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근의 헤디트] 미술작품으로 매력서울 만드는 디지털 캔버스

실질 체감형 ‘미디어아트 서울’의 완성

전문가 칼럼입력 :2023/08/10 15:11

이창근 헤리티지랩 디렉터‧박사(Ph.D.)
이창근 헤리티지랩 디렉터‧박사(Ph.D.)

[이창근 헤리티지랩 디렉터‧Ph.D.] 미디어파사드(Media facade)는 건물 외벽에 LED조명이나 프로젝터를 이용해 시각적 효과를 내는 기술로, 이를 통해 건축물 외벽을 새로운 매체로 활용하고 도시 공간에서의 인상적인 랜드마크를 조성하고 있다.

예술을 통해 무엇보다 야간관광의 문화경제 가치를 창출한다. 시민들에게 예술가들의 창작품을 미술관에 가지 않더라도 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하고, 체류하게 된 시민의 관광 소비가 주변 상권에서 이뤄지게 된다. 야외 미디어아트 공간의 존재 이유다.

세종문화회관이 그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 화가 이중섭의 ‘황소’가 광화문광장의 야경을 수놓는 디지털 캔버스로 되살아났다. 서울시가 ‘아뜰리에 광화’의 두 번째 기획전으로 '2023 광장으로의 초대'를 열었다. 전시는 8월 1일부터 12월 13일까지.

이중섭, 황소, 1950년대, 26

아뜰리에 광화는 지난 4월 세종문화회관 외벽의 ‘광화문광장 미디어파사드’ 명칭을 브랜딩한 것으로, 예술가의 공간을 뜻하는 프랑스어 ‘아뜰리에’와 역사와 예술의 중심지인 ‘광화’의 합성어로 광화문광장 미디어파사드를 ‘광화문광장의 풍성한 문화 예술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의미라고 한다.

지난 4월 5일부터 7월 30일까지 첫 기획전 '봄으로부터'에서 김보희 작가의 'The Days', 이돈아 작가의 'Beyond_Korea Bright_Future', 우박스튜디오의 'Hang a ri'를 영상전시로 시민들에게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아뜰리에 광화’에는 현재 세계 최고 사양인 5만 ANSI lumen의 빔프로젝터로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전면(44×11m)과 대극장 측면부(13×11m)를 투사하는 2면 방식의 미디어파사드가 구축돼 있다. 투사되는 도합 면적은 627제곱미터다. 365일 다양한 콘텐츠가 상연되는 미디어아트 야외전시장인 셈이다.

이번 전시에는 20세기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이중섭의 작품 27점과 현재 일러스트 작가로 활동하는 장 줄리앙의 2개 작품이 미디어아트로 상연된다. 매일 저녁 8시부터 11시까지(9월부터 저녁 7시~10시).

두 번째 기획전에서 이중섭 작품을 재구성한 영상콘텐츠

대담하고 거친 선묘를 특징으로 해학과 소년의 천진무구함, 가족을 향한 그리움과 사랑을 표현한 화가 이중섭의 작품 27점이 미디어아트로 재현되며, 유명 일러스트 작가 장 줄리앙(Jean Jullien)의 원작을 미디어아트로 다양하게 변형한 작품을 세종문화회관의 벽면에서 음악과 함께 시청각적 감동을 전한다.

최인규 서울특별시 디자인정책관은 “세계적 관광경쟁력을 갖춘 도시의 경우 낮의 경관만큼 아름다운 야경을 가지고 있다”며 “도시 공간적으로 매력적인 광화문광장에서 펼쳐지는 빛의 예술이 광장을 찾은 시민들과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이색적인 경험을 선사할 수 있도록 새로운 역사성을 이어갈 수 있는 장소로 조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중섭은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이중섭은 소를 비롯한 은박지나 엽서에 꽃게와 물고기와 노는 아이들, 닭 등 우리나라의 향토적인 소재와 가족 등의 자전적인 주제들을 즐겨 다루며 해학과 천진무구한 소년의 정감이 녹아있는 그림들을 그렸다.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화가 활동을 시작했고, 해방 직전의 한국에 들어왔지만, 한국전쟁으로 제주도, 부산 등지에서 피난 생활을, 전쟁 직후에는 통영, 서울, 대구 등지를 전전하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열정적인 작품 활동을 하다가 1956년 만 40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아뜰리에 광화의 첫 기획전 모습

