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삶의 이정표이자 동력이다. 꿈은 곧 미래의 삶이다. 꿈은 그래서 소중하다. 꿈은 사람마다 다르고 다른 만큼 다채롭다. 스타트업이 꾸는 꿈도 그럴 것이다. 소중하고 다채롭다. ‘이균성의 스타트업 스토리’는 누군가의 꿈 이야기다. 꿈꾸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른 꿈꾸는 사람을 소개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된다. [편집자주]
“게임 서버 개발자들의 진지가 되고 싶습니다”
국내 게임 시장은 연간 약 20조원 규모다. 세계 4위다. 세계 시장은 약 300조원이다. 시장이 커지면서 업종도 분화됐다. 처음에는 게임 회사가 개발부터 운영까지 모든 과정을 담당했다. 지금은 게임 회사를 중심으로 다양한 협력 기업들이 존재한다. 게임 개발을 위한 엔진 회사도 이런 업종 분화의 산물이다.
게임 엔진은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재료와 도구들로 구성돼 있다고 보면 된다. 소프트웨어 형태다. 유니티와 언리얼이라는 게임엔진이 대표적이다. 요즘 출시되는 게임의 80~90%가 이들 엔진을 이용해 개발되고 있다. 이런 엔진이 대세가 된 까닭은 기술과 비용 요소 때문이다. 게임 회사가 개별적으로 직접 개발하는 것보다 이들 엔진을 쓸 경우 개발 성과와 비용 측면에서 더 낫기 때문이다.
권오현 AFI 대표는 게임 시장에서 엔진 전문기업이 존재하듯 게임 서버 전문 시장을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는 도전자이다.
■“게임 서버, ‘뒤끝’으로 한 번에 끝입니다”
‘뒤끝’이라는 도발적인 이름은 AFI가 제공하는 ‘게임 서버 SaaS’의 서비스명이다. SaaS는 영어 Software as a Service의 약어다. 패키징된 단품 SW가 아니라 온라인으로 이용할 수 있는 SW란 뜻이다. SaaS는 서비스의 형태를 가리키는 말이고 게임 서버는 서비스의 내용을 뜻하는 말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뒤끝’은 게임 서버의 역할을 암시하는 말이다. 영어 backend를 다소 해학적으로 번역한 말이다. frontend에 상응하는 용어다. 은행으로 치면 고객을 직접 대하는 창구와 관련된 시스템이 frontend이고, 뒤에서 창구 업무를 지원해주는 각종 시스템이 backend이다. 게임 분야에서도 이용자와 직접 만나는 영역을 frontend라 하고, 뒤에서 이를 지원해주는 다양한 시스템을 backend라고 할 수 있다. 보통은 전단부와 후단부로 번역하는데, 권오현 대표는 후단부를 ‘뒤끝’이라 이름을 붙인 거다.
“게임 서버는 개발된 게임이 이용자에게 잘 서비스될 수 있도록 운영과 관련된 각종 기능을 수행하는 시스템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뒤끝은 30여 개의 기능을 갖고 있지요. 회원 가입이나 로그인부터 이용자 관리, 랭킹, 채팅, 매치메이킹, 확률 관리, 길드, 쿠폰, 캐시 아이템 관리 등등이죠. 개발된 게임을 이용자에게 서비스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부수적인 기능들을 망라하고 있는 시스템인 거죠.”
■“시장을 개척해나가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뒤끝은 종량제 서비스다. 30여 개의 기능을 불러내 사용할 때마다 사용료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현재 이들 기능에 대해 하루 약 9500만 번의 호출이 발생한다. 이를 이용하는 고객사는 약 3800여 곳이다. 뒤끝 서버를 이용한 게임 이용자는 누적으로 7200만 명이다. 이들 숫자는 서비스 5년 만에 기록한 것이다.
뒤끝이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18년 8월이다.
“서비스를 개시한 지 5년이 됐지만 아직은 시장이 초기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쟁사라고 할 만한 곳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계열사 한 곳과 구글 계열사 한 곳, 그리고 독일 회사 한 곳이라고 봐요. 우리와 해외 기업 3곳이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죠. 게임 서버가 온라인 게임에 더 필요한 것이고 우리나라가 온라인 게임의 강자인 점을 감안하면 해외 기업보다 우리가 부족할 건 없다고 봅니다. 우리가 시장을 개척해가고 있는 거죠.”
