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아웃과 엘더스크롤 시리즈를 개발하며 오픈월드 RPG 시장에 큰 족적을 남긴 베데스다의 신작 오픈월드 RPG 스타필드가 출시됐다. 앞서 언급한 두 게임을 통해 세계관 속에 살아숨쉬는 듯한 느낌을 전한 바 있는 베데스다이기에 우주 누비며 다양한 모험을 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를 전한 게임이기도 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타필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게임이다. 게임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게임의 완성도가 부족할 때이고 나머니 하나는 애초에 게임이 과도할 정도로 큰 기대를 받은 경우이다.
스타필드는 후자에 해당한다. 스타필드는 역대 그 어느 게임보다 큰 기대를 받은 게임이다. 출시 전 공개된 트레일러 영상을 보고 난 후의 기대감과 베데스다의 모회사인 제니맥스가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되며 이 게임에 파격적인 투자가 단행됐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맞물린 탓이다.
그 결과 게임에서 재미있게 구현된 부분도 부족하게 느껴지며, 아쉬운 부분은 더욱 공허하게 느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베데스다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할런지도 모르겠다.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종류의 사이드 퀘스트,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하는 엄청난 분량의 대사량, 인상적인 게임 내 디자인과 사운드는 왜 게임을 만들기 위해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를 알게 할 정도다. 콘텐츠 볼륨 자체는 매우 풍성하며 이는 게임 속 세계를 계속해서 누비게 만드는 동기를 부여한다.
그럼에도 베데스다가 마냥 억울함을 호소할 수는 없다. 콘텐츠 볼륨은 풍성하지만 시스템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이유다. 기존 게임에서 선보인 시스템을 유지한 채로 배경만 우주로 바뀐 게임을 내놨으니 '스카이림에 우주 스킨을 씌운 것 같다'는 과장된 비평이 따를 지경이다.
가장 아쉬운 점은 미지의 공간을 누비는 재미와 목적지에 도착해서 펼쳐지는 다양한 경험이 크게 부족하다는 점이다. 항상 촘촘하게 세계를 구성한 베데스다였기에 이들이 구현한 무한한 공간을 어떤 탐험의 재미를 전할 것인지를 기대한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콘텐츠(행성)를 촘촘하게 배치하기에 우주는 너무 넓었다. 문제는 이 드문드문 배치된 행성 사이사이를 누비는 재미조차 부족하다는 점이다. 지도를 열고 목적지를 클릭해서 화면이 암전되고 로딩화면이 나온 다음에 목적지에 도착하는 방식이다.
편의성을 감안한다면 대단히 효율적인 방식이다. 특히 오픈월드 게임에서 목적지와 목적지 사이을 이동하는 시간을 지겨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런 효율성은 더욱 필요하다.
하지만 애초에 이 게임에서 사람들이 기대했던 포인트는 행성 사이를 누비는 '스페이스 오페라'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이었고, 베데스다는 이런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또한 이렇게 도착한 행성 지형이 대부분 황무지로 구성되어 있고 체험할 수 있는 경험의 종류도 다양하지는 않다. 결국 지도를 열고 목적지를 클릭해 도착한 다음에 광석을 채취하고 다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경험의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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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못해 목적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우주선을 이착륙하는 경험을 하거나 지표면에 착륙하지 않고 우주선을 타고 행성을 내려다보며 빠르게 돌아다니는 경험 정도만 구현했더라도 이런 아쉬움은 크게 줄어들었을 것이다.
스타필드에는 우주선과 외계인, 그리고 행동에 제약은 있지만 다양한 행성이 등장한다. 하지만 우주가 없다. '우주를 탐험하는 재미'를 기대한 이라면 스타필드는 공허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