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수준의 AI 반도체 만들어 글로벌 스탠다드에 도전"

[인터뷰] 김녹원 딥엑스 대표...엣지 AI 시장 겨냥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3/08/02 10:53    수정: 2023/08/02 13:38

국내 팹리스 산업에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도전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2018년 설립된 AI 반도체 기업 딥엑스는 올해 독자 개발한 NPU(신경망처리장치) '딥엑스 시리즈' 4종 시제품을 출시하며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협력이 힘을 보탠 것으로 평가받는다. 

딥엑스가 주력하는 분야는 엣지 AI 반도체다. 딥엑스 시리즈 제품은 작은 센서부터 엣지 서버까지 스스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모든 전자제품을 뜻한다.

김녹원 딥엑스 대표(사진=지디넷코리아)

딥엑스는 올해 초 현대기아차, 포스코DX, 자화전자와 협력을 맺어 로봇·스마트카메라·공장 자동화 솔루션에 적용할 AI 반도체 상용화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는 광주시 AI 스마트 가전사업에 NPU 공급 업체로 선정되며 미래 고객사를 확보했다.

최근엔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기 시작했다. 지난 5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개최된 비전 응용 엣지 분야 최대 전시회 '임베디드 비전 서밋 2023'에서 딥엑스는 Arm, NPX, 르네사스 등 80여개 글로벌 반도체 기업 사이에서 AI 반도체 업체로서 이례적으로 메인(프리미엄) 전시업체로 참가하는 성과를 이뤘다.

메인 전시는 비용만 내면 참가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 기술력이 입증돼야 단 한 곳만 메인 전시업체로 선정된다.

딥엑스는 또 지난 6월 '컴퓨텍스 타이베이 2023'에서 '스타트업 테라스 어워즈'를 수상했다. 400여개의 스타트업이 참여한 콘테스트에서 대만 5개사와 글로벌 5개사만 선정되는데 딥엑스가 글로벌 톱5 순위권에 포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내달 9월에는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되는 IFA에 참가해 로봇, 오토모티브, 이통사들과 교류할 예정이다.

김녹원 딥엑스 대표는 “딥엑스 NPU 칩은 최신 AI 알고리즘을 지원하고, 낮은 전력에서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는 전성비(소비전력 대비 성능) 기술에 주력해 업계에서 인정받았다”라며 “딥엑스 시리즈 중 가장 저사양인 칩도 복잡하고 무거운 최신 알고리즘을 실시간으로 구동시킬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100개가 넘는 글로벌 NPU 경쟁 기업들과 비교해서 딥엑스의 경쟁력은 3배 이상의 제조 단가다”라며 “이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치킨 게임을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 5나노미터(nm) 공정에서 개발된 DX-M1 제품은 모든 중요 연산 성능 부문에서 우위에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같은 기술력은 개발자 출신인 김녹원 대표의 이력이 밑바탕 된 결과다. 김 대표는 애플에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설계 개발자를 거쳐, 브로드컴, 시스코, IBM 등 실리콘밸리에서 10년 이상 설계 실무 경험을 쌓아온 반도체 전문가다.

현재 딥엑스는 NPU가 탑재된 명함보다 작은 카메라 모듈 3종을 개발해 활발히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더불어 올해 차세대 제품으로 스마트 모빌리티 및 로봇향 신규 AI 반도체 개발을 착수했다. 딥엑스는 NPU 4종 시제품이 내년에 양산되면, 2025년부터 의미 있는 매출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

다음은 김녹원 대표와 일문일답이다.

딥엑스 DX-M1 칩이 탑재된 M.2 모듈.(사진=딥엑스)

Q. 국내외 AI 반도체 기업과 비교해서 딥엑스 제품의 강점은?

"현재까지는 엣지 AI 반도체를 활용해 상용화된 대단위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GPU 기술은 전력 공급이 풍부하고 진보된 쿨링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에서는 AI 연산 처리를 완벽하게 실행하지만, 배터리로 구동되며 쿨링 기술과 하드웨어 리소스가 제약적인 엣지 디바이스에서는 그 위력을 잃는다. 또 대부분 NPU 탑재 칩 개발사들이 한종의 칩 솔루션을 출시하는데 다양한 엣지 시장을 대응하기에 한계도 있다.

