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디넷코리아는 ‘생사 갈림길, 골든타임’ 연재를 시작합니다. 관련 국내 전문가들이 직접 필자로 참여해 우리나라 응급심뇌혈관 치료 시스템의 문제와 분석,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오늘도 자주 뵙네요.
필자는 지난해 초 개원한 수도권 대학병원의 신경과 전문의 겸 대학교수다. 개원한 지 얼마 안 된 대학병원이라 전공의가 없어 모든 진료과의 교수님들이 직접 당직을 서고 있다. 신경과도 다섯 명의 교수들이 번갈아 가며 일주일 내내 365일 당직을 서며 응급환자 진료를 맡고 있다.
최근 여러 병원들의 연이은 소아 환자 응급진료 폐쇄 여파로, 그나마 소아 응급실을 유지하고 있는 필자의 병원에 소아 환자들이 몰리고 있다. 때문에 소아청소년과 교수들의 업무 강도는 한 눈에 봐도 고되어 보인다. 응급실에서 소아청소년과 교수를 마주칠 때마다 “힘드시지요”라며 서로 인사를 나누곤 한다.
필자의 병원에서 지난 1년 동안 응급실 연락을 많이 받은 진료과는 소아청소년과에 이어 신경과가 두 번째이다. 응급실에서 신경과로 연락을 하는 대부분의 경우는 뇌졸중 및 뇌졸중 유사 증상 환자이다. 때문에 응급환자의 진료를 점차 포기하거나 전과까지 고려하는 우리나라 소아청소년과의 일이 남의 일만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병원은 개원한지 얼마 안 된 대학병원이어서 교수들이 직접 당직을 선다 하더라도, 전공의 수련 후 뇌졸중을 전문으로 선택하는 전임의도 점차 줄다 보니 점차 교수가 당직을 서는 대학병원이 증가하고 있다.
뇌졸중 전문의에 지원하는 이들이 왜 줄고 있을까?
신경과 전문의로서 상대적으로 많은 응급상황 해결을 해야 하는 부담에 비해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처우가 따라오지 않기에 선택지로서의 매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는 뇌졸중 전문의를 기피하는 근본 원인이 ‘저수가’에 기인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뇌졸중 관련 대표적인 저수가의 예로, 급성기 뇌졸중 치료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뇌졸중 집중치료실’이 있다. 종합병원급 뇌졸중 집중치료실의 입원료는 13만5천530원이다. 중환자실 입원료 38만8천510원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뇌졸중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를 받는 것만으로도 일반병실 치료대비 뇌졸중 환자의 사망률과 후유장애를 30% 정도 줄일 수 있음에도 지난 2017년 수가 신설이 된 후 단 한 번도 수가 개선이 없었다.
또한 일반 중환자실의 절반 정도의 저수가이면서도 간호사와 전담의를 상주하도록 하는 수가조건이다 보니 일선 의료기관에서 설치와 운영을 기피하게 된다. 현재 뇌경색 급성기 필수치료인 정맥내 혈전용해술 관리료는 약 19만 원으로, 해외 국가에서 동일 시술을 받았을 때 발생하는 비용(약 50만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뇌졸중 치료에 대한 이러한 저수가 기조로 인해 이를 365일 전담해야 할 필수 전문 인력에 대한 증원이나 적절한 처우는 병원경영자의 경제적 잣대 앞에서는 후순위일 뿐이다. 처우 개선은 요원하고 적은 인력으로 많은 응급 상황을 도맡고 해결해야 하는 상황들이다 보니, 예전보다 워라벨을 추구하는 작금의 상황에서 뇌졸중 전문의로의 길을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지만 뇌졸중 환자분들이 적절한 응급치료를 받고 호전되는 모습을 보며 묵묵히 어려운 길을 가고 있는 일선의 모든 뇌졸중 전문의들의 마음이 충분히 후배들에게도 전달돼야 한다. 그래서 귀중한 전문 인력들이 계속 유입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충분한 치료가 이뤄지는 환경이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총액이 한정된 국민건강보험 재정에서 적절한 수가의 재조정이 필요하다. 가벼운 두통이나 어지럼증에 대한 MRI 촬영 같은 경증 증상에 대한 고가의 재원지원보다는, 뇌졸중 집중치료실의 필수 운영 및 혈전용해제의 사용 같은 필수적이고 중증의 상황에 대한 현실적인 수가 지원으로, 생사를 다투는 의료 분야에 재원이 제대로 흘러 들어가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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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질환에 대한 적절한 재원 분배가 이뤄져 병원 경영자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이를 시행하는 전문 인력에 대한 충분한 처우가 필수로 인식되길 바란다.
힘들지만 괜찮은 것 같아요.
“괜찮다”는 말이 응급환자를 돌보러 가는 내게서도,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에게서도 함께 흘러나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