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끈적·벌레 득실…'NO 탕후루존' 등장

생활입력 :2023/09/06 09:58

온라인이슈팀

"요새 노(NO) 탕후루존이라고 꼬치를 못 들고 들어오게 하는 곳도 있다는데 이해가 돼요. 먹었으면 뒤처리까지 깔끔하게 해야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젊은 세대에게 유행처럼 번진 중국 간식 '탕후루(糖葫芦)'에 대한 시선이 마냥 곱지만은 않은 모습이다. 과일을 꼬치에 꿴 뒤 설탕 시럽을 입힌 주전부리를 먹은 뒤 남은 쓰레기가 점차 길거리를 채우면서다.

[서울=뉴시스] 김래현 기자 = 지난 5일 뉴시스가 방문한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일대에 탕후루를 먹고 남은 잔해가 버려져 있는 모습. 2023.09.05. rae@newsis.com

지난 5일 뉴시스가 찾은 서울 마포구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근처의 한 탕후루 가게에는 평일 한낮에도 손님들이 끊이지 않았다.

가게 앞에 줄지어 기다리던 시민들은 꼬치를 받아들기 무섭게 가게 앞이나 근처 공원 등에서 바로 탕후루를 먹고 '인증샷'을 찍었다.

20대 대학생 김모씨는 "날이 더워서 그런지 밖에서 조금만 들고 다녀도 금방 설탕이 녹아서 손이 끈적거린다"며 "보통 가게 앞에서 바로 먹고 움직이는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 가게 인근에 있는 벤치에 앉아 탕후루를 먹고 있는 손님들이 눈에 띄었다.

[서울=뉴시스]탕후루는 산사나무 열매를 막대에 꽃아 시럽처럼 끓인 설탕을 입힌 중국 화북 지역을 대표하는 겨울 간식이다. (사진= 자생한방병원 제공) 2023.06.22. photo@newsis.com.

문제는 설탕물이 묻어 끈적거리는 꼬치와 종이컵 등의 부산물이 감당 못할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게 인근 상인들의 지적이다.

길가의 화단에는 종이컵과 꼬치를 나뭇가지처럼 꽂아둔 모습도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거리에 그대로 버려진 쓰레기 근처에는 더운 날씨 탓에 금세 벌레가 꼬였다.

김씨는 "탕후루 꼬치를 계속 들고 다니다가 손에 다 묻은 경험이 있다"며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되지만 결국 쓰레기통이 나오지 않아서 버티지 못하고 길에 버린 적이 있다"고 했다.

인근 상인들은 불편한 기색이다. 옷 가게 주인 50대 강모씨는 "밤이 되면 술 먹고 탕후루를 먹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취해서 그런지 쓰레기를 더 막 버린다"며 "가게 앞에도 누가 꼬치를 몇 개씩 버려서 계속 치워야 한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탕후루 가게들도 쓰레기통을 마련하는 등 자정에 나서고 있지만 꼬치를 들고 자리를 뜨는 손님들에게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탕후루 가게 주인인 40대 이모씨는 꼬치와 종이컵을 구분해 버릴 수 있는 통을 마련해놨다면서도 "가게 앞에 쓰레기 버릴 수 있게 준비해 둬도 길에 버릴 사람은 버린다"고 난감한 기색을 드러냈다.

서울시 관계자는 "탕후루 관련 민원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지만 아직 대책을 마련하진 못한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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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는 구매 후 처리 과정까지를 포괄하는 개념"이라며 "합리적인 소비 행위를 하려면 시민들이 탕후루 (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에 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