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별 수요독점력 차이…일괄 기준 적용해선 안 돼"

KDI "기존 이분법적 논의 넘어, 플랫폼 종사자 노동수요독점력 중심으로 판단해야"

인터넷입력 :2023/08/23 13:30

플랫폼 산업이 발전하면서, 근로자와 사업자라는 이분법적 개념을 넘어 ‘노동수요독점력’ 중심으로 업계 종사자들을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보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3일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 설계’ 보고서를 통해 정보통신기술(ICT) 소프트웨어와 배달 분야로 나눠, 노동수요독점력을 토대로 종사자들의 업무 행태를 파악하고 근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요셉 KDI 연구위원은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실효적인 보호를 제공하려면, 지금보다 유연하고 통합적인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사업자와 근로자가 애매한 지위에 있는 경우, 플랫폼 종사자를 사업자로 바라보면서 플랫폼 노동수요독점력을 측정해 비례적으로 결정하는 방법이 요구된다”고 했다.

한요셉 KDI 연구위원.

노동수요독점력이란 기업 독점력과 대칭되는 개념이다. 기업 독점력이 강할수록 생산비용보다 높은 가격을 소비자에게 부과할 수 있듯, 수요 독점력이 강할수록 플랫폼 종사자에게 생산에 기여한 가치보다 더 낮은 수수료를 책정할 힘이 커지게 된다.

그간 빅테크를 비롯한 국내외 플랫폼 기업들이 근로자성 인정 여부를 바탕으로 종사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를 논의해 왔는데, 이는 자칫 과잉 규제로 인한 플랫폼 산업 내 혁신과 일자리 창출 저해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한요셉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KDI는 노동수요독점력을 플랫폼 시장 내 ICT 소프트웨어와 배달앱으로 분류해 적용했다. 먼저,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일반 노동시장 내 근로자와 비슷한 수준의 노동수요독점력을 보였다. 1인당 월 소득 증가율 대비, 빈 일자리 지속 기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취약성이 높은 상주 계약 형태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배달앱 시장의 경우 종사자들의 불충분한 소득으로 인한 비자발적 참여와 높은 전환비용 등으로 플랫폼 간 이동에 제약이 있어, 수요독점력이 높게 집계됐다. 배달 라이더들은 스스로를 임금근로자로 간주해 일의 선택이나 근로 유연성은 높았지만, 업무 평가에 따른 일거리 제한이나 계정 정지 등 사후적 통제도 잇따른 것으로 조사됐다.

배민 라이더

한 연구위원은 “배달앱 노동수요독점력이 높다는 우려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후발업체 진입과 시장 집중도 완화에 따라 약화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라이더 측면에서 바라보면, 플랫폼 간 이동에 제약이 있어 근무 여건 향상으로는 쉽게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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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별 경쟁 상황이나 종사자 보호 필요성이 다른 상황에서, 일괄적인 기준을 적용하면 과소·과잉 규제로 귀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영역마다 수요독점력이 다를뿐만 아니라, 경쟁 상황이 수시로 변할 수 있어서다.

이어 한 위원은 "사업자 중심의 공정거래정책만으로는 종사자 개인에 대한 보호 차원에서 여전히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플랫폼 혁신을 허용한 동시에, 종사자에 대한 보호망을 견고히 하려면 수요독점력을 낮추거나 그 남용을 억제한다는 목표하에 유연하고 통합적인 정책적 접근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