이번 전시에서 미디어아트로 부활한 콘텐츠 ‘중섭, 한국인이 사랑한 화가’는 생의 기쁨과 위로, 중섭이 머물던 풍경, 편지화, 그릴 수 없는 사랑의 빛깔, 은지화에 담긴 예술혼, 가족, 마음으로 그린 그림 등 총 5부로 구성됐다. 이중섭의 대표작 <황소>가 3D 애니메이션으로 역동적으로 표현됐다. '섭섬이 보이는 풍경'은 그림 속 마을을 3차원 공간으로 구현해 예술-기술이 결합한 미디어아트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 외에도 '현해탄', '길 떠나는 가족', '은지화' 등 가족을 향한 절절한 그리움과 사랑이 담긴 작품도 원작의 감동 그대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그 예술혼을 되새길 수 있도록 했다.

장 줄리앙은 현재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는 프랑스 출신 그래픽 아티스트다. 일러스트, 애니메이션, 설치, 의류 등 트렌디한 스타일의 작가다. 장 줄리앙은 2011년부터 형제인 니콜라스 줄리앙(Nicolas Jullien)과 함께 줄리앙 브라더스(Jullien Brothers)라는 스튜디오를 오픈, 다양한 영상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깊고 세심한 관찰력과 자유분방함을 자신의 그림에 담아 현대인들의 일상과 사회적 이슈를 날카롭게 해석하면서도 재치 있게 전하고 있다.

장 줄리앙 작가의 'Le weekend', 'Adieu' 콘텐츠는 세계적 일러스트 작가 장 줄리앙의 자유분방한 표현력, 단순한 형태로 우리 주변의 일상과 사회적 문제를 참신하게 표현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Le weekend', 'Adieu' 두 개의 작품이 옴니버스 형태로 진행되며, 'Le weekend'는 산악 여행에 뛰어든 캐릭터가 돌아다니며 만나는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작품으로, 이야기의 흐름을 천천히 따라가며 사유하고 동시에 그 끝이 어디일지 관람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Adieu'는 여성의 다양한 삶의 단계를 시곗바늘이 흘러가는 모습에 빗 대 서사적이고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서울특별시 디자인정책관 직속 도시경관담당관실의 빛디자인팀에 따르면, 광화문광장을 찾지 못한 시민들을 위해 '아뜰리에 광화'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전시 작품을 접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며, 12월에는 ‘서울라이트 광화문’ 빛축제와 연계한 전시회를 개최해 내년 3월까지 광화문광장의 밤을 형형색색 빛의 예술로 장식할 계획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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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서울시는 서울도심 '미디어아트 서울' 타당성 조사 및 종합계획 수립 용역을 8월부터 내년 5월까지 추진한다. 서울 도심권 5개 권역(광화문광장, 동대문 DDP, 시청 서울광장, 한강 세빛섬, 삼성동 코엑스)에 미디어아트 기반 문화예술관광 거점을 형성하기 위한 마스터플래닝이다. 서울 도심 빛·미디어아트 사업의 장소 특정적 환경과 여건을 검토하고, 유사 사례분석, 경제·관광 파급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중장기 계획을 설정한다.

그 중심축이 되는 명칭으로 현재 '서울라이트'를 사용하고 있다. 2019년부터 시작한 DDP 서울라이트가 대중에게 깊이 각인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서울라이트-광화문, 서울라이트-한강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번 용역에서 체계화된 브랜드 구축과 실질적 경제‧관광 유발 전략이 담겨야 한다. 단순한 빛 연출 구상과 장소별 콘셉팅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티스트들의 진정한 플랫폼이자 시민들이 쉽게 감상할 수 있는 야외전시장 조성전략으로. 또 관광명소화를 통해 주변 지역 경제를 돕는 액션플랜이 돼야 한다. 그래야 실질 체감형 '미디어아트 서울'의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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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근 헤리티지랩 디렉터‧박사(Ph.D.)

예술경영학박사(Ph.D.). ICT 칼럼니스트이자 Media-Art 디렉터로 헤리티지랩 소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정보원 이사, 충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 이사를 겸하고 있다. 서울특별시 좋은빛위원, 세종특별자치시 경관위원, 제5차 유네스코 학습도시 국제회의 프로그램디렉터 등을 지냈다. 현재 인천광역시 공공디자인위원, 천안시 도시계획위원,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1년 5월부터 ZDNET Korea의 칼럼니스트로 오피니언 ‘이창근의 헤디트’를 연재한다.
* 헤디트(HEDIT): 헤리티지(Heritage)+디지털(Digital)+아트(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