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향후 전기차 충전의 패권 다툼을 위한 전초기지로 중국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 현지 전기차 서비스 기업과 협약을 맺으면서 아직 글로벌 표준 규격인 복합충전표준(CCS) 불모지를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은 중국 전기차 충전 정보 서비스 업체 나스(NaaS)와 현지 서비스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중국 고객 맞춤형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개발하고, 중국의 전기차 라이프를 선도할 다양한 연계 서비스 및 신기술 실증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나스는 2019년 중국 최초로 설립된 전기차 충전 정보 서비스 전문기업으로 현재 중국 전역에 5만 5천 곳의 충전소와 40만 기의 충전기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을 공개하는 등 전기차 충전 관련 신규 서비스 개발에 적극 나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현대차그룹과 나스는 각 사가 가진 커넥티드 서비스 플랫폼과 전기차 충전 정보 서비스를 결합해 ▲홈 충전기 공유경제 시스템 ▲전기차 충전 포인트 결제/관리시스템 ▲전기차 충전망 실시간 정보 시스템 등을 개발하고 구축한다.
홈 충전기 공유경제 시스템은 고객이 자택에 설치한 전기차 충전기를 제3자에게 공유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만약 이 시스템을 고객이 신청하면 나스의 실시간 충전소 검색망에 상시 노출된다. 충전이 필요한 차량은 해당 충전기를 찾아 요금 결제 후 충전할 수 있다. 양 사는 이 충전 포인트를 활용할 서비스도 개발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의 이 같은 행보가 전기차 충전규격 동맹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지만 복합충전표준(CCS)과 북미형충전표준(NACS) 규격이 아닌 GB/T 규격을 사용한다. 현대차그룹은 CCS와 NACS가 북미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모지 격인 지역을 공략하는 교두보로 나스와 협력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충전소는 올 상반기 기준 176만개다. 이 중 급속 충전소는 76만6천개로 집계됐다. 만약 현대차그룹이 나스와 협력으로 CCS 표준을 도입하거나 어댑터를 탑재하면 세계에서 가장 큰 충전 인프라를 갖게된다.
전기차가 보급되면서 충전 인프라는 문제는 꾸준히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기차 100만대 돌파까지는 8년 가까이 걸렸지만 200만대까지 3년이 안 걸렸고 400만대까지는 1년 미만”이라며 “반면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빠르게 성장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세계에서 가장 큰 충전 인프라를 가진 중국을 공략해 충전 동맹 참여를 독려하고자 하는 의지로도 보인다. 메이저 완성차 업체들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기도 한 중국에서도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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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은 이번 협력으로 중국 시장을 의식한 메이저 완성차 업체들의 동참을 유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 고객에게 이전보다 편리하고 새로운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전기차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BMW·제너럴모터스(GM)·혼다·메르세데스벤츠·스텔란티스와 북미 지역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이 합작법인은 최소 3만개 고출력 충전소를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기존 미국 표준인 CCS와 테슬라 충전 규격 NACS 커넥터를 제공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