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짝짓기, 기후 변화가 오작교였다

IBS, 고기후 시뮬레이션 기반 인류 조상 연구 논문 2편 '사이언스' 동시 게재

과학입력 :2023/08/11 03:00

네안데르탈인 엄마와 데니소바인 아빠는 어떻게 만나 사랑했을까?

2018년 시베리아 지역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견된 화석 '데니(Denny)'는 데니소바인 아버지와 네안데르탈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13세 가량의 소녀였다. 202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스반테 페보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장 연구팀이 유전체 분석 등을 통해 얻은 결과다.

현생 인류의 유전자에도 네안데르탈인이나 데니소바인에게 얻은 유전자가 일부 남아 있다.

다른 호모종 간 교배가 있었음은 알려져 있지만, 서식지가 다른 이들이 언제, 어디서 만나 짝짓기를 했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 기후 변화,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의 러브스토리를 쓰다 

한국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 연구단과 이탈리아 기후 및 고생물학 연구팀은 기존 화석 표본과 고대 DNA 유전자 분석에 더해 과거 기후에 대한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이 문제에 접근했다. 그 결과, 기후 변화에 따른 서식지 변화가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을 만나게 한 것이란 결론을 얻었다.

이 연구 결과는 10일(현지시간)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다.

연구진은 슈퍼컴퓨터로 고대 기후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이 결과를 고인류학적 증거와 유전자 자료와 결합해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이 선호하는 서식 환경을 파악했다. 데니소바인은 툰드라와 냉대림 같은 추운 환경에 더 잘 적응했고, 네안데르탈인은 온대림과 초원지대를 선호했다. 데니소바인의 서식지를 추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쟈오양 루안 IBS 연구위원은 "네안데르탈인은 남서부 유라시아를 선호하고, 데니소바인은 북동쪽 유라시아를 선호했다"라며 "서식지가 지리적으로 분리돼 있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의 공유 서식지도 (자료=IBS)

두 호모종 간 교배가 이뤄진 장소와 시기도 추정했다. 지구 자전축과 공전궤도로 인한 기후변화는 인류 서식지에 영향을 미친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지구 공전궤도가 더 타원형이고, 북반구 여름에 태양과 지구가 서로 가까이 있을 때 호모종 간 서식지가 지리적으로 겹쳤다. 알타이산맥, 사르마틱 혼합림, 이베리아 반도 등 북유럽 및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호모 종 공존 시기 중 최소 6번의 상호작용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두 종 간 상호 교배 지역은 간빙기 시기에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했다. 연구진은 이 변화가 기후로 인한 것임을 증명하기 위해 유라시아 지역의 식생 패턴이 지난 40만 년 동안 어떻게 변화했는지 분석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과 온화한 간빙기 조건이 온대림을 북유럽에서 유라시아 중앙부 동쪽으로 확장시키면서 네안데르탈인이 데니소바인의 주요 서식지까지 갈 수 있는 길이 만들어진 것을 확인했다.

악셀 팀머만 IBS 기후물리 연구단장은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이 서식지를 공유했을 때 두 집단 간 상호작용이 많아져, 상호 교배의 가능성도 함께 높아졌을 것"이라며 "빙하기-간빙기 변화가 오늘날까지 유전적 흔적으로 남아있는 인류의 '러브스토리'를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 110만년 전 유럽이 무주공산 된 이유는?

한편 기후물리 연구단이 112만년 전 발생한 북대서양의 급격한 냉각화가 초기 인류의 유럽 내 거주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연구도 같은 날 '사이언스'에 함께 실렸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한동안 유럽에 호미닌이 살기 힘든 환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고대 인류인 호모 에렉투스는 18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중앙 유라시아로 이주했고 서유럽을 거쳐 150만년 전 남유럽 이베리아반도에 도달했다. 조지아, 러시아,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선 고대 인류의 이주와 서식 시기를 설명하는 시대별 화석 증거들이 나왔다.

