영식 여사의 서명이 들어가 있는 자료들을 제시했다.

세 모녀 측은 "증인이 잘 짜여진 피고 측 질문에 '네'라고 대답하고만 있다"며 "오늘 제출한 문서를 파악해 당장 신문하기 어려우므로, 반대신문할 기회를 한번 더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재판에서 세 모녀 측이 제출한 가족들 간 대화가 담긴 녹취록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구광모 회장 측은 유언장의 존재를 인정하는 유도신문을 하기 위해 하 사장에게 답변을 압박했으며 특정 부분만 발췌해 녹취록을 악의적으로 편집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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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구광모 회장 측이 제출한 증거자료에 대한 신문을 위해 하범종 사장은 한번 더 증인대에 서야한다. 다음 변론기일은 내달 16일이다. 

하 사장은 재판을 마치고 나오며 취재진들의 재판 관련 질문에 "증인이니까 답하기 곤란하며 재판과정에서 살펴봐달라"며 "최대한 중립적으로 말하려고 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