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유형도, 거래 유형도 가지각색인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는 다년간 숙제로 남아 있다. 기존 세법을 그대로 적용하기엔 애매모호한 사례들이 많고, 과세를 위한 시스템 구축도 계획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가상자산만 과세 의무를 비켜갈 수 없다며 국회에서도 논쟁이 오갔지만, 결과적으로 2025년까지 과세 시점이 유예됐다. 정부와 업계 모두 가상자산 과세를 실시할 준비를 마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개인이든, 기업이든 가상자산 이용자라면 자칫 세금 처리에 문제가 생겨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게 될 상황이다. 가상자산 자체가 새롭게 등장한 것인 만큼 참고할 만한 해외 사례도 마땅치 않다. 가상자산 기업도, 세무 법인조차도 자신 있게 제도화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워 하고 있다.
가상자산 세금 서비스 플랫폼 '크립토택스'의 윤동환 대표와 김지호 이사는 가상자산 업계와 이용자들의 이런 혼란을 덜어주겠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기업과 세무법인 양측의 전문 인력이 지닌 역량을 활용함과 더불어, 다방면으로 확보한 가상자산 거래 데이터를 토대로 적법한 가상자산 세금 신고를 지원한다고 했다.
Q. 회사 창업 배경을 소개해달라.
윤동환 대표 :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근무하는 동안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에 따른 대응의 일환으로 고객확인(KYC) 업무를 담당했다. 자금세탁방지 규제 다음으로 불거질 이슈가 세금이었다. 준비를 하려고 들여다보니 당시 2021년쯤에는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아예 없었다. 걱정하던 차에 세무 법인 소속인 김지호 이사를 만나 창업을 했다.
회사 강점이라고 하면, 각자 전문성을 살려 협업하는 구조에 있다. 저는 거래소 이전엔 CGV에도 근무하면서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역량을 쌓았다. 김지호 이사는 세무사 중에서도 가상자산 전문으로 활동해왔다. 김 이사가 회사 핵심 시스템인 세무 쪽을 담당한다. 가상자산 세무 관련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데 전문 인력인 김 이사가 직접 관여했다."
Q. 가상자산 과세 제도가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다.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 건가.
김지호 이사 : "세무는 결국 세법이 바탕이 된다. 가상자산도 세법 상 과제 기준을 따르면 된다. 시행이 안 되고 있을 뿐이다. 세법을 토대로 과세 알고리즘을 만들었고, 이후 당국 지침에 따라 세부사항은 수정을 하면 된다."
윤동환 이사 : "가상자산 전문 투자사인 해시드에게 투자를 받으면서 해시드의 거래 데이터를 공유 받았다. 유형들이 매우 다양하고, 이런 데이터를 얻기가 쉽지 않다. 가상자산 거래 데이터는 특히 예외적인 사례들이 많다. 실제 데이터를 파악하고 분류해본 경험을 쌓지 않으면 세무 알고리즘을 구축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Q. 가상자산 거래 데이터 중 예외적인 사례는 어떤 게 있나.
윤동환 이사 : "신규 코인이 나올 때마다 플랫폼에 연동을 해줘야 하고, 새로운 유형의 거래 방식에도 대처해야 한다. 대체불가토큰(NFT)이 일례다. 자산 이동이 매우 많은 것도 이 분야의 특징이다. 지갑에서 거래소를 거쳐 디파이에 예치됐다가 다시 지갑에 전송된다던지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여러 코인을 한꺼번에 예치하고, 보상은 두 세 종류 코인으로 받는 식의 사례도 있다."
김지호 이사 : "주식은 한국거래소에서만 거래된다. 가상자산은 거래소만 따져도 국내에 몇십개가 있고, 해외 거래소도 고려해야 한다. 다양한 플랫폼을 거치는 과정에서 취득원가를 계산하는 게 복잡하고 어려운 작업이다. 새로운 거래 유형이 나오면 어려움이 더해진다. 세법 상 가상자산은 양도하거나 대여함에 따른 소득으로 간주하는데 매우 포괄적으로 정의한 것이다. 여러 유형의 거래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는 국세청 예규나 판례가 쌓이면서 기준이 만들어질 것이다."
