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로봇팔 만드는 로봇 공장...HD현대로보틱스 대구공장 가보니

축구장 3개 너비 공장서 연 1.6만대 로봇 생산…글로벌 시장 진출 과제

디지털경제입력 :2023/09/04 17:00    수정: 2023/09/05 08:38

[대구=신영빈 기자] 로봇이 전방 제조산업 현장에 쓰인지 반세기가 지났다. 부품 이송과 조립부터 용접 작업까지 많은 분야에서 사람을 대신하고 있다. 작업자 위험은 크게 줄었고 생산성과 효율성은 한층 높아졌다.

그동안 산업용 로봇도 여러 진화단계를 거쳤다. 힘만 세진 게 아니다. 작업 정밀도를 개선하고 응용 분야를 넓히고 있다. 특히 최근 완성차 업계에 신공장 투자 확대 바람이 불면서 산업용 로봇 시장도 활기를 찾는 모습이다. 로봇 업계는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HD현대로보틱스 산업용 로봇이 자동차 제조 현장에 쓰이는 모습 (사진=HD현대로보틱스)

■ 로봇이 로봇 만드는 현장…연 1만대 '차곡차곡'

지난달 28일 찾은 HD현대로보틱스 대구 현풍공장은 로봇이 구슬땀(?)을 흘릴 여유도 없이 쉴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현풍공장은 대구 달성군 대구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에 위치해 있다. 약 7천 평 규모 공장에 연간 산업용 로봇 약 1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올해 초에는 연 6천 대 규모로 서빙·방역 로봇 생산라인도 마련했다.

높고 넓은 현풍공장은 로봇 천지였다. 출고를 기다리는 로봇이 한편에 줄지어 서 있고, 로봇을 만드는 로봇은 분주히 일하고 있었다. 시운전을 기다리는 로봇도 보였다. 평일 오후 시간에도 생산 작업자는 10명 남짓뿐이었다.

HD현대로보틱스 대구현풍공장 생산라인 조립 공정 (사진=신영빈 기자)

산업용 로봇 제조 공정은 국내 협력사에서 조달한 부품을 모아둔 자재 창고에서 시작한다. 가장 먼저 부품을 가져와 로봇을 조립한다. 로봇 하부에 감속기와 모터를 체결하고 동체를 쌓아 올리는 식으로 만든다. 이 작업에는 매니퓰레이터(로봇 팔)를 동원했다.

조립이 끝난 로봇은 도장 전 처리 설비로 옮겨 세정과 마스킹, 퍼티 공정을 밟는다. 이후 로봇을 이용해 제품을 도장하고 열풍 건조를 거친 뒤 배선 작업을 하면 완성된다. 로봇 이동에는 무인 이송 시스템(AGV)이 사용됐다. 

마지막으로 로봇이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일이 남았다. 품질 검증을 위한 시운전 작업은 작업자가 퇴근한 이후 밤 시간에 주로 이뤄진다. 수십 대 로봇을 동시에 가동하기에 소음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HD현대로보틱스 산업용 로봇이 자동차 도장 공정에 쓰이는 모습 (사진=HD현대로보틱스)

현풍공장은 로봇을 이용한 부분 조립공정으로 생산 효율을 높였다. 생산설비 가동 현황과 공정 정보를 분석하는 관제 시스템과 평판디스플레이(FPD) 로봇을 생산하는 클린룸 설비도 갖췄다.

HD현대로보틱스 산업용 로봇이 후판 아크용접 현장에 쓰이는 모습 (사진=HD현대로보틱스)

이곳에서 만드는 로봇 종류는 40여 종이다. 가반하중(들 수 있는 최대 무게)이 최대 600kg에 달하는 라인업을 꾸렸다. 주력 제품은 가반하중 220kg의 로봇 팔 ‘HS220’이다. 본체 무게만 1톤에 달하는 육중한 로봇이지만 계획 생산으로 재고를 마련해둬 납기 일정을 2개월까지 단축했다.

HD현대로보틱스 산업용 로봇이 자동차 제조 현장에 쓰이는 모습 (사진=HD현대로보틱스)

■ 로봇 누적 7만대 보급…"국내 제조산업 넘어 세계로"

산업용 로봇이 국내에 처음 도입된 건 1970년대다. 현대자동차가 포니를 만들던 시절, 울산 공장에 스폿 용접용 로봇을 쓰기 시작하면서 사람 손을 대신하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당시 로봇을 잘 만들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했다.

현대그룹 창업주인 정주영 회장은 1985년 현대차 ‘포니2’ 미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용접 수요가 많은 조선소가 로봇 사업을 담당하는 것이 좋겠다”며 “나머지 기업들은 전문 인력을 한 쪽에 몰아주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를 계기로 ‘자동차를 잘 만들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는 임무를 맡은 셈이다. 1984년 현대중공업 로봇사업팀으로 출발한 이 조직은 훗날 자동차 용접로봇 분야 강자인 HD현대로보틱스로 이어진다. 1995년에는 국내 최초로 산업용 로봇과 제어기를 국산화하고, 2020년에는 HD현대에서 분사하기에 이른다.

1980년대 초,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회장이 코엑스에 전시 중인 '포니2' 자동차와 선박 모형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HD현대로보틱스가 만든 로봇은 2018년에 약 5만 대를 넘어서 지난해에는 누적 7만 대를 돌파했다. 작년 연매출은 1천80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 2분기에는 현대·기아차 국내 프로젝트와 부품사 수주 증가에 따라 매출이 늘었다. 산업용 로봇(어플리케이션·FPD 포함) 매출만 보면 전년 동기 대비 12.3% 성장했다.

올해는 수주 3.1억 달러(약 4천87억 원), 매출 3천억원을 목표로 정했다. 현대·기아차 전기차 신공장 투자 확대에 따라 로봇 수요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보고 있다.

또한 기존에는 로봇 단품 위주 수주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주변 설비를 포함한 솔루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HD현대로보틱스는 최근 관련 사업부를 개편하며 대응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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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로보틱스 대구현풍공장 전경 (사진=HD현대로보틱스)

임현규 HD현대로보틱스 로봇어플리케이션 부문장은 “과거에 비해 로봇 가격이 상당히 저렴해졌지만 비전과 같은 주변 장비 수요가 그만큼 늘어나는 추세”라며 “로봇에 수반하는 부가가치를 늘리기 위해 응용 방안을 계속 찾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전은 아직 남았다. 국내 기술력으로 로봇을 만들고 전방 제조산업 성장을 도왔지만, 여전히 세계 시장에는 쟁쟁한 경쟁자가 많다. HD현대로보틱스가 공급한 로봇 절반 이상은 아직까지 내수용이다. 후발주자로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키워 글로벌 시장으로 저변을 확대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