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째 고시촌 못 떠난 60대 사시생 "3년이면 될 줄 알았다"

생활입력 :2023/08/14 15:44    수정: 2023/08/14 15:45

온라인이슈팀

20년 전 불혹의 나이로 사법 고시를 준비하던 남성이 여전히 고시원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사연이 전해졌다.

13일 KBS '추적 60분' 유튜브 채널에는 지난 4일 방송된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고시원에 사는 원모씨(60)의 이야기가 올라왔다.

(KBS '추적 60분' 갈무리)
(KBS '추적 60분' 갈무리)

앞서 KBS 뉴스 측은 지난 2003년 7월18일 원씨를 인터뷰한 바 있다. 당시 40세였던 원씨는 서울 신림동 산꼭대기의 한 고시원에 자리를 잡고 6년째 고시를 준비했다.

화병까지 얻었지만, 합격의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그는 "건강만 회복되면 한 14개월 정도 밀어붙이면 될 거 같은데 싶어서 그만두지 못하고 있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이후 매체는 원씨를 다시 찾아가 근황을 물었고, 여전히 그는 고시원에 살고 있었다. 그는 "1996년도에 왔으니까 27년…벌써 그렇게 되네요. 엊그제 같은데"라며 "3년이면 될 줄 알았는데 너무 무리했다. 마라톤 초반에 너무 달리듯이. 그래서 실패로 끝났다"고 회상했다.

그 사이 사법 고시는 사라졌고, 청운의 꿈을 품었던 고시생 원씨는 어느덧 60대가 됐다. 원씨는 "2~3년 정도 하니까 할 만하다 싶었는데 그때 몸에 병이 생기면서 도무지 책을 못 보겠더라"라며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백날 얘기해도 실제로 그 방 안에 들어앉아서 해봐야 알지"라고 말했다.

이어 "고시원 엄청 많이 돌아다녔다. 못돼도 한 열 군데는 넘을 것 같다"면서 현재는 월세 15만원짜리 고시원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스트레스 때문에 하지정맥이 올라온 듯한 다리를 보여주며 "방에 앉아만 있어도 숨이 막히고 갈 데가 없으니까 할 수 없이 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가족과도 멀어진 원씨는 "(낙방 후) 아르바이트도 쉽지 않고 학교 숙직 경비 4년하고, 공공근로나 막노동 현장에서 일했다"며 "하루하루가 지옥이고 고역이었다. 그렇게 몇십년 살아왔다. 지금도 그렇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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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정기적으로 사회적 기업을 찾아 일당을 받아 일하고 있는 원씨는 "벗어나도 갈 데가 있어야지"라며 신세를 한탄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