그런데 110만-90만년 전 사이 고대 인류가 유럽에 거주했다는 화석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호모 에렉투스가 계속 유럽에 살았으나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것인지, 약 120만 년 전부터 증가한 강도 높은 빙하기로 유럽 거주가 잠시 중단되었는지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연구진은 유럽의 초기 인류가 경험한 환경 조건을 이해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했다. 200만년에 걸친 고기후-인간 서식지 모델 시뮬레이션과 포르투갈 해안의 'U1395' 해저 지역에서 습득한 심해 퇴적물 자료를 결합했다. 이를 기반으로 인구 감소 현상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기간 전후의 기후 및 식생을 재구성했다.

특히 연구진은 해양퇴적물에 저장된 작은 식물의 화분(꽃가루)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강과 바람은 인접한 땅에서 작은 화분을 바다로 옮기고, 이는 깊은 바다에 가라앉는다. 이렇게 축적된 수천 개의 화분 성분을 분석하면 지역적 식생과 기후를 유추할 수 있다. 온대림 화분은 따뜻한 기후였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되는 식이다.

작은 해조류에 남겨진 유기 화합물도 분석했다. 유기 화합물은 수온의 영향을 받아 불포화 정도가 달라지는데, 그 정도를 분석하면 해수의 온도 변화를 유추할 수 있다.

남유럽의 인구 감소에 기여한 112.7만 년 전 북대서양 냉각화 현상.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계산된 수온(빨간 선)과 해양 퇴적물을 통해 재구성한 수온(파란 선). 지도에서 분홍색 음영은 냉각 및 건조화된 기후와 식량 자원의 감소로 인해 호모 에렉투스 서식지 적합성이 크게 감소했던 지역이다. (자료=IBS)

이를 통해 연구팀은 112만 7000여년 전 20℃ 정도이던 동부 북대서양 인접 지역 수온이 7℃까지 낮아졌음을 발견했다. 이는 빙하기 종료 시점에 나타나는 '한냉기(terminal site)' 현상의 증거가 된다. 연구진은 북대서양의 급격한 냉각화가 남·서유럽의 식생을 초기 인류가 살기 부적합한 반사막 환경으로 바꿔 놓았다고 분석했다. 반사막은 사막과 비슷하나 강우량은 많은 환경을 말한다. 한냉기 현상은 약 4000년 동안 지속됐다.

이어 연구팀은 초기 인류가 급격한 기후 변화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한냉기 기간에 대해 다른 기후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급격한 단주기 기후 변화는 빙상의 갑작스러운 확장과 후퇴로 인해 주로 발생한다. 이를 고려해 기존 기후 모델에 유럽 빙상의 갑작스러운 붕괴로 생성된 담수를 북대서양에 추가, 더 정밀하게 한냉기 현상을 모사했다. 그 결과 보수적으로 추정해도 인류의 서식 적합성이 50% 가량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연구는 호모 에렉투스의 서식에 적합한 환경 조건을 찾기 위해 화석 및 고고학적 증거를 기후 데이터와 연결한 첫 연구다. 연구진은 한냉기 호모 에렉투스는 남유럽의 많은 지역에서 생존할 수 없었을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후 약 90만년 전 유럽 인구는 증가한 빙하 상태에 더 잘 적응한 호모 안테세소르 집단에 의해 다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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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머만 단장은 "북대서양 온도 변화는 남유럽의 식생과 인간의 식량 자원에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라며 "이번 연구는 인류 역사가 과거 기후 변화에 의해 형성되었다는 증거에 한 줄을 덧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악셀 팀머만 IBS 기후물리 연구단장( (자료=IBS)

기후물리 연구단은 지난 5월 기후 변화에 따른 식생 변화에 인류가 대응해 온 과정을 추적한 연구 결과를 '사이언스'에 게재한 것을 비롯, 기후 시뮬레이션과 고고학 자료를 결합해 초기 인류 역사를 재구성하는 연구로 올해 3편의 논문을 '사이언스'에 게재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