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경건한 곳"...'맨발걷기' 금지한 조선왕릉, 누리꾼 '갑론을박'

생활입력 :2023/09/18 10:14

온라인이슈팀

최근 '맨발 걷기' 열풍이 불면서 숲이나 공원에서 맨발로 걷는 이른바 '어싱족'(접지를 뜻하는 earthing과 집단을 뜻하는 족의 합성어)이 증가하고 있다. 지차제도 나서 황톳길을 조성하는 가운데 맨발 보행을 금지하는 산책로가 눈길을 끈다. 바로 조선 왕릉 유적지다.

18일 본지 취재 결과 조선 왕릉 유적지에는 맨발 보행을 금지하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안내판에는 "조선왕릉은 조선시대의 왕과 비가 영면하고 있으며, 현재도 후손들이 제향과 참배를 지내는 경건한 공간"이라고 적혀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정릉 입구에 세워진 '맨발 걷기 금지' 안내문(왼쪽)과 '맨발 걷기 시민운동본부' 카페 측에서 보낸 공문.

이어 "산책로를 포함한 경내 전 지역은 조선시대 유교와 그 예법에 근거해 조성된 공간으로, 맨발 보행은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선왕릉은 효를 중시하는 유교와 당대 최고의 예술과 기술을 집약해 조영된 문화유산으로, 그 탁월한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유산으로 등재돼 많은 내외국민이 방문하고 있다"며 "우리의 전통문화를 존중하고 보존해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이해와 협조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안내에도 불구하고 왕릉에서 맨발 걷기 하는 시민을 봤다는 목격담이 계속 나오고 있다. 왕릉에 방문한 누리꾼들은 자신의 SNS에 "맨발 보행 금지라고 떡하니 쓰여 있는데 신발을 손에 들고 산책로에서 내려오시는 분들을 몇몇 봤다", "건강 걸음 하신다고 맨발로 걸으시는 어르신들을 많이 봤다", "동네 분들이 신발 벗고 맨발로 다니신다" 등 글을 남겼다.

반면 약 2만5000명의 회원을 보유한 '맨발 걷기 시민운동본부' 카페에서는 "태릉에서 맨발 걷기 제지당했다", "정릉에서 맨발 걷기 거부당했다" 등 하소연 담긴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카페 회원 A씨는 "제지하는 이유가 왕릉 품위 유지라고 하는데 신발을 신는 게 공손한 건지, 벗는 게 공손한 건지 모르겠다"며 "1년 365일 내내 제사를 지내는 것도 아닌데 왜 제지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또 다른 회원 B씨는 "조선 왕릉 내 흙길은 맨발 걷기의 최적 장소인데 맨발로 걸으면 출입을 제한한다. 너무 아쉽다"며 "누구를 위한 규정인지 신발만 신고 걸으라는 건 헌법에 위배되는 거 아니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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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맨발 걷기 시민운동본부 측은 조선왕릉 관리 사무소에 "실제 왕이나 왕비가 계신 곳에서는 누구든 더러운 신발을 벗고 깨끗한 버선발이나 맨발로 왕이나 왕비를 경배해야 우리 전래의 오랜 예의 법도에 맞다고 생각한다. 다 같이 맨발로 걷는 건강할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