딥엑스는 최신 알고리즘을 GPU와 흡사한 정확도로 세계 최고의 실효 전력 대비 성능비로 구현했다. 일례로 삼성전자 28나노미터(nm) 공정에서 제작된 DX-L1 칩이 복잡하고 무거운 최신 알고리즘 yolov7, PIDnet 등을 실시간으로 구동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 5나노 공정에서 개발된 DX-M1 제품과 경쟁하는 글로벌 엣지 NPU들은 32MB 또는 50MB의 S램을 사용해야 폭발적인 AI 연산을 처리할 수 있는데, 딥엑스는 S램 4분의 1 이하인 7MB 사용만으로 구현이 가능하다. 또 3배 이상의 제조 단가 경쟁을 가지고 현실성 있는 단가를 시장에 공급한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Q. NPU 칩을 초소형 모듈 형태로 공급한다던데.

"딥엑스는 모듈형 NPU 제품 3종을 출시했다. 그 중 DX-L1 칩이 탑재된 초소형 사이즈의 카메라 모듈은 세계 최초로 방열판이 없이 명함 반 만한 사이즈의 PCB에서 최신 DNN 알고리즘을 구동할 수 있다. 즉, GPU에서나 가능한 인공지능 연산처리를 지원하는 제품이다. 현재 스마트 CCTV 및 관제 시스템을 운영하는 국내외 글로벌 업체들과 양산을 위한 PoC(Proof of Concept)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또 DX-M1 칩을 M.2 모듈 형태와 추론형 서버에 적용할 수 있는 PCIe 모듈 타입으로 개발했고, 현재 고객사에 전달되어 실증 테스트를 진행중이고, 추가 고객 유치를 위해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딥엑스 카메라 모듈 (사진=딥엑스)

Q. 팹리스 약소국인 한국 AI 반도체 기업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고객사를 대응할 때 어려운 점은 없었나.

"올해 미국 실리콘밸리의 '임베디드 비전 서밋'부터 시작해서 국내외 전시회를 5개 이상 참여했다. 딥엑스의 부스 방문객으로부터 ‘딥엑스는 본사가 미국에 있는지’, ‘R&D센터가 실리콘밸리에 있는지’,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나 파운드리 기술은 우수하지만 팹리스 기술에서 이렇다 할 만한 족적이 없는데, 한국 기업으로 AI 반도체를 도전하는 이유가 무언인가’, ’시스템 반도체는 미국이나 대만에서 주로 나오는데 한국 기업을 처음 보았다’ 등의 반응을 많이 받았다.

그 때마다 현장에서 실제 칩에서 구동하는 실시간 데모를 보여주고 소프트웨어 튜토리얼, 고객사의 상용화된 알고리즘을 구현한 사례 등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국산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딥엑스가 전세계 주요 기술 이벤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실제 시연과 기술 근거 기반의 설명하는 홍보 전략을 가지게 된 이유 중 하나다."

Q. 딥엑스의 신제품 출시 계획, 장기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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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엑스는 창업 초기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 성능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세계 최고 수준과 동일하다 해도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산 기술이 선택받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글로벌 최첨단 기술을 선도하는 수준에 이르기 전까지 칩을 생산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올해 1분기 딥엑스의 1세대 제품을 출시하고 기술성을 전세계 시장에 알리고 있는 중이다. 올해는 1세대 제품 양산을 준비하고 있고, 차세대 제품으로 스마트 모빌리티 및 로봇향 신규 AI 반도체 개발을 착수했다. 2025년부터 의미 있는 매출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 내년에 NPU 4종 양산품이 나오고, 양산 오더가 매출로 잡히는 시점이 2025년이기 때문이다.

딥엑스는 장기간의 시장 점유를 통해 기술 사용자 생태계에서도 세계 1위가 목표다. 이 정도까지 할 수 있어야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양산 제품이자 글로벌 스탠다드 기술이 될 것이다. 이를 발판삼아 10년, 20년 이상 시장에서 리드할 수 있는 회사로 키우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