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유가가 치솟으며 수입 물가 역시 함께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선 국내 경상수지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1.16으로 전월대비 0.9% 올랐다. 생산자물가는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 등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것으로 소비자물가지수의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생산자물가지수가 상승한 것은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석탄·석유제품과 화학제품이 각각 7월 대비 11.3%, 1.4% 상승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유성욱 물가통계팀장은 “최근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석탄 및 석유 제품 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설명했다.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전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11월물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94.43달러로 마감하며 올 들어 최고치를 경신했다. 같은 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 역시 배럴당 91.48달러로 마감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오르고 있는 것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가 최근 일일 원유 생산량을 100만 배럴로 규제하는 계획을 당초 9월에서 12월까지 연장하며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의 8월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규모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4.6%, 4.6% 증가해 경제활동이 재개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공급량이 수요량을 따라가지 못해 국제유가가 치솟는 것으로 보인다.
5~7월까지 국내 경상수지가 흑자를 유지한 것은 수출 증가 덕분이 아니라 수입 규모가 줄었기 때문이다. 가령 7월 기준 경상수지를 지난해 7월과 비교하면 수출규모는 15.25%(약 95억 달러) 줄었지만, 수입 규모는 23.85%(약 143억 달러) 감소했다.
브렌트유가 곧 1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국내 수입 물가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연평균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달하면 국내 경상수지는 305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학계에서도 국제유가 상승이 소비자물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올해와 내년 국제유가 시세를 배럴당 76달러, 68달러로 전망했으나 최근에는 각각 81달러, 76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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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정규철 선임연구위원은 “국제유가 상승시 전체 소비자물가 역시 상승할 수 밖에 없다”며 “다만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기존 전망치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제유가 상승세가 조만간 해소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KB증권 오재영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하반기부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다만 사우디와 OPEC 플러스 국가들을 제외하면 원유 생산량은 증가하고 있어 상승세가 꺾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