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간 연결로 제조혁신 선도…韓서도 지멘스 같은 SW 강자 나와야"

[인터뷰] 장영재 KAIST 산업및시스템공학과 교수 겸 다임리서치 대표

홈&모바일입력 :2023/08/21 09:43    수정: 2023/08/21 14:32

“제조 현장에서 수 많은 로봇을 쓰고 있는데 어떤 로봇에게 어떤 일을 시켜야 하는지 그게 무척 중요합니다. 여러 상황을 고려하고 최적의 로봇을 선정해서 역할을 배정하는 일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실제 반도체 현장에서 적용하는 기술을 게재하는 저널에서 학문적 가치를 인정 받아 의미 있게 생각합니다.”

반도체 운영 관련 국제 저널 ‘IEEE TSM’에서 지난해 우수 논문으로 선정된 연구팀을 꾸린 장영재(49) KAIST(한국과학기술원) 산업및시스템공학과 교수가 로봇산업에 대해 이같은 생각을 밝혔다. IEEE TSM은 반도체 운영 관련 국제 저널과 한 해 게재된 논문 중 우수한 5편을 선정해 이듬해 6월에 발표한다.

장영재 KAIST 산업및시스템공학과 교수 겸 다임리서치 대표 (사진=다임리서치)

■ "인공지능으로 대규모 로봇 제어 학습…국내 첫 시도"

장영재 교수 연구팀은 공장 내 1천대 이상 군집 로봇을 제어하는 기술을 연구했다. 반도체 공장이 점차 대형화되고 제조 공정이 복잡해지면서 공장 내 운영하는 로봇 대수도 함께 늘어나는 추세다.

장 교수는 이를 택시 배차에 비유했다. 승객이 도시에서 택시를 부를 때 수 많은 택시 중 가장 적절한 배차 계획을 세우는 방법과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승객과 가장 가까운 택시를 보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겠지만, 특정 지역에 택시가 지나치게 많이 몰려 있으면 다른 쪽에 있는 차를 빼오는 대안도 유효하다.

이렇듯 가장 적합한 로봇을 선정해서 역할을 부여하는 일이 장 교수가 강조한 핵심 기술이다. 로봇 1천 대를 한 번에 통합하지 못하고 나눠서 제어하게 되면 특정 지역에 로봇이 집적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장 교수는 이 연구에 디지털 트윈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했다. 현실을 모사한 가상에서 다양한 작업을 학습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현실에 적용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로봇 수천 대를 관제하는 연구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했다고 장 교수는 설명했다.

솔루션 도입이 어떤 변화를 불러올까. 장 교수는 먼저 물류 운용 효율 개선과 비용 절감을 꼽았다. 먼저 적재적소에 필요한 로봇을 보내는 시간을 기존보다 크게 단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한 대에 수천만 원에 달하는 로봇 도입 대수를 줄여 비용을 아끼는 효과도 있다.

물류 로봇 관제 솔루션 DAIM xMS 구동 화면. 협업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수십~수백 대에 이르는 물류 로봇을 제어한다. (사진=다임리서치)

■ "주요 이차전지 업체에 솔루션 공급 중…반도체서도 유용"

다임리서치는 이번 연구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글로벌 반도체 업체에 관련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최근엔 포스코 DX와 협업해 해당 기술을 철강, 이차전지 소재 관련 공장 내 로봇 운영에도 확대 중이다.

장 교수는 2016년 AI 기반 반도체와 LCD-OLED 자동화 시스템 연구를 처음 시작했다. 2020년에는 KAIST 기술 기반 연구소 기업인 ‘다임리서치’를 창업했다. 장 교수와 KAIST 졸업생 박사 4명으로 시작한 다임리서치는 3년 만에 직원 38명을 보유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이차전지 공장에서 이 기술을 많이 도입하는 추세입니다.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등 해외 공장에도 저희 솔루션을 공급 중입니다. 반도체 웨이퍼이송장치(OHT) 운영에도 적용했습니다. 이런 공정에서는 로봇이 점점 많아져서 수백 대를 쓰는 일은 기본입니다.”

장 교수는 해당 기술로 우선 이차전지 시장에서 자동화 솔루션 입지를 다질 계획이다. 이후 레퍼런스를 쌓아 반도체 시장으로 적용 범위를 계속 확대해 다임리서치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다임리서치의 주요 고객은 현재 대기업 위주다. 장 교수는 중소기업으로 소프트웨어를 보급하는 문제는 또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물류 시스템 운영까지 대행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장 교수의 또 다른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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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임리서치 반도체 펩 핵심 물류장비인 웨이퍼이송장치(OHT) 운영 솔루션 (사진=다임리서치)

■ "한국의 지멘스 되겠다…국내서도 소프트웨어 강자 나와야"

“다임리서치는 탄탄한 연구를 기반으로 사업화를 이루고 다양한 산업에 적용하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기반으로 또 연구·개발에 투자를 반복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합니다.”

장 교수는 국내에서도 지멘스와 같은 강한 제조 소프트웨어 기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제조 소프트웨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독일의 지멘스와 같은 기업을 만드는 것이 장 교수의 꿈이다. 향후 로봇을 활용하는 분야가 늘어날수록 이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역할도 함께 강조될 전망이다.

장영재 교수 프로필

- 1974생

- 1997년, 보스턴대학교 우주항공학 석사

- 2003년, 매사추세츠공과대학 기계공학 석사

- 2007년, 매사추세츠공과대학 기계공학 박사

- 현 한국과학기술원 산업및시스템공학과 교수

- 현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미국 프로젝트 매니저

- '경영학콘서트'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