Q. 가상자산 거래 데이터의 특징이 있나.
김지호 이사 : "세법 상 기업에 매겨지는 법인세는 포괄주의, 개인 소득세는 열거주의가 적용된다. 법인세는 세법에 언급돼 있지 않은 수익이라 하더라도 과세가 되고, 개인은 세법에 열거돼 있는 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한다. 기업은 과세 이슈를 감안해 좀 더 보수적으로 거래하는 경향이 있다. 개인은 여러 거래 유형을 하나하나 시도해보는 경우가 많다."
Q. 정확하면서도 간편한 가상자산 과세 제도화를 위해 필요한 조건은 뭐라고 보나.
윤동환 대표 : "일반적인 금융거래는 데이터가 중앙 집권화 돼 있다. 데이터가 공통 규격으로 관리돼 다른 증권사를 이용하더라도 데이터를 통합 조회할 수 있다. 가상자산은 그렇지 않다. 통합 플랫폼이 필요한데, 특정 사업자가 거래 데이터를 독점하는 건 내켜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저희가 이런 데이터를 통합하는 플랫폼 사업자 역할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김지호 이사 : "해외 플랫폼 이용 내역은 개인정보 수집도 안 되고 있다. 그런데 과세는 국내외 원천 소득으로 매겨지기 때문에 해외 거래소 거래 내역도 과세 대상이다. 해외 거래소를 쓰더라도 어차피 환전은 원화 거래소에서 하기 때문에 해외 거래소 상에서의 취득원가 정보가 필요하다. 이런 필요성에 따라 국내외 플랫폼 간 시스템 통합이 이뤄지게 될거다."
Q. 보다 규제가 명확해져야 하는 부분을 꼽자면?
김지호 이사 : "국세청이 현재는 가상자산 스테이킹을 '대여'로 간주하는 입장인 것 같다. 그런데 스테이킹 행위를 보면 '용역'으로 간주할 여지도 있다. 대여로 포괄하기에 애매한 부분도 있다. 거래소를 통해 스테이킹하는 건 대여로 볼 수 있겠지만, 직접 스테이킹에 참여한다면 용역에 가까워 보인다. 그 외 파생 상품 거래소나 선물, 옵션 같은 것도 우리나라 법에선 열거돼 있지 않다. 과세가 시작되면 예규가 쌓여갈 것으로 본다."
Q. 가상자산 과세 시점이 두 차례 연기됐는데, 언제가 적절하다고 보나.
윤동환 대표 : "시점 자체는 큰 의미가 없는 거 같다. 문제 상황들을 해결할 수 있는 시행령들이 도입되는 게 중요하다. 이게 되면 과세는 당장 바로 해도 상관없다."
김지호 이사 : "작년에 금융투자소득세랑 과세 시행 시기를 맞췄는데, 이 둘을 통합하겠다는 의미로 보고 있다. 그러려면 과세 방법의 세부 내용을 세법에 녹여야 한다. 세법은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키우기 위해서라도 입법예고가 필요하다.
최근 해외 금융계좌 신고 안내가 있었는데, 거래소들이 국세청 공문 내용을 그대로 붙여넣기하고, 관련 URL만 게재해 공지를 했다. 거래소로서도 확실하게 안내할 수 있을 만한 정보가 없어서 그렇다. 공지 초반엔 이용자들이 혼란스러워서 커뮤니티에 돌아다니는 글을 보고 의존하기도 했다. 가상자산 과세가 시작되면 이와 상황이 비슷하게 흘러가지 않았으면 한다."
Q. 향후 사업 계획은?
윤동환 대표 : "국내 거래소를 시작으로, 가상자산 장외거래 및 수탁사들과도 협력 관계를 맺었다. 그 다음으로는 다음으로는 해외 거래소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려 한다. 거래 데이터를 수집하기 좋은 곳을 기준으로 공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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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신고서를 작성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것이 주요 비즈니스 모델이다. 현재는 B2C 이용자 대상 예상 세금을 조회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B2B 시장 대상으로 한 가상자산 세무회계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기업이 매번 준비해야 하는 재무제표와 손익계산서에 가상자산 손익 내용을 손쉽게 반영할 수 있도록 분개 처리를 자동화해주는 프로그램이다. B2B 서비스는 연내 개념검증(PoC)을 실시한 뒤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저희 서비스 장점은 내야 하는 세금이 얼마일지 미리 확인할 수 있다는 거다. 그냥 5월에 자산을 신고하면 보유 금액 이상으로 세금을 내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데 미리 세금에 필요한 현금을 준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