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도 문제지만…오염수인가, 방류수인가 그 뭐시기 때문에 손님이 뚝 끊겼어. 올해 추석 장사는 그냥 포기해 버릴라고."
추석 명절을 아흐레 앞둔 19일 오후 5시께 찾은 경기 구리시 구리전통시장.
대목을 맞은 이맘때면 화색이 돌아야 할 전통시장 상인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치솟은 물가로 인해 손님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시장을 찾는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간간이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붙잡기 위해 '떨이' 경쟁을 펼쳤지만, 가격을 듣고 흠칫 놀란 손님들은 금세 자리를 떴다.
명절만 되면 인파로 북적거렸다는 시장골목은 온데간데없었고, 상인들은 휑한 시장판에서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며 가판대만 정리할 뿐이었다.
고물가 여파는 15년 경력의 베테랑 과일장수도 피하지 못했다.
박석규씨(70)는 가판대에 진열돼 있는 사과를 가리키며 "저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올봄 이상기온에다 여름 긴 장마로 인해 사과 수확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사과 가격이 평년 대비 두 배 이상 급등했는데, 이 탓에 팔리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박씨는 "지금 사과 1개당 가격이 5000원인데, 가격을 듣고는 발길을 돌린다. 올해 명절은 완전 포기 상태"라며 혀를 끌끌 찼다.
수산물을 취급하는 상인들은 더 심각한 상황에 놓였다고 하소연한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후 "찝찝하다"며 수산물을 기피하는 사람이 늘면서 매출에 직격탄을 맞아서다.
한 마리에 족히 만 원은 하던 갈치를 반값에 내놔도 시민들은 눈길 한 번조차 주지 않았다.
굴비를 보던 한 손님은 수산물 가판대를 쓱 둘러보더니 "안 먹는 게 낫겠다"며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A씨(56)는 "오염수 방류 직후에는 조기 같은 걸 사재기하는 사람이 많아 괜찮았는데, 지금은 보시다시피 손님이 아예 없다"며 "생선값이 떨어지면 뭐하나 싶다. 그냥 올해 추석 장사는 포기했다"고 토로했다.
상인들은 명절 간소화 문화 확산도 '대목 실종'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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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류를 파는 최모씨(60대)는 "이제는 대목 없어. 장사하다 보면 한 해 한 해 달라지는 게 눈에 보이는데 뭐 요즘은 차례도 거의 안 지내고 음식도 조금만 하니까 손님이 없다고 보면 돼"라며 “올해는 작년보다 힘들긴 하네…"라고 말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