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이루는 물질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아 내면 우주의 기원에 대한 이해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습니다."
한인식 기초과학연구원(IBS) 희귀핵연구단(CENS) 단장이 지구에 없는 희귀 원자핵을 찾는 연구를 하는 근본적 이유다. 중이온가속기 등의 장비를 활용해 드물게 나타났다 사라지는 희귀동위원소를 연구, 우주 생성 초기에 원소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수수께끼를 밝히는 것이 목표다.
한인식 단장은 14일 IBS와 한국과학기자협회 주최로 서울역에서 열린 과학미디어아카데미에서 "희귀핵연구단은 산소 동위원소 중 하나인 산소-28을 처음 발견해 성질을 밝혀 '네이처'에 게재하고, 양성자 없이 중성자로만 이뤄진 테트라 중성자를 발견하는 등 주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물질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뤄진 원자핵 주변을 전자가 도는 구조인데, 희귀동위원소는 일반 원소와 양성자 수는 같지만 중성자 수는 다른 원소를 말한다. 일반 원소와 화학적 성질은 비슷하지만 질량은 다르며, 상태가 불안정해 안정한 상태로 변형되려는 경향이 크다.
현재 발견된 핵종 중 안정적 성질을 가진 것은 300 종 정도에 불과하고, 3천 종 정도는 불안정한 성질을 갖는다. 우주에 있으리라 예상되지만 너무 빨리 사라지는 등의 이유로 아직 찾지 못한 핵종도 7천 종에 이를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 희귀핵 연구로 우주 비밀에 더 가까이
희귀핵연구단은 최근 산소-28이 통설과는 달리 안정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사실을 밝혀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통상 산소는 양성자 8개, 중성자 8개를 가진 산소-16 형태로 존재한다. 물리적으로 원자핵에 더해질 수 있는 중성자 수에는 한계가 있는데, 이를 '드립라인(존재한계선)'이라 하며 산소는 양성자 8개와 중성자 16개로 이뤄진 산소-24가 관측으로 확인된 드립라인이었다.
한편, 양성자와 중성자 수가 2나 8, 20, 126 등 특정한 몇몇 수에 해당할 경우 원소가 안정적 성질을 지니기 때문에 이를 '마법수'라고 한다. 산소-28은 8과 20의 두 마법수가 합쳐진 이중마법 핵이라, 아직 관측은 안 되었지만 안정적으로 존재하리란 예측이 있었다. 물질의 존재 조건을 찾는 노력인 셈이다.
하지만 희귀핵연구단이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중이온가속기로 실험한 결과, 산소-28은 극히 빠르게 사라지는 불안정성을 보였다. 연구진은 동위원소 붕괴 후 남은 산소-24와 4개의 중성자로만 산소-28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연구단은 양성자 없이 중성자 4개로만 이뤄진 핵인 '테트라 중성자'를 발견,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에 공개했다. 양성자 하나가 원자핵을 이뤄 원소기호 1번을 차지하는 수소를 앞서는 원소기호 0번 물질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테트라 중성자는 3.8x10의 -22제곱초라는 극히 짧은 시간 동안만 존재했다. 이 연구 역시 이화학연구소의 중이온가속기를 활용했다.
■ 이제 우리 중이온가속기로 희귀핵 연구
희귀핵연구단의 연구는 이처럼 희귀동위원소를 만드는 중이온가속기와 떼 놓을 수 없다. 현재 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가 대전에 한국형 초전도 중이온가속기 '라온'을 구축 중이다. 저에너지 구간은 지난 5월 시운전을 마쳤고, 고에너지 구간은 추가 연구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라온의 빔 시운전 결과는 17-22일 대전에서 열리는 '17회 우주 속의 원자핵 국제 심포지엄(NIC)의 주요 의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NIC는 핵천체물리 분야 최대 규모 국제학회로, 세계 20개국 200여 명의 과학자들이 참여한다. 라온 시운전 결과를 비롯해 핵물리학 실험 및 이론, 천체물리학 시뮬레이션, 천문학 관측 결과 등 최신 연구 성과를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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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단장은 "NIC는 우리나라 핵천체물리학의 높아진 위상을 세계에 보여주고, 국내외 연구자들과 연구 교류 및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중요한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라온은 시운전 이후 추가적 과학 실험은 하지 못 하고 있는 상태다. 한 단장은 "현재 장비 유지보수와 전기료 문제 등으로 추가 연구 프로젝트는 없는 상황"이라며 "대형 연구 프로젝트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젊은 연구자를 붙들기 위한 일관된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