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360도 카메라를 세계에서 최초로 개발했고, 현재도 유일한 형태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민원실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데, 향후 경찰이나 교사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국방 쪽 수요도 있고, 이륜차 블랙박스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김용국 링크플로우 대표는 최근 인기 높은 자사 카메라 제품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링크플로우는 촬영자를 중심으로 360도 전 방향을 찍는 카메라 제품 가운데, 유일하게 ‘웨어러블(몸에 착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제품을 만들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가상현실 기술과 이를 경험할 수 있는 기기(AR·VR 디바이스) 보급이 늘어나면서 360도 카메라도 덩달아 관심을 모았다.
■ "대기업 그만두고 '웨어러블' 전문가 됐어요"
김 대표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2002년부터 약 15년간 근무했다. 그러다가 삼성전자 사내 벤처 프로그램 크리에이티브랩(C랩) 과제로 웨어러블 360도 카메라 프로토 타입 개발을 시작했다. 2015년 사내 벤처로 시작한 스타트업은 이듬해 링크플로우로 분사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링크플로우 제품은 초기 개발 계획부터 쓰임까지 우연의 연속이었다. 김 대표는 2007년 하와이로 떠난 여행에서 제품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는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단편적인 순간을 찍는 카메라가 아닌, 이 공간 자체를 기록할 수 있는 기기를 갖기를 원했다.
김 대표는 “개인의 경험을 촬영한다는 발상으로 시작했다”며 “레저나 스포츠를 즐기는 등 자신의 경험을 오롯이 기록할 수 있으면, 이 콘텐츠를 언젠가 사고 팔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넥 밴드로 만들겠다고 확신했던 것은 아니었다. 모자, 헤드폰, 안경, 목걸이, 어깨 견장 타입 등 사용자가 착용 가능한 8가지 모델에 대해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가운데 목에 착용하는 기기가 무게나 발열에 대한 부담이나 영상 흔들림이 가장 적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 "하와이에서 떠오른 아이디어, 민원실서 인기?"
그런데 이 제품이 각광을 받기 시작한 곳은 뜻밖에도 여행지나 개인의 추억 공간이 아닌 대민 업무를 담당하는 공공기관 민원실이었다. 악성 민원인에 골치를 앓고 있던 민원실 담당자들이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현장을 녹화하기 위해 바디캠 도입을 시작했다.
악성 민원 문제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민원인 위법 행위는 2018년 3만4천여 건에서 2021년 5만1천여 건으로 증가했다. 민원 처리 담당자의 신체적·정신적 피해 예방을 위한 논의가 확산되면서 영상·음성 기록장비 운영 도입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7월 개정된 민원처리법 시행령이 4월부터 시행되면서 제품에 대한 관심도 급물살을 탔다. 해당 개정안에 따르면 지자체는 민원 처리 담당자 피해 예방을 위해 영상정보 처리기기 등 안전 장비와 안전 요원을 배치해야 한다. 민원인의 폭언·폭행이 발생하는 사태에 대비해 영상 촬영 장비를 사용하도록 권고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민원실 관계자들이 써보니 촬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민원인에게 인지시키는 것만으로도 폭언·폭행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현재 국내 주요 공공기관 민원실에서 링크플로우 제품은 상당한 점유율을 확보했다. 지자체 민원실과 법무부 등에 제품 약 1만5천여 개를 도입했다. 국내 공무원 117만명 가운데 대민 업무 담당자가 약 35만명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빠르게 영향력을 키워온 셈이다. 이같은 B2G(기업 정부 간 거래) 모델을 근간으로 제품 라인업과 쓰임을 더욱 늘려가겠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 "공공기관·산업현장 넘어 일상 생활서 쓰임새 발굴할 것"
링크플로우 제품은 산업 현장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시설·장비 수요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링크플로우 넥스 시리즈는 현장 안전 상황을 즉각적으로 판단해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고,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며 “어두운 곳에서도 촬영할 수 있도록 전용 카메라를 탑재했고, 사용 시간을 늘린 것이 특징”이라고 전했다.
링크플로우는 앞으로 B2C(기업 소비자 간 거래)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김 대표는 특히 이륜차 블랙박스 시장에서 가능성을 봤다. 지금까지 해외 기기 업체들이 유사 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현장의 소비자들은 아쉬운 점이 많은 상황이라고 김 대표는 분석했다.
김 대표는 “해외 제품과 동일한 화질로 8시간 이상 촬영할 수 있도록 해당 용도 제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카메라 화질도 크게 개선할 계획이다. 현재 4K급 영상 촬영을 지원하고 있지만, 향후 2025년경에는 8K급 촬영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웨어러블 카메라 제품이 여러 형태로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폼팩터가 정해지지는 않았다. 특히 여전히 네모반듯한 카메라 형태 기기를 몸에 부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 대표는 인터뷰 중 ‘웨어러블 카메라’에 대한 자신감을 줄곧 드러냈다.
김 대표는 “링크플로우만큼 웨어러블 기기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한 업체가 드물 것”이라며 “박스 타입을 넘어선 차기 제품으로 웨어러블 업계를 선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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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아직 개선할 사항도 많다”며 “‘피트 360’ 제품 무게가 240g 수준인데 여기에서 한 100g 정도 더 줄일 수 있으면 좋겠고, 헬멧이나 옷에 녹아드는 형태에 대한 고민도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링크플로우는 내년부터 새로운 도전을 맞는다. 기술특례 상장으로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상장주관사로는 NH투자증권을 선정했다. 대기업을 나와서 차린 스타트업이 세계 웨어러블 시장의 판도를 뒤바꿔놓을지 관심이 모인다.
김용국 링크플로우 대표 프로필
- 1974년, 부산 동래구 출생
- 2002년, 경북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석사
- 2002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입사
- 2015년,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 CL(Leader)
- 2016년~현재, 링크플로우 대표
- 2020년, 벤처창업진흥 유공 중기부장관 표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