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TP 기술산책] 메타버스, 다시 재도약할 수 있을까?

전문가 칼럼입력 :2023/08/30 21:17

양광만 IITP 책임연구원

"오늘은 컴퓨팅 방식에 있어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다”

지난 6월 5일,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개최한 세계 개발자 회의(WWDC2023)에서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를 발표하면 했던 말이다. 애플은 개인 컴퓨터와 모바일 컴퓨팅 시대를 넘어 공간 컴퓨팅 시대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본격적으로 메타버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세계 시가총액 1위인 애플에서 처음으로 메타버스 디바이스를 공개한 만큼 메타버스 열풍을 다시 불 수 있을까?

메타버스 열풍이 식은 이유

메타버스 중요성은 이미 펜데믹 시대에 증명이 되었다. 가상공간에서 개최한 실제 가수의 콘서트로 오프라인 공연 수익금의 10배 이상을 달성한 사례가 있을 정도로 현실에서 제한적인 자원과 제약사항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산업현장에선 실제로 하기 어려운 일을 가상공간에서 재현할 수 있어 현장의 한계를 보완하고 완벽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워크 플랫폼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메타버스가 사그라든 이유는 단지 그들이 추구하는 목표를 가상공간에서 실현하기엔 아직 기술력의 한계가 극명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비전프로'만 해도 고성능의 그래픽과 12개의 카메라, 듀얼칩 탑재 등 혁신 기술의 총집합체로 평가받지만, 불편함 없이 착용하기엔 무거운 무게, 어지럼증, 발열 문제와 같은 기술적 한계와 비싼 가격 등 보편화되기 위해선 아직 극복해야 할 점들이 많다.

게다가 현재 메타버스는 킬러콘텐츠 미비와 이에 따른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이 구축되어있지 않고 설상가상 사람들의 오프라인 활동이 다시 활발해지면서 대중의 관심이 한풀 꺾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뜨거운 글로벌 기술 개발 경쟁

글로벌 시장에서 메타버스에 대한 기술 개발 경쟁은 여전히 뜨겁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VR 기기를 판매한 메타버스 1위 기업 ‘메타’는 애플의 비전프로보다 앞서 새로운 XR 헤드셋 ‘메타퀘스트3’를 발표했다. 이 역시 핸드트래킹 기술과 주변 사물을 고해상도로 볼 수 있는 컬러 패스스루 기술 등 기존의 VR 헤드셋보다 더욱 업그레이드해 올해 가을 출시 예정이다. 또한, 지난 8월엔 사람의 망막에 가까운 해상도와 가변 초점 광학 기술이 접목된 프로토타입의 VR 헤드셋 2종도 추가로 공개해 XR 디바이스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메타버스 시장에 경쟁의 불을 지피고 있다. 피코(PICO), DPVR 등 VR 기기 업체를 보유한 중국은 최근 5년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XR 디바이스를 출시한 나라다. 특히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중국의 AR글라스 제조업체 ‘엑스리얼(구 엔리얼)’은 지난해 10만 대 가까이 AR 글라스 판매량을 기록하며 AR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국내에서는 2018년 이후 메타버스 기기를 출시하지 않은 삼성전자는 퀼컴, 구글과 협업해 차세대 XR 기술을 선보일 것으로 밝혔다. 특히 전문가들은 삼성이 지난 2월에 ‘갤럭시 글래시스(Galaxy Glasses)’라는 상표를 출원해 내년 초 삼성에서 새로운 XR 디바이스가 출시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 역시 국내 메타버스 생태계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부터 메타버스 기술과 서비스 특징과 연관된 규제 이슈를 분석해왔으며, 올해는 민간이 메타버스 신산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선제적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정부는 대한민국이 메타버스 선도국가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 의사를 밝혔다.

혁신기술이 대중화하려면 많은 후속 기술과 시너지 필요

애플에서 2007년에 처음으로 출시한 아이폰 1세대에는 앱스토어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 당시 혁신의 아이콘이었지만 다양한 앱을 다운로드 받을 수 없어 킬러콘텐츠가 존재하지 않았을 뿐더러 지금처럼 보편화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다양한 콘텐츠와 기술이 접목된 지금의 아이폰은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1위를 기록하며 누구나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어떠한 혁신기술이 대중들에게 선보이기 위해선 많은 후속 기술들의 시너지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기술은 기술 하나만으론 생태계가 활성화될 수 없고 그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디바이스와 서비스가 확산되어야 하며, 기술 기반을 받쳐주는 주변의 시너지 기술들이 골고루 발전해야 생태계가 확장될 수 있다.

올해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전 세계 디지털 산업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생성형 AI는 가상공간 내의 NPC와 같은 버추얼 휴먼과 상호작용이 가능하며 AI를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 생성을 기대할 수 있다. 이처럼 메타버스를 받쳐줄 수 있는 혁신 기술들은 더욱 빠르게 등장할 것이며, 메타버스의 자양분이 되어 생태계 조성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라 기대한다.

양광만 IITP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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