■“세계 1위 게임서버를 목표로”
AFI의 미션은 ‘IT 기술로 사람들의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자’이다. 그중에서도 게임서버와 관련된 시간과 비용 절약이 핵심이다.
“게임 회사들이 유니티 엔진을 통해 게임을 개발하기 전에는 각자의 엔진으로 개발을 했죠. 이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2013년쯤으로 기억합니다. 전문 엔진을 사용하는 것이 비용과 시간을 줄인다는 인식이 그때부터 확산되기 시작했죠. 게임 인디 개발사부터 대형 퍼블리셔까지 약 3800개 고객사가 우리 게임 서버를 사용하고 있다는 뜻은 우리 비즈니스가 존재할 가치를 확인했다고 할 수 있죠.”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같은 ‘빅3’의 상황은 어떤지 궁금했다.
“빅3의 경우 아직 뒤끝을 이용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빅3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게 우리 일이죠. 결국 기술과 비용 문제입니다. 직접 게임서버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것보다 뒤끝을 이용하는 게 더 낫다는 사실을 입증해야죠. 자신 있습니다. 개별 회사가 게임서버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것에 비해 우리는 더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하기 때문에 앞선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지요.”
개척자인 만큼 가야할 목표는 세계 1위다.
권 대표에 따르면 게임 매출 대비 각사가 지불하는 게임서버 비용은 5~15%라고 한다. 국내 게임 시장이 연간 20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게임서버 잠재 시장은 1~3조원 정도인 셈이다. 하지만 현재 게임서버 전문 업체들이 일으킨 매출은 이에 비하면 아주 적은 편이다. 시장이 확대될 여지가 큰 것이다.
■“게임 서버 개발자들 많이 뽑고 싶어요”
권 대표는 시장 확대에 대비해 개발자가 더 많았으면 한다. 뒤끝을 게임서버 개발자 진지(陣地)로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우리는 게임서버 전문 업체입니다. 게임서버와 관련해서는 우리가 국내 최고의 실력을 갖춰가고 있다고 생각하죠. 더 유능하고 더 많은 게임서버 개발자가 우리와 함께 하길 원하고 있어요. 잘 할 준비가 된 것 같아요.”
■우연이기도 하고 필연이기도 한 게임서버 사업
권 대표가 창업을 한 것은 2013년이다. 뒤끝을 서비스한 것은 2018년이다. 그 사이 5년 동안 권 대표에게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권 대표는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뒤 MMO 게임 개발사에 병역특례로 입사해 플랫폼 팀에서 일했다. 병역특례 3년 동안 모은 적금과 퇴직금으로 창업했다. 창업을 생각한 까닭은 대학 4학년 때 은사의 허망한 죽음을 목격하고서다. 그해 스티브 잡스도 죽었다. 삶에는 끝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가치 있는 일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여러 삶 중에서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창업이 그 길로 여겨졌다.
“창업은 했지만 시작은 좋지 않았어요. 당시 분위기를 반영해 모바일 앱을 만들었죠. 하지만 창업 첫 해 돈도 시간도 사람도 다 잃었어요. 쓴맛을 봤지요. 다 포기하려 했지만 당시 여자 친구의 조언으로 버틸 수 있었어요. ‘3년은 해봐야 한다’는 조언이 귀에 들어왔죠. 회사를 유지하고 버티기 위해 앱보다 외주개발에 나섰죠, 병역특례 때 주로 했던 게 게임서버인 만큼 외주 개발도 게임서버를 주로 했죠. 그러다 깨달았습니다. 앱에 비해 게임서버를 사업화하는 게 더 안전하다는 걸 느낀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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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대표는 창업을 스스로 결정했으되 필생의 아이템은 우연히 발견한 셈이다. 그 우연한 발견이 새로운 시장의 출발이 된 것이다.
덧붙이는 말씀: 권오현 AFI 대표가 다음 인터뷰 대상으로 추천한 사람은 게임 앱 개발사 스티키핸즈의 김민우 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